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위가에게 듣는 판례 재구성] <1> 민법:사정 변경의 원칙
수정 2014-02-17 04:15
입력 2014-02-17 00:00
매입한 개발 해제 토지 공공지로 편입 건물 못짓자 소송-사건 소개 및 판례 의의
‘계약은 지켜져야 한다’(pacta sunt servanda)는 법의 기본 원칙이다. 그런데 계약 체결 후에 당사자들이 전혀 예측하지 못했던 사정의 변경이 생겨서, 한 당사자가 계약을 이행하는 것이 매우 어렵게 된 경우에도 계약은 이행돼야 할까. ‘사정 변경의 원칙’이란 이 같은 예외적인 경우에는 계약을 이행하지 않거나 변경된 조건에서 이행해도 된다는 것이다.
우리 민법의 대원칙인 ‘신의성실의 원칙’(신의칙)과 관련된 것으로 사법 및 국제법에서 주로 문제가 되는 것이 ‘사정 변경의 원칙’이다. 외국에서는 성문법률이나 판례에 의해 사정 변경의 원칙이 인정되는 예가 많다. 그러나 국내에는 이에 관한 법 규정이 없고 그동안의 판례도 이를 인정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일반론으로서는 사정 변경의 원칙이 인정될 수 있음을 보여 준 중요한 판시가 있다. 2007년 3월 29일 대법원에서 선고된 ‘2004다31302 판결’이다.
1999년 7월 피고 제주시는 당시 건설교통부 장관으로부터 제주 지역의 개발제한구역 토지에 대해 ‘해제’ 결정을 받고 토지 입찰공고를 냈다. 원고는 이 땅에 음식점 등을 건축하기 위해 공매 예정가의 5배가 넘는 가격으로 토지를 낙찰받아 매매대금을 지급하고 2000년 2월 소유권 이전등기도 마쳤다.
다만 당시 실제 개발제한구역 해제는 원고가 소유권 등기를 마친 뒤 이뤄졌다. 그런데 이후 제주시는 이 사건 토지를 건축개발을 할 수 없는 공공공지로 편입했다. 원고는 건물을 지을 수 없는 사정 변경의 사유가 생기자 제주시에 계약 해제를 이유로 매매대금 반환을 청구했다. 원심 법원은 원고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그러나 대법원은 일반적으로는 사정 변경을 이유로 계약을 해제하는 게 가능하지만 이 사건에서는 해제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정리 최지숙 기자 truth173@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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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성실의 원칙 권리의 행사와 의무의 이행은 신의에 좇아 성실히 하여야 한다.(민법 제2조 1항)
2014-02-17 2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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