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혁 변호사의 행정법 판례 강의 (36)] 공공계약 체결은 민사법원 관할 입찰공고는 변경 허용될 수 없어
수정 2013-07-11 00:00
입력 2013-07-11 00:00
공공 계약의 법적 성질에 관하여 ①국가 등이 사인과 대등한 지위에서 체결하는 것이고, 이를 규율하는 실체법 또한 사인의 경우와 마찬가지인 민법 기타 사법이며, 계약자유의 원칙, 신의성실의 원칙 등이 적용된다고 보는 견해(사법상 계약설) ②통치권의 행동으로 인하여 체결하는 계약은 행정의 일부분에 해당하고, 공법상 계약에 관해서는 민법뿐 아니라 공법적인 규정도 적용되어야 한다고 보는 견해(공계약설)로 대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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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교법적으로 독일, 프랑스, 미국 등에서 공공 계약의 공법적 성격을 강조하고, 재판 관할도 행정 소송의 관할권을 인정하고 있는 것과 달리, 우리나라 국가계약법의 규정 및 판례는 일관되게 공공계약의 성격을 사법상 계약으로, 재판 관할을 민사 법원으로 보고 있다.
오늘 살펴볼 대판 2005다41603판결은 공공 계약의 성격에 대해 논의할 단서를 제공하고 있다. 광주시는 그 소유 부동산에 관하여 ‘현 상태대로 매각한다’라는 내용으로 입찰공고를 한 이후, 낙찰자가 선정되고 광주시가 낙찰자로부터 낙찰대금 전액을 받은 다음, 그 계약서 작성 시에 비로소 매각 대상 토지 중 지목이 도로인 1필지를 일반인에게 무상으로 제공한다는 조항을 삽입할 것을 요구하였다.
이에 낙찰자가 불응하자, 광주시는 낙찰자가 10일 이내에 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았다고 하면서 입찰을 취소하였다.
먼저, 광주시와의 계약이 사법상 계약의 성질을 가지므로, 계약의 성립 시기는 계약서를 작성한 때에 해당한다(지방계약법 제11조). 따라서, 낙찰자의 결정으로 계약이 성립되는 것은 아니고, 낙찰자는 지자체에 대해 계약을 체결하여 줄 것을 청구할 수 있는 권리를 갖는 데 그친다(대판 94다41454).
이러한 점에서 국가(지방)계약법에 따른 낙찰자 결정의 법적 성질은 입찰과 낙찰행위가 있은 후에 더 나아가 본 계약을 따로 체결한다는 취지로서 계약의 편무예약에 해당한다(대판2002다46829, 46836). 따라서, 낙찰자의 결정으로 예약이 성립한 단계에 머물고 아직 본계약이 성립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계약의 목적물, 계약금액, 이행기 등 계약의 주요한 내용과 조건은 지자체의 입찰공고와 최고가 입찰자의 입찰에 의하여 당사자의 의사가 합치됨으로써 지자체가 낙찰자를 결정할 때에 이미 확정되는 것이다. 이를 넘어서 지자체가 계약의 주요한 내용 또는 조건을 입찰공고와 달리 변경하거나 새로운 조건을 추가하는 것은 이미 성립된 예약에 대한 승낙의무에 반하는 것으로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허용될 수 없다.
만약, 공공 계약을 공법상 계약으로 본다면, 위와 같은 경우 신뢰보호의 원칙 위반 등으로 바로 위법하다고 할 수 있겠으나, 사법상 계약으로 보는 한계로 인하여 신뢰보호의 원칙을 언급할 수는 없으나, 당사자의 권리구제를 위해 합리적인 결론을 도출한 것으로 보인다.
2013-07-11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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