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가영, 속옷 패션으로 공항 등장해 논란 “낯뜨겁다” “공공시설 예의 아냐” 지적 多 2010년 전후 신조어 된 ‘공항 패션’ 부작용 패션 브랜드 홍보 목적…공항을 ‘런웨이’로 일정 공유한 팬들 몰리며 혼잡·갈등 빚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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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문가영이 지난 17일 인천국제공항에 ‘공항 패션’으로 입고 나타나 논란이 된 돌체앤가바나 여성 속옷 ‘새틴 & 레이스 슬립’과 모델 착용샷. 가격은 220만원이다. 돌체앤가바나 공식 홈페이지 캡처
“너무 속옷 같다 했는데 진짜 속옷이었다니… 왜 공공장소에서….”(온라인 커뮤니티 ‘더쿠’의 한 이용자)
최근 유명 여배우가 속옷 차림으로 공항을 활보하는 일이 벌어지면서 연예인들의 이른바 ‘공항 패션’이 또 한 번 도마에 올랐다. 수많은 공항 이용객들에게 불편만 끼치는 그들만의 ‘돈벌이 이벤트’가 수년째 반복되고 있는 데 대해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배우 문가영(29)이 지난 17일 해외 일정 참석차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을 통해 출국하며 선보인 ‘속옷 패션’은 연예매체 보도 등을 통해 사진이 퍼진 후 소셜미디어(SNS)와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 논란이 됐다. 문가영의 외모나 패션에 대한 칭찬보다는 부적절한 옷차림을 비판하는 부정적인 반응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문가영은 이날 올블랙 패션으로 공항 포토존에 섰다. 논란은 이날 언더웨어(속옷)인 슬립을 겉옷처럼 입은 것에서 비롯됐다. 슬립 위에 오버사이즈 재킷을 걸치긴 했지만, 한쪽 어깨는 드러내고 최대한 오픈한 스타일로 걸치기만 해 안에 입은 슬립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해당 슬립은 화려한 레이스 등으로 속옷임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는 디자인이었으며, 복부 등 부위는 속살이 들여다보이는 시스루로 파격을 더했다.
문가영은 해당 패션 브랜드 앰배서더(홍보대사)로 활동하면서 이전에도 신체 노출이 많은 패션을 수차례 선보인 바 있지만, 이번에는 그 장소가 패션쇼 행사장 등이 아닌 공공장소라는 점이 논란의 핵심이었다.
온라인 커뮤니티 ‘82쿡’에서는 “재킷 벗어야 하는 보안검색대에선 그야말로 속옷 차림이겠다”, “브랜드 이미지마저 천박하게 느껴진다”, “아무리 앰배서더라도 속옷을…보는 내가 다 부끄럽다” 등 낯뜨거운 패션이라는 지적이 많았다. 다만 일부 82쿡 이용자들은 “앰배서더라 착실히 자기 일 한 거다”, “돈 받고 입어주는 건데 뭔가 문제냐” 등 광고성 활동의 일환이니 문제없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배우 문가영이 패션 브랜드 돌체앤가바나 앰배서더(홍보대사)로 활동하면서 파격 패션을 선보여 화제다. 문가영 인스타그램 캡처
또 다른 커뮤니티 더쿠에서도 관련 글에 수백개 이상 댓글이 달린 가운데 “남자가 코트 안에 팬티만 입고 나온 거랑 다를 바 없다”, “저렇게 (다른 나라) 입국하면 세컨더리룸(심층심사실) 끌려간다” 등 지적이 잇따랐다. 소수 반대 의견으로 “겉옷 입어서 그런가 그냥 원피스 같다”, “불편하다는 사람이 흥선대원군 같다” 등 각자의 패션을 존중해야 한다는 댓글이 달리자 여기에는 “공공시설을 이용할 때 예의라는 게 있다” 등 반박도 이어졌다.
노출 수위나 복장의 적절성 논란보다 더 큰 문제는 이번과 같은 파격 패션이 나오게 된 배경이다. 2010년 전후로 인기 연예인의 해외 스케줄까지 챙기는 극성팬들의 사진에서 처음 주목받기 시작한 공항 패션은 이후 신조어로 굳어질 만큼 널리 쓰이게 되면서 언젠가부터 연예인과 패션 브랜드, 그리고 일부 연예매체가 각자의 이익을 위해 협력하는 하나의 광고 형태가 됐다.
예를 들어 어떤 유명 명품(사치품) 브랜드 앰배서더인 10대 아이돌이 머리부터 발끝까지 해당 브랜드 신제품들로 꾸미고 와 공항 포토존에 서면 미리 일정을 공유받고 대기하던 기자들과 팬들은 고화질 사진을 찍어 올린다. 팬 사이트나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 아이돌이 걸친 제품의 모델명과 가격 등 세부 정보가 일목요연하게 정리돼 사진과 함께 공유된다. 여기에는 ‘너무 예쁘다’, ‘사고 싶다’ 등 바이럴인지 진짜 구매 의사인지 모를 반응들이 이어지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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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국토교통부와 인천국제공항공사·한국공항공사 항공 통계를 종합하면 올해 상반기 국내 공항에서 국제선 항공편 탑승객이 4600만명을 넘어서며 상반기 기준 역대 최대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 붐비는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 면세점 모습.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 2025.7.6 연합뉴스
문제는 이같은 홍보 행사가 일반 이용객들로 붐비는 공항에서 진행된다는 점이다. 이를 위해 연예인의 출국 일정이 공유됨으로써 이들을 보기 위해 몰려든 팬들로 공항이 혼잡이 빚어지며, 이 과정에서 연예인 경호원과 공항 이용객 사이에 충돌이 생기는 일도 최근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
한 더쿠 이용자는 “슬립이 문제가 아니라 해외 브랜드들이 이런 식으로 한국에서만 공항 패션이라면서 홍보하는 게 문제다. 공항이 런웨이냐”며 공공장소를 사실상 광고 촬영장으로 무상 이용하는 행태를 근절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유튜브의 관련 영상에도 “의류 협찬 받아서 홍보 해야 될 때 소속사가 출국을 공식 일정으로 잡아서 이런 사태가 난다”, “사진이 돈이라서 연예인들 돈 벌려서 시민들한테 불편 주고 있는 거다” 등 비판이 잇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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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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