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강력 허리케인 멀리사, 카리브해 덮친다…미군 6000명 작전 충돌 우려 [핫이슈]

윤태희 기자
윤태희 기자
수정 2025-10-28 11:19
입력 2025-10-28 11:19

트럼프 행정부, 베네수엘라 인근 마약 단속 중 재난 대응 시험대
WP “구호체계 약화로 인도적 위기 겹칠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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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은 10월 27일 위성영상에 포착된 초강력 5등급 허리케인 ‘멀리사’의 중심부로, 폭풍이 자메이카 서쪽으로 이동하고 있다. 오른쪽은 미국 구축함 그래블리함이 10월 26일(현지시간) 트리니다드토바고 포트오브스페인 항에 입항하는 모습이다. 허리케인 접근으로 미 해군 전단 일부는 항로를 조정했으며 카리브해 일대에서는 미군의 마약 단속 작전이 계속 진행 중이다. CSU/CIRA & NOAA · AP 연합뉴스
왼쪽은 10월 27일 위성영상에 포착된 초강력 5등급 허리케인 ‘멀리사’의 중심부로, 폭풍이 자메이카 서쪽으로 이동하고 있다. 오른쪽은 미국 구축함 그래블리함이 10월 26일(현지시간) 트리니다드토바고 포트오브스페인 항에 입항하는 모습이다. 허리케인 접근으로 미 해군 전단 일부는 항로를 조정했으며 카리브해 일대에서는 미군의 마약 단속 작전이 계속 진행 중이다. CSU/CIRA & NOAA · A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주도하는 중남미 마약 카르텔 소탕 작전이 초강력 허리케인 멀리사와 맞닥뜨리며 인도적 위기로 번질 가능성이 커졌다.

워싱턴포스트(WP)는 27일(현지시간) “자메이카 남쪽 해역에서 시속 160마일(약 257㎞)의 강풍을 동반한 5등급 허리케인 멀리사가 북상 중이며 미군 전함 8척과 병력 약 6000명이 인근 해역에서 작전을 수행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베네수엘라 인근과 동태평양에서 마약선박을 타격하는 군사 작전을 이어가고 있다. 이 지역에는 해병대원과 해군 장병 4500명이 탑승한 강습상륙함 이오지마함 전단이 배치됐다. 이 전단은 재난 구호와 위기 대응 경험이 풍부한 부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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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27일 위성영상에 포착된 초강력 5등급 허리케인 ‘멀리사’의 이동 모습. 폭풍은 자메이카를 향해 서진하고 있다. 출처=CSU/CIRA & NOAA
10월 27일 위성영상에 포착된 초강력 5등급 허리케인 ‘멀리사’의 이동 모습. 폭풍은 자메이카를 향해 서진하고 있다. 출처=CSU/CIRA & NOAA


허리케인 멀리사는 자메이카를 정면으로 덮칠 전망이다. 30~40인치(약 76~101㎝)의 폭우가 예보됐고 산사태와 홍수 위험이 크다. 이미 아이티와 도미니카공화국을 강타했으며 쿠바 동부와 바하마도 경로에 포함됐다. 스페인어권에서는 이 폭풍을 ‘멜리사’로 부른다.

미 해군 함정 이동…“작전 영향은 제한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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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구축함 그래블리함이 2025년 10월 26일(현지시간) 트리니다드토바고 포트오브스페인 항에 입항하고 있다. 현지에서는 미군과 트리니다드토바고국방군(TTDF)의 합동 군사훈련이 진행 중이다. AP 연합뉴스
미국 구축함 그래블리함이 2025년 10월 26일(현지시간) 트리니다드토바고 포트오브스페인 항에 입항하고 있다. 현지에서는 미군과 트리니다드토바고국방군(TTDF)의 합동 군사훈련이 진행 중이다. AP 연합뉴스


미국 군사 전문 매체 워존(TWZ)에 따르면 카리브해 마약 단속 임무에 투입된 미 해군 전함 여러 척이 허리케인 멀리사를 피하기 위해 항로를 조정했다. 미 해군 관계자는 “현재 기상 정보와 예보 모델에 따라 계속 판단을 내리고 있다”며 “병력과 가족의 안전이 최우선”이라고 말했다.

해군 전단에는 이오지마함과 산안토니오함 등 상륙함 3척을 비롯해 구축함 제이슨 더넘·스톡데일·그래블리, 순양함 레이크 에리, 연안전투함 위치토가 포함됐다. 이 전력은 CH-53 수송헬기와 MV-22 오스프리 등 항공자산을 운용할 수 있으며, 필요하면 구호물자 수송과 인명 구조도 수행할 수 있다.

트리니다드 해역 긴장 고조…베네수엘라 “도발적 행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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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리니다드토바고 해안경비대 순찰정이 2025년 10월 27일(현지시간) 포트오브스페인 항에 정박한 미국 구축함 그래블리함  주변 해역을 경계하고 있다. 트리니다드토바고의 캄라 퍼사드-비세서르 총리는 베네수엘라가 미국 군함 입항을 이유로 공동 가스 개발 사업 중단을 위협하자 이를 일축했다. AFP 연합뉴스
트리니다드토바고 해안경비대 순찰정이 2025년 10월 27일(현지시간) 포트오브스페인 항에 정박한 미국 구축함 그래블리함 주변 해역을 경계하고 있다. 트리니다드토바고의 캄라 퍼사드-비세서르 총리는 베네수엘라가 미국 군함 입항을 이유로 공동 가스 개발 사업 중단을 위협하자 이를 일축했다. AFP 연합뉴스


구축함 그래블리는 트리니다드토바고의 포트오브스페인 항에 기항해 합동훈련을 진행 중이다. 트리니다드토바고 주재 미 대사관 대리대사는 “이번 훈련은 초국가적 범죄 대응과 인도적 협력, 안보 역량 강화를 목표로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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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리니다드토바고의 수도 포트오브스페인은 베네수엘라 해안에서 불과 약 40㎞도 떨어져 있지 않다. 구글어스
트리니다드토바고의 수도 포트오브스페인은 베네수엘라 해안에서 불과 약 40㎞도 떨어져 있지 않다. 구글어스


그러나 베네수엘라 외교부는 이를 “위험하고 도발적인 행동”이라고 비판했다. 트리니다드 해안은 베네수엘라 본토에서 불과 40㎞ 남짓 떨어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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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8월 7일 제작된 합성 사진. 왼쪽은 2025년 7월 9일 워싱턴DC에서 촬영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오른쪽은 2024년 7월 31일 카라카스에서 촬영된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의 모습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2025년 9월 20일 “미국으로 강제 이송된 베네수엘라인들을 즉시 송환하라”며 “거부할 경우 대가가 헤아릴 수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AFP 연합뉴스
2025년 8월 7일 제작된 합성 사진. 왼쪽은 2025년 7월 9일 워싱턴DC에서 촬영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오른쪽은 2024년 7월 31일 카라카스에서 촬영된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의 모습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2025년 9월 20일 “미국으로 강제 이송된 베네수엘라인들을 즉시 송환하라”며 “거부할 경우 대가가 헤아릴 수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AFP 연합뉴스


트럼프 행정부는 마두로 정권을 ‘마약 테러 조직’으로 규정하고 수배 중인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에게 현상금 5000만 달러(약 715억 원)를 내걸었다.

항모 제럴드 R. 포드도 합류…공중전력까지 투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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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해군 항공모함 제럴드 R. 포드함(USS Gerald R. Ford)이 2025년 10월 1일 지브롤터 해협을 통과하고 있다. 미국 해군 제공
미 해군 항공모함 제럴드 R. 포드함(USS Gerald R. Ford)이 2025년 10월 1일 지브롤터 해협을 통과하고 있다. 미국 해군 제공


미 해군 항모 제럴드 R. 포드함과 일부 항모전단도 라틴아메리카 해역으로 이동 중이다. 미 국방부는 “트럼프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초국가적 범죄조직 해체와 마약 테러 대응 임무를 수행 중”이라며 “남부사령부 작전 구역 내 감시와 차단 역량을 강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 공군의 B-1B 랜서 폭격기 2대도 북다코타주 그랜드포크 공군기지에서 이륙해 푸에르토리코 남쪽 상공을 지나 베네수엘라 인근으로 향했다.

워존은 “이 폭격기들은 직접적인 마약 단속보다 마두로 정권을 겨냥한 정치적 경고 메시지로 해석된다”고 분석했다.

재난과 작전 사이…트럼프 행정부의 시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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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10월 26일(현지시간) 트리니다드토바고 포트오브스페인 항에 정박한 미 구축함 그래블리함이 상공에서 촬영된 모습. 이번 방문은 워싱턴이 지역 내 마약 카르텔 단속을 강화하는 가운데 베네수엘라 해안 인근에서 진행되는 합동훈련의 일환이다. AFP 연합뉴스
2025년 10월 26일(현지시간) 트리니다드토바고 포트오브스페인 항에 정박한 미 구축함 그래블리함이 상공에서 촬영된 모습. 이번 방문은 워싱턴이 지역 내 마약 카르텔 단속을 강화하는 가운데 베네수엘라 해안 인근에서 진행되는 합동훈련의 일환이다. AFP 연합뉴스


미국은 오랫동안 카리브 지역 재난 발생 시 구조와 구호 활동을 지원해왔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는 올해 수십억 달러 규모의 해외 원조 예산을 삭감하고 국제개발처(USAID)를 해체해 국무부에 흡수했다. WP는 “이 조치로 인해 신속한 인도적 대응이 지연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보수 성향 싱크탱크 허드슨연구소의 브라이언 클라크 선임연구원은 “미군은 재난 대응과 마약 단속을 동시에 수행할 능력이 있다”며 “트럼프 행정부가 어떤 우선순위를 택하느냐가 이번 사태의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 남부사령부 공보실장 이매뉴얼 오티즈 대령은 “병력은 폭풍 상황에 대비해 경계를 강화했다. 필요하면 다양한 시나리오에 즉각 대응할 수 있다”고 밝혔다.

허리케인 멀리사가 자메이카를 향해 접근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마약전쟁’이 자연재해와 충돌하는 복합 위기로 번지고 있다. 현지 언론은 이번 사태가 트럼프 행정부의 외교·국방 우선순위를 시험하는 ‘정치적 폭풍’이 될 수 있다고 전망한다.

윤태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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