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 앞을 스친 인간”…AI까지 속인 1초의 실재 [우주를 보다]

윤태희 기자
수정 2025-11-20 11:18
입력 2025-11-20 11:18
정렬 6번·점프 단 한 번…수개월 계산이 만든 초현실의 순간
마치 사람이 태양 표면 위를 가르며 추락하는 듯한 초현실적 사진이 공개되자 전 세계 소셜미디어(SNS)에서는 “인공지능(AI) 합성 아니냐”는 반응이 쏟아지고 있다. 그러나 이 장면은 실제 스카이다이버가 태양 원반 앞을 스쳐 지나간 단 몇 밀리초의 순간을 포착한 실제 장면이다.
작품명은 ‘이카로스의 추락(The Fall of Icarus)’이다. 태양 전문 촬영으로 유명한 미국 천체 사진작가 앤드루 매카시와 스카이다이버 가브리엘 브라운이 함께 만들어냈다.
뉴 아틀라스는 “생성형 AI로 무엇이든 만들 수 있는 시대에 오히려 인간의 창의성과 기술이 무엇인지 증명하는 사진”이라고 평가했다.
애리조나 오전 9시, 태양과 비행장치가 정확히 겹친 ‘정렬의 과학’
촬영팀은 지난 8일 오전 9시(현지시간) 미국 애리조나에서 촬영을 진행했다. 태양과 비행경로가 정확히 겹치는 지점을 찾기 위해 태양 위치 계산기(Solar Position Calculator)를 활용했다.
촬영 대상인 브라운은 낙하산에 소형 엔진을 장착한 동력 패러글라이더에서 약 1,070m 상공으로 뛰어내렸고 그 지점은 매카시의 카메라로부터 약 2,440m 떨어져 있었다. 그 결과 브라운은 카메라의 좁은 시야를 초고속으로 통과해 버려 타이밍 오차는 사실상 ‘0초에 수렴’해야 했다.
브라운은 “동력 패러글라이더의 무동력 활공 경로(glideslope)와 태양 각도, 안전한 탈출 고도까지 모두 계산해야 했다”며 “기체 실루엣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오포지션 효과(opposition effect)를 활용했고 3방향 무전으로 점프 시점을 초 단위로 맞췄다”고 말했다. 오포지션 효과는 태양을 정면에 둔 상태에서 기체가 일직선으로 놓일 때 그림자와 실루엣 대비가 극대화되는 광학 현상으로 태양 원반 속에서 기체 윤곽이 가장 또렷하게 드러나도록 하는 원리다.
비행 조정 6번…점프는 단 한 번뿐
뉴 아틀라스와 라이브사이언스에 따르면 촬영팀은 태양과 비행경로를 일치시키기 위해 6차례 비행 위치 조정을 반복했다.
하지만 실제 점프는 단 한 번만 가능했다. 낙하산을 다시 접고 안전 점검을 진행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이다.
매카시는 “여섯 번째 비행에서 태양·기체·카메라가 정확히 일직선으로 정렬됐다”며 “단 한 번의 점프로 그 순간을 완벽하게 잡았다”고 밝혔다.
그는 라이브사이언스 인터뷰에서 “내 경력에서 상위 5장(top 5)에 드는 사진”이라고 강조했다.
“태양은 익숙하지만 기체 추적은 훨씬 어려웠다”
매카시는 태양 촬영 전문가지만 이번 작업에서는 전혀 다른 난관에 직면했다.
바로 소형 동력 패러글라이더의 불규칙한 움직임이었다.
그는 “태양은 항상 같은 위치에 있지만 기체는 바람과 속도 변화에 따라 움직여 추적이 예상보다 훨씬 어려웠다”며 “태양 촬영에 익숙한 나에게도 완전히 새로운 도전이었다”고 말했다.
매체는 브라운이 착지 직후 매카시와 포옹하며 환호하는 장면도 공개해 화제를 모았다.
태양은 별도 촬영 후 정밀 정렬…채층까지 드러난 수소-알파 촬영 기법
사진 속 태양에는 흑점과 필라멘트뿐 아니라 채층(Chromosphere)의 소용돌이 구조까지 선명하게 나타난다.
채층은 태양 광구(photosphere) 바로 위에 놓인 붉은색 얇은 대기층으로 그 위의 코로나(corona)와 달리 태양 활동이 가장 활발하게 관측되는 영역이다.
이런 디테일은 매카시가 태양 전용 망원경과 수소-알파(Hydrogen-alpha) 필터로 촬영한 고해상도 이미지를 스카이다이버 장면과 정밀하게 결합해 구현한 것이다. 수소-알파 파장은 채층의 구조만 선택적으로 통과시키기 때문에 태양의 ‘표면 질감’을 그대로 드러낸다.
뉴 아틀라스는 “1억 5,000만 km 떨어진 채층의 디테일까지 살아 있는 것이 이번 사진의 완성도를 결정했다”고 평가했다.
머스크 “멋진 사진”, NASA 우주비행사 “와!”…SNS 반응 폭발
사진이 공개되자 SNS 이용자들은 “AI 합성 아니냐”는 의심을 가장 먼저 제기했다. 그러나 실제 촬영 과정이 오히려 더 큰 충격을 줬다.
일론 머스크는 자신의 엑스(X·옛 트위터)에 “멋진 사진(Nice shot)”이라고 남겼고 미 항공우주국(NASA) 우주비행사 돈 페티는 “와!”라며 감탄했다.
한 이용자는 “AI보다 더 AI 같다”고 했고 또 다른 이용자는 “이걸 계산한 사람이 있다는 게 더 놀랍다”고 평가했다.
브라운은 “몇 달의 계산, 하나의 점프, 몇 밀리초의 타이밍이 만든 작품”이라며 “내 인생 최고의 스카이다이빙이었다”고 말했다.
매카시의 화려한 이력…ISS·스페이스X·플라스마 기둥까지라이브사이언스는 매카시가 최근에도 태양을 배경으로 한 희귀 장면을 잇달아 기록해 왔다고 소개했다. 그는 태양 플레어가 폭발하는 순간 국제우주정거장(ISS)이 지나가는 장면을 포착했고 스페이스X 로켓이 태양 원반을 가르며 이동하는 순간도 사진으로 남겼다. 또 길이 약 160만 km에 이르는 거대한 플라스마 기둥을 촬영했으며 초고해상도 달 사진과 달이 화성을 가리는 ‘식(食)’ 현장까지 담아내며 독보적인 천체 촬영 실력을 보여 왔다. 2021년에는 이미지 15만 장을 합성해 3억 화소 태양 사진을 제작하기도 했다.
■ 알아두면 좋은 태양 정보
· 분류: G2형 항성
· 지구와의 거리: 약 1억5,000만 km
· 지름: 약 139만 km
· 질량: 지구의 약 33만 배
· 온도: 약 5,500℃
· 나이: 약 46억 년
· 분류: G2형 항성
· 지구와의 거리: 약 1억5,000만 km
· 지름: 약 139만 km
· 질량: 지구의 약 33만 배
· 온도: 약 5,500℃
· 나이: 약 46억 년
윤태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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