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외공관 경직성경비 예산 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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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10-02-13 00:00
입력 2010-02-13 00:00
1월초 류성걸 기획재정부 예산실장은 유럽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지난해 12월31일 국회에서 가까스로 2010년 예산안이 통과된 직후였다. 통과되기 직전까지 예산안 처리가 불투명해 초유의 준(準)예산 준비까지 겹치는 등 예산실 관계자들은 어느 해보다 숨가쁜 12월을 보낸 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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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류 실장이 한가롭게 휴가를 간 것은 아니다. 외교통상부의 요청으로 터키와 우즈베키스탄, 그리스, 포르투갈, 네덜란드 등 5개국 대사관을 열흘 동안 둘러보는 빡빡한 일정으로 출장을 떠난 것이다. 사정은 이렇다. 지난해 4월 추경예산 편성과정에서 “고통을 분담하고 허리띠를 졸라매라.”는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의원들의 요구가 빗발쳤다. 애초 외교부는 2009년도 본예산 편성 때 달러당 1100원으로 잡았던 기준환율을 1300원으로 올려 환차손에 대비하려고 했다. 3월 초 원·달러환율이 1570원까지 치솟는 등 환율 변동폭이 컸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회 논의 과정에서 환차손에 대비해 증액하려던 예산의 절반이 삭감됐다. 환율이 껑충 뛰면 신규 사업을 유보할 수도 있는 다른 부처와 달리 외교부는 재외공관의 임차료·인건비 등 필수 경비가 많아 어려움이 많았다. 외교부에서 이례적으로 “(예산실에서) 직접 와서 상황을 봐달라.”고 요청한 이유다. 2010년도 예산안은 이미 확정됐지만, 예산실 관계자가 현장의 목소리를 듣는다면 장기적으로는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특히 류 실장이 이번에 방문한 곳은 우리와 외교·전략적 특수관계에 있거나 현안이 걸린 나라들이 대부분이다. 이슬람 카리모프 대통령이 방한 중인 우즈베키스탄은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관계를 다져가고 있다. 터키는 원자력발전소 및 K-9 자주포 수출 등 현안이 있다. 현지 공관의 역할이 중요한 것은 당연했다.

재정부 관계자는 “재외공관에서 도저히 줄일 수 없는 경직성 사업비들이 있는데 예산 부족으로 인력채용이나 노후장비 교체를 못해 어려움을 겪는 모습을 눈으로 확인했다.”면서 “2011년 예산을 편성하면서 즉각 조치해야 할 필요성을 느꼈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까지는 짬이 안나 현장을 볼 기회가 없었다.”면서 “감사원이 재외공관 감사를 나가는 것처럼 예산 담당자도 현장을 꼼꼼히 살펴야 낭비를 막고, 꼭 필요한 만큼의 예산을 짤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2010-02-13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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