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공원 돈 없어 사육사 교육·시설보수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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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13-11-30 00:34
입력 2013-11-30 00:00

30년 넘은 노후 시설 개보수 예산 부족에 2015년으로 미뤄

서울대공원에서 우리를 탈출한 호랑이의 사육사 습격 사건과 관련, 입장료 현실화에 따른 시설 개보수와 사육사 전문성을 키워야 한다는 지적이 쏟아진다.

29일 서울시와 서울대공원 등에 따르면 지난 24일 사육사를 습격해 중태에 빠뜨린 3년생 시베리아 수컷 호랑이 ‘로스토프’가 사고 전날부터 이상 행동을 반복하는 등 극단적인 스트레스에 시달린 것으로 알려졌다. 블로거 ‘영이사랑’이 지난 23일 올린 16초 분량의 동영상을 보면 로스토프는 49.6㎡(15평)에 불과한 여우사 내부를 맴도는 이른바 ‘정형행동’(계속 한쪽으로 도는 반복행동)을 보였고 마치 목에 가시가 걸린 것처럼 쉼 없이 앓는 소리를 냈다. 영이사랑은 “제 동생이 엊그제 대공원에 갔을 때 찍은 것으로 호랑이가 우는 모습이 너무나 이상해서 촬영했다고 한다”면서 “실제로는 너무나 서글프기도 하고 극도로 스트레스를 받은 듯한 이상한 울음소리였다”고 적었다. 동물단체 관계자는 “호랑이가 극도의 스트레스로 흥분하면 이러한 행동을 보인다”면서 “또 호랑이 울음이 동영상처럼 ‘우우~앙, 우우~앙’ 우는 경우는 극히 드문 케이스”라고 밝혔다. 그는 “호랑이에 대한 적은 지식만으로도 로스코프의 상태가 정상이 아님을 분명히 알 수 있고 조금만 주의를 기울였더라도 막을 수 있는 사고였다”고 덧붙였다. 즉 곤충사에 근무했던 심모 사육사가 맹수에 대한 교육만 받았더라면 이번 사고를 미리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예산 부족에 의한 부작용은 또 있다. 30년을 넘긴 서울대공원은 시설 개보수에 엄두를 내지 못한다. 1983년 준공된 동양관과 남미관 내부 등은 천장 유리창에서 물이 떨어지고 건물 곳곳에 균열이 생겼다. 또 라마의 방사장 울타리 일부 콘크리트가 떨어져 나가 앙상한 철근으로만 지탱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사육사 심씨가 호랑이에게 물린 여우 우리도 29년 된 건물이었다.

대공원 관계자는 “시설물 노후로 인해 동물 탈출과 관람객 안전사고 우려가 있어 시설공사를 통해 사전에 예방한다는 게 원칙”이라면서도 “하지만 예산 부족으로 공사를 2015년으로 미룰 수밖에 없었다”고 털어놨다.

이처럼 서울대공원이 재정 어려움을 겪는 것은 10년째 그대로인 입장료(어른 3000원) 때문이다. 재정자립도 50% 수준인 대공원은 매년 30억원 정도를 서울시로부터 지원받고 있다. 하지만 연간 60억원으로 여의도 면적과 비슷한 대공원 개보수와 동물 돌보기엔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또 다른 대공원 관계자는 “입장료 현실화로 대공원 재정을 확충하고 이를 대공원 개보수와 시설 현대화 등에 써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준규 기자 hihi@seoul.co.kr

2013-11-30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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