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치러진 ‘법학적성시험’ 과목별 출제 경향 살펴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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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12-07-26 00:12
입력 2012-07-26 00:00

언어이해 ‘파격’ 추리논증 ‘무난’ 논술문제 ‘독특’

지난 22일 전국 9개 지역 14개 학교에서 법학전문대학원 입학자격시험인 법학적성시험(LEET)이 치러졌다. 언어이해에서는 법학 분야 지문이 사라진 대신 동양고전철학 분야가 더해진 점, 추리논증에서는 수리 대신 논리가 강조된 점, 논술에서는 양자토론 형식 지문을 제시하고 한쪽 입장을 지지하도록 한 문제가 나온 점 등이 특징으로 꼽힌다. 이번 시험의 과목별 출제경향을 살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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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언어이해 영역도 이전 시험과 마찬가지로 다양한 분야의 지문이 등장했고 지식보다는 주어진 정보에 대한 이해·활용이 중시됐다. 특히 법학 분야 지문이 배제됐다. 지난해부터 교육과정평가원이 아닌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협의회)가 시험을 내 “법에 관한 문제의 출제 비중이 증가할 것”이라는 일부 수험가의 예측이 빗나갔다.

이번 시험에서 법학을 대신한 건 동양철학이다. 홀수형 13~15번 문제 지문은 중국 송나라 철학자 주희의 ‘심’(心)문제를 다뤘다. 13번은 심통성정론(心統性情論)에 대한 이해를 묻는 문제. 14번은 주희의 수양론, 15번은 수양론에서 나타난 주희의 문제의식에 대한 설명을 찾는 문제였다.

이주섭 합격의 법학원 언어이해 강사는 “LEET에 대비하려면 다양한 분야에 대한 관심을 갖고 사고력을 배양해야 한다는 것을 분명히 제시한 시험”이라고 평가했다. 또 이 강사는 “1~3회 시험과는 달리 지난해부터 언어이해는 거의 모든 문제가 정확한 이해와 충분한 사고가 필요한 까다로운 문제 위주로 구성됐다.”고 덧붙였다. “쉽게 출제했다.”는 협의회 측의 설명과 상반된다.이 강사는 “평소에 다양한 분야에 관심을 두고 소양을 쌓아야 한다.”고 말했다.

추리논증은 이중으로 해석할 수 있는 법규정을 지문에 제시한 문제가 많아진 것이 특징이다. 예비 법조인 선발 평가에 적합했다는 평가다. 분야별로 35문제 중 추리는 19문제, 논증은 16문제가 각각 출제됐다. 1~4회 시험에서는 추리 쪽에 치중됐는데 이번엔 균형이 맞춰졌다. 추리에서는 수리 문제가 사라졌고 논리 문제가 5개 출제된 것이 특징이다. 김재형 추리논증 강사는 “법조인에게 필요한 것은 상식적인 수준에서의 논리와 추론 능력이라는 점에서 ‘문제를 위한 문제’처럼 보였던 복잡한 수리 또는 논리 문제가 배제된 점은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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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증도 전과 달리 비판 쪽은 2문제만 출제됐고 법과 관련한 지문은 11개가 나왔다. 홀수형 11번은 “사이코패스는 연쇄살인범”이라는 논증의 문제점을 파악하는 문제다. 사이코패스이기 때문에 연쇄살인을 저질렀다는 결론을 내린 것은 “암묵적 전제를 요구해 결론을 도출했다.”고 한 5번 보기가 답이다.

문제유형은 이전과 같지만 다소 복잡해졌다는 평도 있다. 제시문은 하나가 하나의 논증으로만 구성되기보다 복수의 논증으로 구성되는 형식으로 주로 출제됐다. 홀수형 18번은 ‘최소한의 체험적 이익을 기대할 수 있다면 생명은 존중돼야 한다.’는 주장 A, ‘생명가치의 존중은 자기결정권을 바탕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 B, ‘생명을 무조건 보존하는 것이 곧 생명에 대한 존중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잘못이다.’는 주장 C 등 세 가지를 제시했다. 그러면서 상황을 뇌가 비정상적으로 작고 액체가 지나치게 많으며 척추가 심하게 튀어나오는 신체적 결함을 가진 ‘갑’의 상황과 알츠하이머병을 진단받고 이후 어떤 치료도 받지 않겠다고 서약한 ‘을’의 상황 등 두 가지를 제시했다. 그러고서 각각의 주장이 각각의 상황을 어떻게 판단할지를 ㄱ~ㄷ 세 가지 ‘보기’를 주고 바르게 추론한 것을 고르도록 했다. 김 강사는 “다수 주장을 서술한 글을 분석하기가 더 어렵다는 점에서 추리논증의 체감 난이도가 높았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논술의 답안 분량은 2문항을 합쳐 개별 제시문의 독해 난이도는 무난했다. 하지만 각 제시문을 비교, 쟁점을 찾고 비판점을 찾기가 관건이었다. 1번은 상대 주장을 비판하는 능력을 평가하는 문제였다. 갑과 을의 토론 형식의 지문을 제시한 것이 독특했다. 또 이전보다 어려웠다는 평이다. “현실에 안주하자.”는 갑의 주장을 비판하고 이에 반대하는 을의 입장을 지지·강화하는 문제였다. 2번 제시문은 민주주의와 인권의 관계에 대한 서로 다른 시각을 담은 세 입장의 글이었다. (가)는 민주주의를 인권을 지키기 위한 필수불가결한 조건으로 보고 (나)는 인권과 민주주의는 서로 평면을 달리하는 가치라고 보고 (다)는 인권이란 보편선을 보장하기 위한 수단으로서 민주주의를 보고 있다는 점을 비교정리해 자신이 어느 쪽 주장을 지지하는지를 밝히고 독창적인 근거를 들어 지지했다면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다.

김양진기자 ky0295@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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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7-26 2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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