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33)이 결국 토트넘 홋스퍼와 10년에 걸친 동행을 마무리한다. BBC와 스카이스포츠 등 주요 외신들은 손흥민의 이적 소식을 주요 뉴스로 전하며 차기 미국 메이저리그사커(MLS) 로스앤젤레스(LA) FC가 차기 행선지로 유력하다고 전했다.
손흥민은 지난 2일 열린 2025 쿠팡플레이 시리즈 기자회견에서 “올 여름 팀을 떠나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손흥민은 “새로운 환경이 필요하고, 새로운 동기를 통해 다시 시작하려고 했다”면서 “작별에도 좋은 시기가 있다고 생각하는데, 지금이 그때라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3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토트넘과 뉴캐슬 유나이티드 친선경기는 자연스럽게 손흥민이 토트넘 유니폼을 입고 팬들 앞에 서는 고별전이 됐다.
이적 결정은 손흥민과 토트넘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결과라고 할 수 있다. 토트넘으로선 계약기간이 2026년 여름까지였다. 1992년생인 손흥민의 나이를 고려하면 과거와 같은 폭발적인 득점력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토트넘으로선 올 여름이 이적료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일 수밖에 없다.
손흥민으로서도 새 감독 체제에서 입지가 좁아진 토트넘에 잔류하기 보다는 새로운 팀에서 경기감각을 유지해 내년에 열리는 월드컵 무대를 노리는 게 현실적인 선택이었다. LAFC가 유력한 차기 행선지인 이유도 2026 북중미 월드컵이 열리는 현장을 미리 경험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손흥민 역시 기자회견에서 차기 행선지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으면서도 “월드컵이 가장 중요하다. 마지막 월드컵이 될 수도 있기에 모든 것을 다 쏟아부을 수 있는 환경이 돼야 한다”는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다.
주요 외신들은 물론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사무국도 손흥민의 업적을 되새겼다. EPL 사무국은 홈페이지 머리기사에서 손흥민을 규정하는 세 가지로 ‘기록, 충성, 영광’을 꼽았다. 2021~22시즌 EPL 득점왕(23골) 등 손흥민이 세운 각종 기록, 10시즌 동안 토트넘을 위해 보여준 헌신, 2024~25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 우승으로 유럽 챔피언에 올랐다는 걸 되짚었다.
EPL 사무국은 유튜브를 통해 손흥민이 EPL에서 보여준 ‘최고의 움직임 11가지’ 영상도 공개했는데, 첫번째는 단연 2019년 12월 번리를 상대로 나온 ‘70m 질주’ 득점이었다. 손흥민은 이 득점으로 2019~20시즌 EPL ‘올해의 골’과 국제축구연맹(FIFA) 푸스카스상을 받았다.
손흥민은 토트넘 뿐 아니라 독일 분데스리가까지 15년에 걸쳐 유럽무대에서 뚜렷한 발자국을 남겼다. 함부르크에서 2010~11시즌에 프로무대에 데뷔한 뒤 세 시즌 동안 공식전 78경기 20골을 넣었고, 2013~14시즌 이후 레버쿠젠에서 세 시즌 동안 공식전 87경기 29골을 기록했다. 2015년 8월 토트넘으로 이적한 그는 데뷔 시즌 공식전 40경기 8골(EPL 4골)에 그치며 적응에 애를 먹었다. 하지만 2016~17시즌에는 공식전 47경기 21골(EPL 14골)로 맹활약하며 붙박이 골잡이로 자리잡았다.
손흥민은 2016~17시즌부터 2023~24시즌까지 EPL 8시즌 연속 두 자릿수 득점을 올렸고, 2021~22시즌에는 아시아 선수 최초로 EPL 득점왕(23골)에 오르며 정점을 찍었다. 토트넘에서 10시즌을 뛰는 동안 공식전 454경기 173골(EPL 127골·컵대회 19골·유럽클럽대항전 27골), 101도움으로 토트넘 역대 최다득점 부문 5위, 최다 출전 8위에 올랐다.
각종 개인 기록을 세웠지만 좀처럼 주요 대회 우승과 인연이 없어서 팬들로부터 ‘재능을 낭비하고 있다’는 소리까지 들었던 손흥민은 지난 5월 드디어 유로파리그 우승을 차지하면서 꿈에 그리던 메이저대회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리며 명실상부한 세계 축구계를 대표하는 선수임을 입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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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국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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