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행정] 노원 ‘사랑이 꽃피는 옥상’

  • 기사 소리로 듣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공유하기
  • 댓글
    0
이경주 기자
이경주 기자
수정 2015-07-22 01:29
입력 2015-07-22 00:08

한신아파트 ‘옥상텃밭’ 공동체

“4년째 옥상에서 직접 기른 수박, 참외로 잔치를 엽니다. 로컬푸드로 팔기도 하는데 입소문이 나면서 내놓자마자 순식간에 나가죠.”

이미지 확대
21일 노원구 하계동 한신아파트 옥상에 주민들이 조성한 텃밭에서 어린이들이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이언탁 기자 utl@seoul.co.kr
21일 노원구 하계동 한신아파트 옥상에 주민들이 조성한 텃밭에서 어린이들이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이언탁 기자 utl@seoul.co.kr
21일 노원구 하계동 한신아파트 1동 옥상텃밭에서 만난 고창록(65) 입주자대표회장은 “1200세대 중에 매해 40명 정도가 텃밭가꾸기에 참여하는데 이제는 모든 주민들이 농작물을 통해 서로 인사를 건네는 사이가 됐다”면서 “한신에코팜이라는 공동체를 만든 지 5년째인 내년에는 4개 동으로 옥상텃밭을 늘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1동과 2동에는 총 1121㎡(약 340평)의 텃밭이 있다. 노원구가 지난 4년간 2845만원을 지원했다. 이삿짐을 나를 때 쓰는 플라스틱 바구니에 흙을 넣은 모습이 투박하지만 나름의 이유가 있다. 고 회장은 “시중에 있는 텃밭용 상자보다 이삿짐 바구니는 구멍이 많아 흙의 통풍이 잘되고, 유연성도 가장 좋았다”면서 “흙도 건물에 하중을 주지 않게 일반흙 절반에 침엽수 퇴적물, 부식토 등을 섞어 무게를 절반으로 줄였다”고 말했다. 흙의 개발 기간은 2년이었지만 주민들을 설득하는데 더 공을 들였다.

한 주민은 “처음에는 건물 하중의 증가, 옥상 방수층 약화, 농약 살포에 대한 우려도 나왔다”면서 “무엇보다 다른 동 사람이 우리 동 옥상을 자유롭게 드나드는 것을 꺼렸다”고 말했다.

하지만 옥상은 법적으로 모든 주민의 공동공간인 점을 알리고 농약 없이 유기농으로 재배했다. 또 텃밭이 강한 햇빛을 차단하고 적당한 습기를 공급해 옥상 방수층에 금이 가는 현상을 막는 것으로 나타났다. 식물에 주는 물은 빗물저장탱크를 이용했다.

그 결과 현재 옥상텃밭 공동체 중 전국적인 모범사례가 됐다. 현재 450개 상자에 농작물을 재배하며 개인용이 300개, 공동경작이 150개다. 개인 경작은 수도비 등으로 연 2만원을 내고 본인이 경작물을 가져간다. 공동경작은 농업기술학습장으로도 쓰이는데 경작물 중 과일은 동네 잔치에 쓰고 엽채류는 지난 6월부터 시작한 마을 입구의 유기농 매장에서 판매한다. 지금은 로컬푸드로 입소문이 나면서 하루 매출이 평균 25만원에 달한다. 치커리, 겨자채, 수박, 참외, 토마토, 가지, 감자, 옥수수 등 경작물도 다양하다.

김성환 구청장은 “옥상텃밭은 로컬푸드를 공급하는데다 공동체 의식도 함양하며 유휴 노인인력이 참여할 수 있고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중요한 수단”이라면서 “아파트가 많은 구의 특성상 지속적으로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경주 기자 kdlrudwn@seoul.co.kr
2015-07-22 15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많이 본 뉴스
닫기
원본 이미지입니다.
손가락을 이용하여 이미지를 확대해 보세요.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