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기 띄워!” 도피 16년만에 잡아왔다…필리핀서 49명 역대급 송환 [포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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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윤희 기자
권윤희 기자
수정 2025-09-04 17:43
입력 2025-09-04 17:43

보이스피싱 18명 등 사기 25명
200억 횡령 16년 최장기 도피자도
피해 국민 1332명·피해액 605억원
인천공항 경비 경력 100여명 배치
한국판 ‘콘에어’ 작전…역대급 송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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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도피사범, 인천공항 통해 대규모 송환
필리핀 도피사범, 인천공항 통해 대규모 송환 보이스피싱 범죄 등을 저지르고 필리핀 등으로 도망친 도피사범 49명이 3일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을 통해 송환되고 있다. 2025.9.3 연합뉴스


경찰당국이 필리핀에 도피해 있던 한국인 범죄자 49명을 일괄 강제송환하는 데 성공했다고 3일 발표했다. 이는 단일 국가를 대상으로 한 해외도피사범 송환작전 중 역대 최대 규모로 기록됐다.

이날 오후 4시 30분경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한 송환 대상자는 남성 43명, 여성 6명 총 49명이다. 대규모 송환으로 인해 별도의 전세기가 투입됐으며, 공항에는 대테러기동대를 포함한 경비인력 100여명이 배치돼 삼엄한 경계 속에서 송환 절차가 진행됐다.

사기·사이버범죄가 대부분…피해액만 605억원송환된 인원을 범죄 유형별로 살펴보면, 보이스피싱 등 사기 사범이 총 25명으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이 중 18명은 필리핀을 거점으로 보이스피싱 및 스미싱 범죄를 저질렀던 것으로 조사됐다.

사이버범죄 관련자도 17명에 달했으며, 이들은 주로 불법 도박장 개설 혐의를 받고 있다. 이외에도 특수상해 혐의의 조직폭력배를 포함한 강력사범 3명, 횡령·외국환거래법·조세범처벌법·성폭력처벌법 위반 등의 혐의자들이 각각 포함됐다.

이들의 범행으로 인한 피해 규모는 상당하다. 피해자만 1332명에 이르며 직접적인 금전 피해액은 약 605억원으로 집계됐다. 특히 이들이 운영한 불법 도박 사이트의 도금 규모는 무려 10조 7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장 16년 도피자도 검거…평균 도피기간 3년 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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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도피사범 대규모 송환
해외도피사범 대규모 송환 보이스피싱 범죄 등을 저지르고 필리핀 등으로 도망친 도피사범 49명이 3일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을 통해 송환되고 있다. 2025.9.3 연합뉴스


송환자들의 도피 기간을 분석한 결과, 평균 3년 6개월 동안 필리핀에 숨어지낸 것으로 확인됐다. 이 중 가장 오랫동안 도피해온 인물은 200억원 규모의 기업 자금을 횡령한 후 16년간 추적을 피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연령대별로는 평균 39세였으며, 최고령자는 63세, 최연소자는 24세였다. 인터폴 적색수배서가 발부된 대상자는 45명이었으며, 이들에 대한 국내 수사기관의 수배 건수만 총 154건에 달했다.

주목할 만한 사례로는 2018년부터 약 5조 3000억원 규모의 온라인 불법 도박사이트를 운영해온 조직원 10명도 이번 송환에 포함됐다. 또한 2024년 필리핀 세부에서 발생한 한국인 대상 강도상해 사건의 주범과 공범들도 함께 송환됐다.

4개월간 국제공조 작전…8년 만에 전세기 집단송환이번 대규모 송환작전에는 총 4개월의 준비 기간이 소요됐다. 지난 6월 한국 경찰관을 필리핀에 파견해 현지 당국과 함께 30여명 규모의 합동 수사를 진행했으며, 현지 주거지 급습을 통해 조직원들을 차례로 검거했다.

송환 과정에서는 국내 경찰관과 경찰병원 의료진 등 130여명이 동원됐다. 외교부, 국토교통부, 인천국제공항경찰단, 인천국제공항공사, 인천공항출입국관리소 등 10여개 국내 기관이 협력해 송환 작전을 뒷받침했다.

전세기를 이용한 한국 범죄자 집단송환은 8년 만에 이뤄진 것으로, 2017년 필리핀에서 47명을 송환한 이후 두 번째 사례다. 당시에는 영화 ‘콘에어’에 빗대어 ‘한국판 콘에어 작전’으로 불리기도 했다.

“필리핀은 더 이상 범죄자 도피처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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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서 도피사범 49명 ‘최대 송환’
필리핀서 도피사범 49명 ‘최대 송환’ 필리핀으로 도피한 보이스피싱 사범 등 49명이 한국으로 강제 송환됐다. 단일 국가 기준 최대 규모의 해외 도피사범 송환이다. 경찰청은 3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피의자 49명(남성 43명, 여성 6명)을 강제 송환했다고 밝혔다. 사진은 필리핀 현지 공항서 강제 송환되는 한국인 도피사범들. 2025.9.3 경찰청 제공


이상화 주필리핀 한국대사는 이날 마닐라 니노이 아키노 국제공항에서 현지 언론 브리핑을 개최했다. 필리핀 이민청장과 한국 경찰청 호송단장이 함께 참석한 이 자리에서 이 대사는 “한국과 필리핀은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바탕으로 필리핀이 더 이상 범죄자들의 도피처가 될 수 없음을 분명히 했다”고 강조했다.

이 대사는 이번 송환을 위해 필리핀 대통령실, 이민청, 법무부 등과 지속적인 교섭을 벌여 신병 인도 절차와 전세기 운항에 필요한 세부 사항들을 조율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준형 경찰청 국제협력관은 “해외를 도피처로 여기는 범죄자들에게 더 이상 안전한 은신처는 없다는 점을 분명히 보여주는 사례”라며 “앞으로도 해외 도피사범에 대한 추적과 검거 작업을 끝까지 이어가겠다”고 의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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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스피싱 사범 등 필리핀 도피 피의자 49명 일시 송환
보이스피싱 사범 등 필리핀 도피 피의자 49명 일시 송환 필리핀 현지에서 5조 원 규모의 불법 온라인 도박장을 운영하다 체포된 한국인 범죄조직 일당을 비롯한 필리핀 한국인 범죄 피의자 49명이 3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1터미널을 통해 송환되고 있다. 전세기까지 동원된 이번 일시송환은 단일 국가에서 동시에 이뤄진 최대 규모 해외 검거 사범 송환으로, 송환된 피의자 중 인터폴 적색수배가 발부된 대상자만 45명에 달하며 이들을 대상으로 국내 수사기관에서 내려진 수배는 총 154건에 이른다. 2025.9.3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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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공항으로 송환되는 도피사범들
인천공항으로 송환되는 도피사범들 보이스피싱 범죄 등을 저지르고 필리핀 등으로 도망친 도피사범 49명이 3일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을 통해 송환되고 있다. 2025.9.3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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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급’ 해외 도피 사범 송환 작전
‘역대급’ 해외 도피 사범 송환 작전 필리핀 현지에서 5조 원 규모의 불법 온라인 도박장을 운영하다 체포된 한국인 범죄조직 일당을 비롯한 필리핀 한국인 범죄 피의자 49명이 3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1터미널을 통해 송환되고 있다. 전세기까지 동원된 이번 일시송환은 단일 국가에서 동시에 이뤄진 최대 규모 해외 검거 사범 송환으로, 송환된 피의자 중 인터폴 적색수배가 발부된 대상자만 45명에 달하며 이들을 대상으로 국내 수사기관에서 내려진 수배는 총 154건에 이른다. 2025.9.3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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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범죄 사범 송환작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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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윤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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