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의 드론엔 북한 폭탄, 트럼프의 손엔 머뭇대는 토마호크 [핫이슈]

윤태희 기자
윤태희 기자
수정 2025-10-17 10:14
입력 2025-10-17 10:14

英 보고서 “러, 北 폭탄 드론 사용”…트럼프는 군사 대신 외교 해법 모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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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025년 8월 15일 미국 알래스카 엘멘도프-리처드슨 합동기지에서 열린 회담에서 악수하고 있다. 두 정상은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만났다. 로이터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025년 8월 15일 미국 알래스카 엘멘도프-리처드슨 합동기지에서 열린 회담에서 악수하고 있다. 두 정상은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만났다. 로이터 연합뉴스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남부에서 북한산 집속탄을 장착한 소형 드론을 사용한 사실이 확인됐다.

집속탄은 하나의 포탄에 여러 소형 폭탄을 넣어 넓은 지역에 흩뿌리는 무기다. 불발률이 높아 민간인에게 피해를 주는 지뢰처럼 작용한다.

북한이 러시아에 제공하는 군수품이 포탄과 미사일을 넘어 이런 무기로 확대됐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16일(현지시간) “영국의 무기추적단체 분쟁군비연구소(CAR·Conflict Armament Research)가 공개한 보고서에서 러시아가 북한제 폭탄을 개조해 일인칭 시점(FPV) 드론 공격에 활용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보도했다.

현장에서 확인된 북한산 폭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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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남부 헤르손 인근에서 회수된 러시아 FPV 드론의 탄두로 사용된 북한산 집속탄 자탄. 탄피 안쪽에는 ‘주89(2000년)’로 표기돼 있으며, 영국 무기추적단체 CAR(분쟁군비연구소)가 현장에서 확인했다. 출처=분쟁군비연구소
우크라이나 남부 헤르손 인근에서 회수된 러시아 FPV 드론의 탄두로 사용된 북한산 집속탄 자탄. 탄피 안쪽에는 ‘주89(2000년)’로 표기돼 있으며, 영국 무기추적단체 CAR(분쟁군비연구소)가 현장에서 확인했다. 출처=분쟁군비연구소


CAR 조사팀은 지난달 23일 우크라이나 헤르손 인근에서 격추된 러시아 드론을 분석해 북한산 집속탄의 자탄이 드론에 부착된 사실을 확인했다. 폭탄에는 주체 89년(2000년) 표식이 있었고, 3D 프린터로 제작한 점화기 거치대와 전기 기폭장치를 추가해 개조한 모델이었다.

조사단은 이 폭탄이 미국이 1991년 걸프전에서 사용한 이중목적개량재래식탄(DPICM) M42 대장갑용 자탄을 모방해 만든 것으로 분석했다. 이 폭탄은 인명 살상용 파편과 장갑 관통용 성형작약 효과를 동시에 낸다.

CAR의 데이미언 스플리터스 연구원은 “3D 프린터로 정밀 설계한 부품이 포함된 점을 보면 단순한 현장 개조가 아니라 조직적이고 체계적인 개량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北-러 군사협력 확대 증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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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열린 전시회 ‘어깨동무’(Shoulder to Shoulder) 개막식 현장. 한 방문객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함께 찍힌 사진 앞을 지나가고 있다. 이 전시는 1945년부터 현재까지 이어진 양국의 동맹 관계를 조명한다. 타스 연합뉴스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열린 전시회 ‘어깨동무’(Shoulder to Shoulder) 개막식 현장. 한 방문객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함께 찍힌 사진 앞을 지나가고 있다. 이 전시는 1945년부터 현재까지 이어진 양국의 동맹 관계를 조명한다. 타스 연합뉴스


CAR는 이번 발견이 북한 방위산업이 러시아의 전쟁 수행에 직접 연결돼 있음을 보여주는 물적 증거라고 밝혔다. 보고서는 양국 간 무기 이전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1718·1874·2270호에 따라 명백한 제재 위반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북한은 이미 러시아에 화성-11가·나(KN-23·24) 단거리 탄도미사일과 포탄, 병력을 지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에는 소형 드론 전투에 맞춘 폭탄까지 제공한 것으로 드러났다. 우크라이나는 해당 폭탄을 ‘JU-90’으로 명명했다.

트럼프, 토마호크 지원에 “아직 결정 안 해”…2주 내 푸틴과 정상회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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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해군 순양함 ‘USS 케이프 세인트 조지’에서 발사되는 토마호크 순항미사일(TLAM)의 모습. 2003년 3월 23일 촬영된 사진으로, 토마호크는 미 해군의 대표적인 장거리 정밀타격용 미사일이다. 미 해군 제공/로이터 연합뉴스
미 해군 순양함 ‘USS 케이프 세인트 조지’에서 발사되는 토마호크 순항미사일(TLAM)의 모습. 2003년 3월 23일 촬영된 사진으로, 토마호크는 미 해군의 대표적인 장거리 정밀타격용 미사일이다. 미 해군 제공/로이터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통화하며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과 무역 문제를 논의했다. 두 정상은 미·러 고위급 회의 뒤 2주 내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정상회담을 열기로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을 통해 “푸틴 대통령과 매우 생산적인 대화를 나눴다”며 “우리는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미·러 무역 관계와 평화 구축 방안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의 토마호크 순항미사일 지원 요청을 푸틴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직접 언급했다고 소개했다. 그는 “나는 ‘당신의 적에게 토마호크 수천 발을 줘도 괜찮겠느냐’고 물었다. 그는 그 생각을 좋아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토마호크를 많이 갖고 있지만 우리도 필요하다”며 즉각적인 지원 결정은 내리지 않았다고 밝혔다.

러시아 크렘린궁의 유리 우샤코프 외교정책 보좌관은 “푸틴 대통령이 토마호크 미사일 지원은 평화적 해결 전망과 미·러 관계 모두에 심각한 손상을 줄 것이라고 강조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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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2025년 10월 2일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열린 유럽정치공동체(EPC) 정상회의 당일 메테 프레데릭센 덴마크 총리와 공동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2025년 10월 2일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열린 유럽정치공동체(EPC) 정상회의 당일 메테 프레데릭센 덴마크 총리와 공동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은 17일 백악관에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만나 통화 내용을 전달하고 향후 휴전 논의를 이어갈 예정이다. 그는 “푸틴 대통령이 중동 평화 성취에 대해 축하를 전했고, 나는 이번 경험이 우크라이나 종전 협상에도 도움이 되리라 믿는다”고 말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중동 휴전 중재에 이어 우크라이나 전선에서도 휴전 중재자로 나서며 외교 무게중심을 유럽으로 확장하고 있다.

러시아가 북한산 무기를 드론전에 활용하고 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군사적 압박보다 외교적 해법을 우선시하며 전쟁 종식 협상에 집중하는 기조를 보이고 있다.

윤태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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