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 겹겹이 껴입고 냉골서 잠 청해… 씻기도, 화장실도 참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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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승혁 기자
수정 2026-01-21 01:14
입력 2026-01-21 01:14

쪽방촌 주민에겐 더 가혹한 겨울

“차라리 밖이 더 따뜻할 때도 있어
공용 화장실까지 가는 것도 고역”

당분간 한파… 오늘 최저 영하 17도
“옷이란 옷은 다 껴입어야 해요. 안 그러면 병 나요. 추위만 막을 수 있다면 뭐든 걸쳐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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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용산구 동자동 쪽방촌 주민 고병덕씨가 집안에서도 추위를 견디기 위해 패딩 점퍼 위에 커다란 가죽 재킷까지 겹쳐 입고 있다(왼쪽 사진). 오른쪽 사진은 고씨가 거주하는 쪽방 모습. 문이 제대로 닫히지 않아 틈새로 찬바람이 끊임없이 들어온다. 유승혁 기자
서울 용산구 동자동 쪽방촌 주민 고병덕씨가 집안에서도 추위를 견디기 위해 패딩 점퍼 위에 커다란 가죽 재킷까지 겹쳐 입고 있다(왼쪽 사진). 오른쪽 사진은 고씨가 거주하는 쪽방 모습. 문이 제대로 닫히지 않아 틈새로 찬바람이 끊임없이 들어온다.
유승혁 기자


20일 서울 용산구 동자동 쪽방촌. 방문을 열자 성인 남성 한 명이 겨우 몸을 누일 수 있는 좁은 방이 모습을 드러냈다. 웃풍을 막으려 벽지를 여러 겹 덧댄 흔적이 보였지만, 얇은 문 틈새로 찬바람이 스몄다. 패딩 점퍼 위에 커다란 가죽 재킷까지 겹쳐 입은 고병덕(78)씨는 “여기서 산 지 5년 됐는데 겨울만 되면 보일러를 틀어도 바닥이 냉골”이라며 이불을 머리끝까지 끌어올렸다.

서울 지역 체감기온이 영하 18도까지 떨어진 이날 쪽방촌에선 집 안에서도 패딩 점퍼를 입은 주민들을 쉽게 볼 수 있었다. 벽이 얇고 건물이 오래돼 냉골이나 다름 없었기 때문이다. 주거 취약계층은 유난히 길고 매서운 이번 한파를 온 몸으로 견디고 있었다.

층마다 공용 화장실은 하나뿐이고, 온수마저 나오지 않다 보니 일상마저 사실상 멈췄다. 고씨는 “겨울엔 화장실 가는 게 제일 고역”이라며 “추워서 웬만하면 가지 않게 된다. 씻고 싶어도 참다 보니 피부가 간지러울 때도 많다”고 말했다.

인근 서울역 쪽방상담소에는 공용 샤워실이 있지만, 언덕 꼭대기에 있다 보니 눈이라도 오면 노인은 물론이고 젊은 사람도 길이 미끄러워 이동이 쉽지 않다고 한다. 주말과 휴일에는 샤워실 문도 닫는다. 일찌감치 ‘주말 목욕’을 포기했다는 신백철(60)씨는 “평일엔 상담소에서 씻지만 주말엔 방법이 없다”면서 “뭐, 사람이 꼭 매일 씻어야 하나”라고 씁쓸하게 웃었다.

영등포 쪽방촌도 사정은 비슷하다. 20년째 연탄으로 겨울을 버텨왔다는 조상현(56)씨는 “이번 겨울은 유독 더 춥다”고 말했다. 그는 “연탄을 때도 방이 차서, 차라리 밖에 나가 햇볕을 쬐는 게 더 따뜻할 때도 있다”며 “차가운 물로 설거지하고 샤워하는 게 매년 겨울마다 가장 힘들다”고 털어놓았다.

아예 노숙인 쉼터를 찾아 나선 사람들도 있다. 영등포구의 한 쉼터에서 만난 김용준(73)씨는 “단칸방이 너무 추워 도저히 있을 수가 없었다”면서 “집에 웅크리고 있느니 따뜻한 밥 한 끼라도 먹을 수 있는 곳을 찾지 싶어 한 시간 동안 지하철을 타고 왔다”고 말했다.

박승희 성균관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초고령사회와 높은 노인 빈곤율을 고려해 취약계층의 주거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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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겨울 최강 한파에 남한강도 ‘얼음’… 주말 지나야 ‘땡’ 24절기 중 마지막인 대한(大寒)을 맞은 20일 전국 최저기온이 영하 20도까지 내려가는 등 이번 겨울 최강 한파가 찾아온 가운데 경기 양평군 두물머리 주변 남한강이 하얗게 얼어붙어 있다. 이번 추위는 주말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보됐다. 연합뉴스


한편 영하권을 밑도는 추위는 한동안 계속될 전망이다. 이날 오전 서울 기온은 영하 11.8도까지 떨어졌다. 기상 관측망이 전국에 확충된 1976년 이후 2004년(영하 16.0도), 1976년(영하 14.2도), 1983년(영하 12.0도)에 이어 4번째로 서울 최저기온이 낮았다. 21일 전국 아침 최저기온은 영하 17~영하 4도, 낮 최고기온은 영하 6~영상 3도로 예보됐다. 22일은 아침 최저기온이 영하 19도~영하 5도까지 곤두박질치며 추위가 정점에 달하겠다.

유승혁·김임훈 기자
2026-01-21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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