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 영웅 軍馬 ‘레클리스 하사’를 기억합니다!

한상봉 기자
수정 2025-06-26 00:55
입력 2025-06-26 00:55
연천 백학광장서 추모행사 열려
탄약 수송 美해병대 전사에 기록
“용기·헌신은 한·미 동맹의 상징”

6·25 한국전쟁 당시 전장을 누비며 미 해병대의 탄약을 수송한 군마 레클리스 하사를 기리는 추모행사가 지난 24일 경기 연천 백학광장에서 열렸다.
레클리스는 경기도 일대에서 서식하던 우리나라 말로 한국전쟁 중 미 해병 제5연대 2대대에 배속돼 활약했다. 당시 연천 백학·철원 백마고지 전투를 비롯해 가장 전투가 치열했던 중부전선에서 51차례 걸쳐 무려 9t이 넘는 탄약을 운반하는 단독 임무를 완수했다. 한번은 하루 만에 왕복 35회를 오가며 4t에 가까운 탄약을 수송해 전투를 지속할 수 있게 만든 일화는 지금도 미 해병대 전사에 기록돼 있다.
병사들은 포탄이 빗발치는 전장에서도 겁을 먹지 않고 탄약을 실은 채 수차례 언덕을 오르내리며 곁을 지킨 레클리스에게 식량은 물론 커피와 맥주까지 나눌 정도로 전우애가 남달랐다고 한다. 다친 상태에서도 임무를 완수한 레클리스는 생포된 북한군 포로들조차 경탄케 한 ‘용맹한 말’이었다.
이 같은 공로로 레클리스는 미 해병대 역사상 말로서는 처음 정식으로 하사 계급을 부여받았고, 군번까지 받는 영예를 얻었다. 전쟁 후에는 미국으로 이송돼 군마로 생을 마감했다. 레클리스는 오늘날까지도 미 해병대에서 ‘용기와 헌신의 상징’으로 회자된다. 이날 추모행사에서는 레클리스의 전장을 재현한 영상 상영, 소프라노 김진아의 헌정공연, 해병대 군악대와 의장대의 특별 퍼포먼스, 제9보병사단 박앤드류준호 상병의 마상 공연이 이어졌다. 레클리스의 동상과 활동 기록은 연천 고랑포구역사공원 내 역사문화전시관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계삼 경기도 균형발전기획실장은 “레클리스는 한국전쟁이라는 비극의 역사 속에서도 빛난 한미 동맹의 상징”이라며 “그 정신은 오늘날에도 평화와 안보의 소중함을 일깨워주는 교훈이 된다”고 말했다. 행사에는 김규창 경기도의회 부의장, 방성환 농정해양위원장, 김수용 해병대 제2사단 부사단장, 피터 앵크니 주한미해병대 부사령관, 오대석 제25보병사단 부사단장, 류호국 연천부군수 등 300여명이 참석했다.
글·사진 한상봉 기자
2025-06-26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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