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비얼러스!”…정장 차림 젤렌스키에 트럼프 감탄, 웃음 번진 회담장 [핫이슈]

윤태희 기자
윤태희 기자
수정 2025-08-19 11:23
입력 2025-08-19 11:23
│전투복 벗고 정장 택한 젤렌스키…“외교적 메시지” 평가
│2월 고성 충돌과 달리 웃음으로 시작…그러나 본질은 그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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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이 2025년 8월 18일(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에 도착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맞이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이 2025년 8월 18일(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에 도착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맞이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전투복 대신 올블랙 정장을 입고 백악관을 찾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그의 차림새를 보며 “파비얼러스(FAAABULOUS)!”라고 외치며 감탄했고, 회담장은 웃음으로 물들었다. 트럼프가 사용한 파비얼러스는 ‘환상적이고 멋지다’는 의미의 영어 단어 패뷸러스(fabulous)에서 비롯됐다. 트럼프 특유의 길게 끄는 억양 탓에 파비얼러스처럼 들려 일부 언론은 풍자적으로 이렇게 과장 표기했다.

“믿을 수 없다. 마음에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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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이 2025년 8월 18일(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에 도착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맞이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이 2025년 8월 18일(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에 도착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맞이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18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 현관에서 정장을 차려입은 젤렌스키 대통령을 맞으며 넥타이를 가리키고 “믿을 수 없다, 마음에 든다”고 말했다.

이어 브라이언 글렌 기자가 “오늘은 정장이 참 멋지다”고 말하자 트럼프 대통령이 곧바로 “나도 같은 말을 했다”고 맞장구쳤다. 그는 이어 기자의 발음을 흉내 내듯 크게 “파비얼러스!”를 외쳤고 과장된 억양 덕분에 이 표현이 회담장의 상징처럼 남았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당신은 지난번과 같은 정장을 입었지만 나는 이번엔 옷을 바꿨다”고 농담을 던졌고 회담장은 다시 웃음으로 가득 찼다.

정장의 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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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25년 8월 18일(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 집무실(오벌오피스)에서 회담하고 있다. 이날 회담에는 유럽 정상들도 동참해 ‘의지의 연합(coalition of the willing)’을 자처하며 러시아의 공세 종식을 위한 방안을 논의했다. AFP 연합뉴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25년 8월 18일(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 집무실(오벌오피스)에서 회담하고 있다. 이날 회담에는 유럽 정상들도 동참해 ‘의지의 연합(coalition of the willing)’을 자처하며 러시아의 공세 종식을 위한 방안을 논의했다. 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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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25년 8월 18일(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 집무실(오벌오피스)에서 회담에 참석하고 있다. 이날 회담에는 유럽 정상들도 동참해 러시아의 공세 종식을 위한 해법을 논의했으며, 이들은 스스로를 ‘의지의 연합(coalition of the willing)’이라 칭했다. AFP 연합뉴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25년 8월 18일(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 집무실(오벌오피스)에서 회담에 참석하고 있다. 이날 회담에는 유럽 정상들도 동참해 러시아의 공세 종식을 위한 해법을 논의했으며, 이들은 스스로를 ‘의지의 연합(coalition of the willing)’이라 칭했다. AFP 연합뉴스


젤렌스키 대통령은 2022년 러시아 침공 이후 국제무대에서 줄곧 전투복 차림을 고수했다. 이번 정장 착용은 단순한 복장 변화가 아니라 미국과 유럽 정상들에게 새로운 외교적 메시지를 던진 것으로 평가된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를 “분위기 전환의 신호탄”으로 규정하며 젤렌스키가 회담 초반부터 긴장을 완화하는 효과를 거뒀다고 분석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 역시 정장 착용 자체를 “외교적 상징 행위”로 해석했다.

나토 아닌 ‘안보 보장’AP통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은 반대했지만, 유럽 주도의 안보 보장을 미국이 지원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는 트럼프가 나토 확대를 경계하는 동시에 유럽의 책임 분담을 압박하는 메시지로도 읽힌다.

유럽의 집단 외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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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왼쪽부터),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 알렉산데르 스투브 핀란드 대통령,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 마르크 뤼테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사무총장이 2025년 8월 18일(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 포이어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왼쪽부터),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 알렉산데르 스투브 핀란드 대통령,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 마르크 뤼테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사무총장이 2025년 8월 18일(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 포이어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이번 회담에는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 등이 동행했다. 외신들은 이들을 “젤렌스키의 백업(back-up)”이라 부르며, 지난 2월의 충돌 재연을 방지하고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전략적 동행이라고 해석했다.

웃음 뒤에 남은 갈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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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2025년 8월 18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백악관에서 열린 회담에서 발언하고 있다. 회담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 알렉산데르 스투브 핀란드 대통령 등이 참석해 러시아 전쟁 종식을 위한 협의를 진행했다. 로이터 연합뉴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2025년 8월 18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백악관에서 열린 회담에서 발언하고 있다. 회담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 알렉산데르 스투브 핀란드 대통령 등이 참석해 러시아 전쟁 종식을 위한 협의를 진행했다. 로이터 연합뉴스


비록 이번 회담은 웃음과 농담으로 시작됐지만, 긴장감은 여전히 짙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알래스카에서 회담했지만 휴전 합의에 실패했다. 그는 “세계 3차 대전을 도박하지 말라”는 발언을 거듭하며 강경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FT, AP, WSJ 등 주요 외신은 공통으로 “젤렌스키의 정장 외교가 단기적으로는 회담 분위기를 바꿨지만, 본질적 갈등은 여전히 풀리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윤태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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