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시민 의견 수용해 ‘판교 봇들저류지 복합개발’ 백지화

  • 기사 소리로 듣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공유하기
  • 댓글
    0
한상봉 기자
한상봉 기자
수정 2026-02-11 08:18
입력 2026-02-11 08:18

도심 속 저류지 현 상태 존치 결정
국비 290억원 지원 사업 전면 중단
“이례적”…市“주민 삶의 질 우선”

이미지 확대
존치하기로 결정한 판교 봇들저류지 모습
존치하기로 결정한 판교 봇들저류지 모습
경기 성남시가 정부 지원을 받아 추진해 온 판교 봇들저류지 복합개발사업을 주민 반대 의견을 수용해 전면 중단하기로 최종 결정했다. 대규모 국비가 투입되는 개발사업을 백지화하고 기존 저류지를 그대로 존치하기로 한 결정이어서 주목받고 있다.

성남시는 10일 시정조정위원회를 열어 분당구 삼평동 667 일대 1만 5222㎡ 규모의 판교 봇들저류지 복합개발사업을 중단하고, 저류지를 현 상태로 유지하기로 했다고 11일 밝혔다.

이번 사업은 판교테크노밸리 인근의 직주근접형 주거 공급을 목표로 추진돼 왔다. 저류지 상부 공간을 활용해 공동주택 342가구와 일자리연계형 청년지원주택 304가구 등 총 646가구의 주거시설을 짓고하고, 공공도서관·창업센터·특화거리 등을 함께 건립하는 대규모 복합개발 계획이었다.

특히 이 사업은 지난해 1월 정부의 ‘2024년 하반기 일자리연계형 지원주택 공모사업’에 선정되면서 국비 등 약 290억원의 재정 지원이 확정됐다. 행정안전부 투자심사 면제와 행정절차 간소화 혜택까지 받으며 사업 추진에 탄력이 붙은 상태였다.

시는 설계공모를 거쳐 올해 기본 및 실시설계에 착수하고, 2028년 착공해 2030년 준공을 목표로 사업을 본격화할 계획이었다. 이를 위해 관련 용역비로 이미 3억원가량이 투입되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해 10월 첫 주민설명회 이후 상황이 급변했다. 삼평동·백현동 일대 주민들이 교통혼잡 심화, 자연환경 훼손, 도시경관 저해, 인구 증가에 따른 주거환경 악화 등을 이유로 강하게 반대하고 나서면서 사업 추진에 제동이 걸렸다.

일부 주민들은 “판교테크노밸리 근무자 상당수가 고소득 직장인이어서 임대주택 입주 자격에도 부합하지 않는다”며 청년지원주택 공급 필요성 자체에 의문을 제기했다. 이후 열린 추가 설명회에서도 주민들은 저류지를 개발하지 말고 현재와 같이 유지해 줄 것을 거듭 요구했다.

시는 지난달 26일 삼평동 행정복지센터에서 주민설명회를 열어 의견을 다시 수렴했고, 당시 신상진 시장은 “주민 의견을 충분히 반영해 시정조정위원회를 통해 최종 결론을 내리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후 지난달 29일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도심 주택공급 확대 및 신속화 방안’에 따라 성남시 내 2곳에 신규 공공주택지구 조성이 추진되는 등 주택공급 여건이 변화한 점도 이번 결정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성남시는 주민 반대 여론과 지역 여건 변화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대규모 국비 지원이 수반된 수익성 개발사업을 과감히 포기하는 결단을 내렸다.

이번 결정으로 봇들저류지는 기존 기능인 우수 저류 역할을 계속 수행하면서, 평시에는 주민들의 체육활동과 여가활동을 위한 열린 공간으로 유지된다.

시 관계자는 “개발 이익보다 주민 삶의 질과 지역 환경을 우선 고려한 결정”이라며 “앞으로도 주요 정책 추진 과정에서 시민 의견을 최우선으로 반영하겠다”고 말했다.

지방자치단체가 막대한 국비 지원과 행정적 특례가 보장된 사업을 주민 요구에 따라 스스로 포기한 사례는 이례적이다.

한상봉 기자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Q.
기사를 다 읽으셨나요? AI 퀴즈로 핵심 점검!
성남시는 판교 봇들저류지 복합개발사업을 어떻게 했나?
많이 본 뉴스
원본 이미지입니다.
손가락을 이용하여 이미지를 확대해 보세요.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