중랑, 치매환자 가족까지 보듬는 ‘힐링 3종세트’

  • 기사 소리로 듣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공유하기
  • 댓글
    0
수정 2013-02-19 00:28
입력 2013-02-19 00:00

매달 의료진 상담·초기 치료법·가족 모임 열어 ‘고통 분담’

이미지 확대
“집에만 있으면 제가 옴짝달싹 못하고 24시간 내내 붙어 있어야 하죠. 얘기해도 거짓말이라며 믿지도 않고…. 치매 환자 가족이 겪는 어려움은 이루 다 표현할 수 없어요. 그런데 여기 나와서 함께 웃다 보니 스트레스도 풀리고 한결 마음이 편해집니다.”

중랑구에서 치매를 앓는 시어머니를 6년째 모시고 사는 김모(54·면목4동)씨는 18일 한숨을 내쉬면서도 웃음은 잃지 않았다. 한달에 서너 차례 면목5동 치매지원센터를 찾아 위안을 얻어 갈 수 있어서다. 센터는 치매 없는 세상을 위해 ‘3종 세트’ 프로그램에 들어갔다. 매월 셋째 주 목요일 오전 10~11시에 펼치고 있는 환자 가족 모임 ‘아름다운 동행’에 이어 올 들어 2탄과 3탄을 내놨다.

환자 가족 모임은 2010년 4월 첫발을 뗐다. 가족들에게 간호하는 방법, 식이요법, 합병증 관리, 응급상황 대처 요령 등에 관한 정보를 제공하고 야외 나들이, 원예 치료, 경험담 나누기, 영화 감상, 노래교실, 케이크 만들기, 체조, 웃음 치료 등의 다양한 프로그램을 곁들여 희망와 용기를 불어넣고 있다. 보통 30여명이 참여한다. 한쪽에서 음식 조절에 애를 먹는다는 고민을 털어놓자 한 가족은 “식단을 건강식으로 하거나 간식을 야채, 고구마 등으로 바꿔서 줬더니 살찌지 않고 화장실도 잘 가서 일석이조였다”고 귀띔했다.

매월 둘째 주 목요일에는 중증도 이상을 겨냥한 ‘치매 가족 모임 Q&A’를 통해 의료진에게 치매에 얽힌 궁금증을 묻고 답을 듣는 시간도 갖는다.

지난 8일의 예를 들면 이렇다. 한 가족이 밤에 배회하는 등의 이상행동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약을 먹으면 좋아지는지를 물었다. 의사로부터 “우선 약물 조절을 하고, 불안 탓이라면 밤에 낮은 조명을 켜 놓는 것이 좋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다리가 불편해 센터 프로그램에 참여하기 어렵다는 호소를 들은 작업치료사는 “오히려 훼방만 된다고 여겨 손사래를 치는 경우가 많은데 빨래 개기, 걸레질 등 치매 환자에게 늘 하던 일을 맡김으로써 집안에 보탬이 된다는 자존감을 높이고 두뇌 활동도 증진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매월 둘째 주 금요일에 열리는 ‘치매 탈출’ 모임도 새로 만들었다. 초기 증상 환자 가족에게 치매를 바로 이해시키고 환자를 위한 인지치료 프로그램을 소개하는 자리다.

이유라 센터장은 “치매라는 단어를 듣는 것만으로도 불편함을 느끼던 노인과 가족들이 환자 가족 모임을 거듭하면서 스트레스를 슬기롭게 이겨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송한수 기자 onekor@seoul.co.kr

2013-02-19 14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많이 본 뉴스
닫기
원본 이미지입니다.
손가락을 이용하여 이미지를 확대해 보세요.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