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한 확보 먼저” vs “올해 6월 통합”…경남·부산 행정통합 시기 논쟁 격화

이창언 기자
수정 2026-02-10 17:16
입력 2026-02-10 17:07
신중 검토와 신속 추진 논쟁 확산
경남도, 정부 권한 이양·주민투표 강조
청와대 찾아 단체장 공동 건의문 전달
통합 기본법 제정, 대통령 간담회 제안
전국적으로 광역 행정구역 통합이 가속화되는 상황에서 경남·부산 행정통합을 두고 ‘신중 검토’와 ‘신속 추진’이 맞서며 논쟁이 확산하고 있다.
신중한 검토를 말하는 경남도는 실질적인 권한 이양과 주민투표를 통한 정당성 확보를 행정통합 전제 조건으로 들고 있다. 반대로 정부가 제시한 행정통합 혜택은 우선 받고 재정·권한 이양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며 신속 추진 목소리도 나온다.
경남도와 부산시는 10일 오후 청와대를 찾아 ‘행정통합 관련 광역자치단체장(경남·부산·대전·충남) 공동 건의문’을 전달하고 정부의 적극적인 역할을 요청했다.
이번 건의문은 지난 2월 2일 열린 ‘광역자치단체 통합 관련 시도지사 연석회의’ 합의사항에 따른 후속 조치다. 건의문은 김영삼 경남도 정책기획관과 경윤호 부산시 정무특별보좌관이 대통령실 정무수석비서관에게 직접 전달했다.
공동 건의문에는 지자체 간 물리적 결합을 넘어 통합 광역자치단체가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룰 수 있도록 하기 위한 3대 핵심 요구 사항이 담겼다.
우선 지역별 특별법 추진으로 말미암은 혼선과 행정력 낭비를 막을 수 있도록 국가 차원의 ‘행정통합 기본법’을 제정해 전국 공통 기준과 로드맵을 마련해 달라고 요구했다.
또 통합 지자체가 스스로 미래를 결정할 수 있도록 인사·조직권 확대, 개발 인허가권 전폭 이양, 국세의 지방세 전환 등을 통해 ‘지방정부 수준의 자치권과 재정 분권’을 보장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아울러 부처 간 칸막이를 허물 수 있도록 대통령 주재 긴급 간담회 또는 공개회의 등 ‘직접 소통의 장’ 마련도 제안했다.
김영삼 경남도 정책기획관은 “홍콩·상하이·두바이와 같은 세계적 특별구 사례처럼 통합 자치단체 위상과 자치권이 담보되어야 다극 체제가 실현될 수 있다”며 “행정통합은 국가 구조를 새롭게 정비하고 지역 주도의 균형 발전을 이끄는 계기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양 시·도는 향후 국회와 정부를 상대로 공동 대응을 이어갈 방침이다.
경남 찾은 김경수 지방시대위원장
올 6월 부산경남 행정통합 필요성 강조
“정부 지원 받고 권한 이양 병행 추진”
주민투표 대신 여론조사+의회 동의 제안반면 이날 김경수 지방시대위원장은 경남도의회 프레스센터를 방문해 오는 6월 부산경남 행정통합을 이뤄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정부가 파격적인 지원(4년간 20조원 등) 방침을 내놓은 후 전국적으로 행정통합 논의에 가속도가 붙었다”며 “경남과 부산만큼은 2028년 통합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는데, 재고를 요청한다”고 말했다.
이어 “오는 6월 통합과 2028년 통합은 엄청난 차이가 있다”며 “공공기관 이전, 대기업 투자 유치(10대 그룹 5년간 지방 270조 투자) 등을 고려했을 때 오는 6월 통합과 2028년 통합은 단순히 시기상으로 2년 늦춰지는 게 아니라 20년 이상 (지역 경쟁력이) 뒤처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김 위원장은 경남도가 행정통합 전제 조건으로 내세운 정부의 실질적인 권한 이양과 주민투표를 대체·보완할 두 가지 방안도 제시했다.
김 위원장은 “경남과 부산은 재정·권한의 확실한 이양과 자치분권에 대한 확실한 보장을 말하고 있다”며 “이는 병행 추진하면 된다고 본다. 지역 소멸 위기 속 정부의 파격적인 지원은 그대로 받아 급한 불을 끄고 그 과정에서 필요한 재정·권한 이양을 병행 추진하면 된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는 권역별 통합이 이뤄지면 특별지방행정기관도 이양하겠다고 했다”며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 통합해 정부의 권한을 받을 수 있는 준비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주민투표 대안으로는 ‘여론조사+지방의회 동의’를 제안했다.
김 위원장은 “(행정통합 과정에서) 주민 동의 절차는 반드시 필요하다”며 “다만 그것이 꼭 주민투표여야 하는지, 무려 400억원 이상의 예산이 드는 주민투표를 끝까지 고집해야 하는지 고민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주민들의 의사를 대규모 여론조사를 통해서 확인하고 그 여론조사 결과를 지방의회가 동의하는 그런 절차로도 주민 투표에 준하는 주민 의사 확인 절차를 밟을 수 있다”며 “이러한 의견에 대해 여러 쟁점과 이견이 있을 수 있으나, 충분한 협의와 논의를 통해 얼마든지 정리하고 지혜를 모을 수 있으리라 본다”고 밝혔다.
경남도 “제대로 된 행정통합 추진할 것”
‘주민투표로 정당성 확보’ 재확인하기도김 위원장 제안에 경남도는 ‘부실한 행정통합보다는 제대로 된 통합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냈다.
도는 “정부에서 통합시기에 따른 불이익이 없다고 밝힌 만큼 경남도에서는 착실히 준비해서 제대로 된 통합을 하겠다”며 “지방의회 의견 청취 후 국회 통합법안 심사가 진행 중임에도 대전광역시의회에서 대전·충남 행정통합 주민투표 촉구 결의안이 의결되는 등 성급한 통합 추진으로 인한 갈등이 표출되고 있다. 이를 타산지석으로 삼겠다”고 말했다.
도는 또 주민투표는 대규모 여론조사로 결코 대체 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도는 “여론조사는 여론 수렴의 한 방식에 불과하며 주민투표를 대신할 수 있는 절차가 아니다”며 “주민 손을 직접 거치지 않은 결정은 자치 분권의 흐름에 역행하는 일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창원 이창언 기자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Q.
기사를 다 읽으셨나요? AI 퀴즈로 핵심 점검!
경남·부산 행정통합에 대한 두 입장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