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재득 성동구청장 반짝반짝 ‘창조행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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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13-06-05 00:00
입력 2013-06-05 00:00

50억성동교 확장 7억원에 OK 그 비법은 발품과 아이디어!

“개통식 같은 것도 하지 말고 되는 대로 차량부터 통행시키라고 했어요. 그런데 그렇게 했더니 새로 만들었는데 새 맛이 안 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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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재득 성동구청장
고재득 성동구청장
티 내기 싫어 아이디어를 냈는데 막상 진짜 티가 나지 않으니 서운했을까. 느릿느릿 농담 한마디 툭 던지고는 씩 웃는다.

고재득 성동구청장은 2010년 취임 때부터 성동교를 늘리고 싶었다. 한양대에서 강남 쪽으로 빠져나가는 길목이어서 늘 퇴근길 정체를 빚었고, 여기서 한번 밀리면 왕십리길까지 주차장을 방불케 했다. 게다가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고 있던 행당동 쪽에서 차를 몰고 나갈 경우 엎친 데 덮친 격이었다. 진입램프 하나 더 만들고, 차선 1개를 늘리기만 해도 숨통을 틔울 수 있으리라 여겼는데 쉽지 않았다. 한 해 집행할 수 있는 건설 예산이 10억원인데 공사에 필요한 땅을 사들이고 어쩌고 하면 사업비만 40억~50억원대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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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유지 교환으로 돈 한 푼 들이지 않은 진입 램프 부지.  성동구 제공
구유지 교환으로 돈 한 푼 들이지 않은 진입 램프 부지.
성동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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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도를 넓히며 사라진 보도의 보강 때 덧댄 T자(원) 받침대.  성동구 제공
차도를 넓히며 사라진 보도의 보강 때 덧댄 T자(원) 받침대.
성동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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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인도였던 것을 차도로 바꿔 교통 체증을 줄인 성동교. 성동구 제공
원래 인도였던 것을 차도로 바꿔 교통 체증을 줄인 성동교.
성동구 제공
기회가 찾아왔다. 인근에 서울숲 갤러리아포레 건물이 들어서 교통개선분담금 10억원을 손에 넣었다. 재빨리 머리를 굴렸다. 우선 행당동에서 성동교로 올라설 램프를 설치하려면 행당중학교에서 26억원 들여 땅을 사들여야 해 지적도를 모두 뒤져 학교 부지에 들어간 구유지를 찾아냈다. 구 입장에서는 쓸 수도 없는 땅으로 행당중 부지와 맞바꿀 수 있었다. 토지 매입비나 보상비를 한 푼도 들이지 않았다. 재무과 전 직원을 동원해 학교 부지를 샅샅이 훑은 결과다. 장영각 토목과장은 “단순히 차선을 늘렸을 뿐 아니라 램프까지 설치했는데 이 덕분에 차량 통행에도 숨통을 틔웠다. 중랑천까지 도보나 자전거 흐름도 원활해져 주민 반응이 더 좋다”고 말했다.

그다음 다리 공사에서 또 아이디어를 냈다. 다리에 도로 하나 더 넓히는 게 쉽지 않다. 안전을 무시할 수 없으니 차선 하나 더 늘리려면 다리 자체를 다시 보강해야 할지도 모른다. 비용은 더 크게 불어나게 된다. 그래서 원래 다리를 고스란히 이용하자는 제안을 내놨다. 다리 위 보도를 없애 차도로 만들었다. 원래 다리 설계 때 포함된 부분이니 하중을 충분히 감당해 낼 수 있었다. 인도는 차도로 바뀐 예전 인도 옆에다 덧댔다. 무게를 버티기 위해 다리 아래 T자형 받침대 일부를 연장했다. 비용 절감 차원에서 가로등과 안전펜스 같은 것도 기존의 것을 고스란히 재활용했다.

결국 7억원만 추가로 들여 성동교 확장 공사를 해결한 셈이다. 고 구청장은 “교통 체증을 풀고 보행 환경을 개선했다는 점에서 아주 만족스럽다. 무엇보다도 어려운 재정 상황에서 자치구들이 한정된 예산으로 어떻게 사업을 추진해 나가느냐에 대한 좋은 예로 본다”고 말했다.

조태성 기자 cho1904@seoul.co.kr

2013-06-05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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