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큐로 보는 재일동포 무용가 배이화의 삶과 꿈
수정 2016-03-15 10:04
입력 2016-03-15 10:01
‘꽃처럼 있는 그대로’ 도쿄서 3월 19일∼4월 1일 상영

일본 사회의 소수민족 차별을 반대하고 공존·공생을 호소해온 재일동포 무용가의 삶을 소개한 다큐멘터리 영화가 일본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도쿄(東京) 신주쿠(新宿) 케이즈시네마에서 3월 19일부터 4월 1일까지 상영될 예정인 영화 ‘꽃처럼 있는 그대로’는 재일동포 2세인 배이화(63·여) 배이화한국무용학원 대표의 일상을 담담하게 영상에 담은 다큐멘터리다.
이 작품은 교토(京都)에 사는 배이화가 무용가, 자원봉사자, 인권 강사, 재일한국부인회 교토지방본부 가미쿄(上京)지부 회장 등으로 왕성하게 사회 활동을 벌이는 모습과 돌아가신 아버지를 그리는 심경 등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이 영화는 기획 단계부터 투자를 받지 않고 제작비 300만 엔(약 3천130만 원)을 전부 시민의 성금으로 충당해 화제가 됐다. 1장에 1천500엔인 제작협력권을 발행했는데, 2천 장이 6개월 만에 전부 매진됐다.
재일동포와 일본인으로 구성된 제작지원위원회가 지난해 2월에 결성돼 힘을 보탰다.
재일본대한민국민단 교토(京都)본부 부단장으로 제작지원위원회 대표를 맡은 하철야 씨는 “재일동포는 모두 차별을 견디며 일본 속에서 살아남은 존재이기에 ‘후세와 일본인에게 우리의 뿌리를 알리는 영화로 만들어보자’고 호소해 재일동포의 후원을 이끌어냈다”고 설명했다.
배이화는 8남매의 막내로 일본서 태어났다. 그는 언니 오빠가 모두 일본 학교에 다니는 것에 아버지가 낙담하는 것을 보고 중학교부터 조선학교를 다녔다. 그때부터 일본식 이름인 통명(通名)을 버리고 한국 이름을 고집했다.
고교 졸업 후 조선가무단에 들어가면서 무용가의 길을 걸은 그는 교토 시내에 무용학원을 설립해 재일동포와 일본인에게 한국무용과 장구 등 전통악기를 가르친다.
틈나는 대로 교토의 노인복지시설을 찾아 위문 공연을 펼치는 그의 또 다른 직함은 인권·평화교육 강사다. 교토, 시가(滋賀)현 등의 중·고교에서 300회 이상 인권 강연을 펼쳤다. 그는 강연에서 한국 전통음악과 무용을 소개하면서 재일동포가 일본으로 건너오게 된 유래와 차별의 역사를 전했다.
배이화는 자신의 이야기를 다큐로 만들게 된 것에 대해 “다큐멘터리 제안을 받고 이번 기회에 왜 우리가 일본에서 살 수밖에 없게 된 것인지 그 이유와 오늘날 재일동포 사회를 만들고자 희생해온 1세의 노고를 알릴 기회라 생각해 수락했다”고 밝혔다.
다큐멘터리 감독인 미나토 겐지로(港健二郞)가 직접 기획해 메가폰을 잡았고, 2014년 9월 제작에 들어가 지난해 6월에 편집본이 만들어졌다. 이후 교토와 오사카에서 시사회가 열려 매스컴의 주목을 받게 되면서 도쿄 상영이 결정됐다.
미나토 감독은 14일 연합뉴스와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배 대표를 통해 재일동포가 안고 있는 모순, 부조리에 대한 분노, 그리고 그 극복을 위해 힘쓰는 재일 2세와 3세의 삶을 표현하려고 했다”고 소개했다.
미나토 감독은 직접 비디오카메라를 들고 배이화와 동행하며 그의 일상을 담았다. 재일동포 1세로 일제강점기 강제연행돼 갖은 고생을 다하고 세상을 떠난 아버지 배학봉 씨의 일본 생활 초창기 흔적을 쫓는 모습도 촬영했다.
경북 의성군 출신인 아버지는 죽기 전 일본인 학자 쓰보우치 히로세(坪內廣淸)가 쓴 ‘모집이라는 이름의 강제연행-어느 재일 1세의 증언’이란 책에 자신의 체험담을 털어놓은 인물이다. 일본에 끌려와 수력발전소 건설 현장에서 노역에 시달리다가 탈출하는 등 온갖 차별을 견디며 일본에 정착한 이야기다.
미나토 감독은 “일본에는 전쟁 전부터 지금까지 재일동포에 대한 차별과 편견이 강하게 남아 있으며, 최근 보수 우익 세력이 저지르는 헤이트스피치(특정 인종·민족에 대한 혐오 발언)는 재일동포가 일본으로 건너와 정착하게 된 역사에 대한 무지에서 생겨난 것”이라면서 “‘꽃처럼 있는 그대로’는 현재 일본이 다문화 공생 사회로 나가려면 알아야 할 ‘자이니치(在日)는 무엇?’이라는 질문에 영상으로 답한 것”이라고 밝혔다.
영상=シネマトゥデイ/유튜브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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