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행정] 화가에게 던진 질문들… 꿈의 밑그림이 되다

김동현 기자
수정 2015-08-13 18:12
입력 2015-08-13 18:08
도봉구 중학생 직업 체험 ‘동네방네 미술관’
“이 작품은 어떤 소재로 만든 건가요?”“볼펜으로 그린 작품이라고요? 볼펜으로 그리다보면 잉크똥이 나오는데, 그건 어떻게 하셨어요?”
“작품이 상당히 우울해 보이는데 어떤 이유라도 있나요?”

도봉구 제공
여섯 번의 강좌로 진행되는 이번 프로그램은 미술관 탐방과, 큐레이터(학예사) 직업 체험, 작가 연구, 미술관 오픈 등 다양한 체험을 하게 된다. 구 관계자는 “방학 때 진행되는 대부분의 직업체험 프로그램이 아이들이 원해서 하는 것보다 엄마들이 원하는 직업을 중심으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면서 “하지만 큐레이팅 프로그램의 경우 미술에 관심이 있는 학생들이 직접 신청한 경우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그런 이유 때문인지 수업 분위기는 사뭇 진지하다. 학생들은 예비 작가들에게 작품을 구상하게 된 배경부터, 어떻게 작업을 진행했고, 소재는 어떻게 선택했는지, 만드는 과정에 어려움은 없었는지를 꼼꼼하게 물었다.
예비 작가로 참석한 백지연(24)씨는 “학생들의 시선이라서 그런지 생각하지 못한 참신한 질문이 많았다”면서 “우리는 학생시절에 그림을 접할 수 있는 기회가 많이 없었는데, 중학생 때 이런 기회를 가질 수 있는 아이들이 부럽다”고 말했다. 노곡중학교 1학년 정세영(14)군은 “평소 미술관에 자주 가지만 작가로부터 이렇게 깊이 있고 자세하게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들은 적은 없다”며 웃었다.
특히 이 프로그램이 눈길을 끄는 것은 이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DQ갤러리 시민큐레이터’들이 구가 운영하는 평생학습 과정을 수료한 주민들이라는 점이다. 구 관계자는 “주민들이 평생학습 과정을 통해 공부한 것을 다시 아이들에게 가르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면서 “이런 선순환 구조가 자연스럽게 자리 잡으면 지역공동체에도 커다란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프로그램을 수료한 학생들도 앞으로 지역의 작은 전시회나 문화행사에 참여하게 된다. 이동진 구청장은 “더이상 도봉의 교육환경이 낙후됐다는 이야기를 듣지 않게 할 것”이라면서 “입시 중심의 교육을 넘어 학생들이 행복한 교육을 만들기 위해 앞으로도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김동현 기자 moses@seoul.co.kr
2015-08-14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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