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린 촛불시위 뒤엔 종로 공무원 있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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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창수 기자
윤창수 기자
수정 2016-11-29 18:24
입력 2016-11-29 17:54

쓰레기봉투 1550장 나눠주고 새벽까지 100t 쓰레기도 치워

“평화·클린시위의 배경에는 100t의 쓰레기를 자정부터 새벽까지 치우고 1550장의 쓰레기봉투를 나눠 준 종로구 공무원들의 숨은 노력이 있습니다.”

김영종 서울 종로구청장은 29일 5차까지 이어진 촛불집회 동안 광화문광장을 담당하는 기초자치단체장으로 토요일마다 온 신경을 바짝 곤두세웠다고 털어놓았다. 추운 날씨에 사상 초유의 군중이 밀집한 시위가 평화적으로 진행될 수 있었던 데는 1500만원어치의 쓰레기봉투를 시민들에게 일일이 나눠 준 종로구 공무원들의 역할도 컸다.

보통 광화문광장은 토요일 하루에 2~3t의 쓰레기가 발생하지만, 지난달 29일 1차 촛불집회에서는 18t의 쓰레기가 생겼고 지난 26일 150만명이 운집한 5차 집회에서는 100t이 넘는 쓰레기가 나왔다.

김 구청장은 “처음 1차 집회 때는 80여명의 청소 담당 공무원이 대기했는데, 2차 집회부터 쓰레기봉투를 나눠 주니 35명의 인력만으로도 순식간에 쓰레기를 치울 수 있었다”며 “광화문광장 근처 상점의 쓰레기봉투가 모두 동날 정도로 시민들이 스스로 쓰레기를 치우고 모아 둬 청소가 수월했다”고 말했다. 그는 광화문광장을 점검하면서 시민들이 쓰레기를 수거해 쌓아 놓은 현장을 직접 촬영해 공개했다. 특히 쓰레기를 버리지 않고 집회 현장을 깨끗하게 유지하겠다는 의지 자체가 끝까지 평화시위로 이어지는 데 큰 몫을 했다고 덧붙였다.

김 구청장은 “정치적으로 혼란한 시기에 지자체가 국민을 돌보는 데 집중할 수 있었던 것은 지방자치의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모든 지자체장이 임명직일 때는 인사권자인 대통령만 쳐다보며 공무원이 일손을 놓았지만, 지방자치가 성숙한 지금은 혼란한 시기일수록 지자체에서 더 국민만 쳐다보고 일한다는 것이다. 그는 “국정농단 사태는 어려운 국민의 마음에 상처를 줄 수 있어 ‘우리나라는 우리 공무원이 지킨다’며 계속 주민들에게 희망적인 이야기를 했다”고 밝혔다.

윤창수 기자 geo@seoul.co.kr
2016-11-30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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