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원하나? 끝장 보게 될 것”…푸틴, 유럽 향해 초강경 경고 [핫이슈]

윤태희 기자
윤태희 기자
수정 2025-12-03 11:03
입력 2025-12-03 11:03

종전안 수정 두고 유럽 비판…쿠슈너 동석한 미·러 5시간 협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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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일(현지시간) 모스크바 크렘린궁 상원궁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특사 스티브 위트코프, 사위 재러드 쿠슈너와 회담 중 미소 짓고 있다. AP 연합뉴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일(현지시간) 모스크바 크렘린궁 상원궁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특사 스티브 위트코프, 사위 재러드 쿠슈너와 회담 중 미소 짓고 있다. AP 연합뉴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유럽 국가들이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을 위한 미국 주도의 노력을 가로막고 있다고 비난하며 “유럽이 전쟁을 원한다면 러시아는 즉시 준비돼 있다”고 경고했다.

2일(현지시간) 로이터·AP통신,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이날 모스크바 투자포럼 연설에서 “우리는 유럽과 싸울 계획이 없다고 수백 번 말했다. 그러나 유럽이 우리와 싸우고 싶다면 지금 당장 준비돼 있다”고 밝혔다.

푸틴 “유럽은 평화 아닌 전쟁의 편”푸틴 대통령은 “유럽은 평화의 편이 아닌 전쟁의 편에 서 있다”며 “그들이 시도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종전 제안 변경은 전체 평화 과정을 막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러시아가 절대 수용할 수 없는 요구를 알고도 내세우고 있다”며 “최근 제안된 변경안을 용납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그는 유럽이 우크라이나 평화 절차 붕괴의 책임을 러시아에 떠넘기려 한다고도 지적했다. 이어 흑해에서 최근 발생한 러시아 유조선 공격을 언급하며 “우크라이나를 바다에서 완전히 차단하는 것도 고려하고 있다”며 “우리를 공격하는 나라들의 선박에도 대응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우크라 지원국 유조선도 표적 될 수 있어”푸틴 대통령은 또 최근 흑해에서 잇따른 러시아 유조선 공격에 대해 “가장 근본적인 해결책은 우크라이나를 바다에서 완전히 차단하는 것”이라며 “그렇게 되면 해상에서의 해적 행위는 불가능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는 일부 국가들의 유조선이 러시아의 ‘그림자 선단’을 겨냥한 공격에 관여하고 있다”며 “그들 선박에도 대응 조치를 취하겠다”고 경고했다.



로이터통신은 푸틴이 사실상 ‘우크라이나 지원국의 해상 물류선도 보복 표적이 될 수 있다’는 경고를 내놓은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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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보안국(SBU)이 공개한 영상에서 11월 29일(현지시간) 튀르키예 인근 흑해 해상에서 화재가 발생한 화물선에서 연기가 치솟고 있다. 우크라이나 측은 이 장면이 러시아 제재 유조선을 겨냥한 해상 드론 공격이라고 주장했다. AFP 연합뉴스
우크라이나 보안국(SBU)이 공개한 영상에서 11월 29일(현지시간) 튀르키예 인근 흑해 해상에서 화재가 발생한 화물선에서 연기가 치솟고 있다. 우크라이나 측은 이 장면이 러시아 제재 유조선을 겨냥한 해상 드론 공격이라고 주장했다. AFP 연합뉴스


앞서 미국 군사 전문 매체 워존(TWZ)은 지난달 말 흑해에서 러시아 유조선 한 척이 공중 공격으로 손상됐다고 보도했으며 이는 우크라이나 해상 드론이 러시아 석유 수출망을 겨냥해 확전 수위를 높이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된다고 전했다.

트럼프 특사·사위와 5시간 ‘종전안 회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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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오른쪽 세 번째)이 2일(현지시간) 모스크바 크렘린궁 상원궁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특사 스티브 위트코프(왼쪽 두 번째), 사위 재러드 쿠슈너(왼쪽 세 번째) 등과 회담하고 있다. 오른쪽 네 번째는 유리 우샤코프 외교정책 보좌관, 맨 오른쪽은 키릴 드미트리예프 특사. AP 연합뉴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오른쪽 세 번째)이 2일(현지시간) 모스크바 크렘린궁 상원궁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특사 스티브 위트코프(왼쪽 두 번째), 사위 재러드 쿠슈너(왼쪽 세 번째) 등과 회담하고 있다. 오른쪽 네 번째는 유리 우샤코프 외교정책 보좌관, 맨 오른쪽은 키릴 드미트리예프 특사. AP 연합뉴스


이 같은 발언은 곧이어 크렘린궁에서 열린 트럼프 대통령의 스티브 위트코프 특사와 맏사위인 재러드 쿠슈너 등과의 회담 직전에 나왔다. 회담은 약 5시간 동안 진행됐고 러시아 측에서는 유리 우샤코프 외교정책 보좌관과 키릴 드미트리예프 특사 등이 배석했다.

드미트리예프 특사는 회담을 “생산적이었다”고 평가했지만, 구체적인 결과는 밝히지 않았다. 우샤코프 보좌관은 “아직 해야 할 일이 많다”며 “우크라이나 위기 해결에 더 가까워지지도 더 멀어지지도 않았다”고 말했다.

미·우크라 협의 기반 ‘19개 항 종전안’ 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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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025년 8월 15일(현지시간) 알래스카 앵커리지의 엘멘도르프-리처드슨 합동기지 활주로에 도착해 악수하고 있다. 푸틴 대통령의 이번 알래스카 방문은 2022년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첫 서방국가 방문이었다. AF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025년 8월 15일(현지시간) 알래스카 앵커리지의 엘멘도르프-리처드슨 합동기지 활주로에 도착해 악수하고 있다. 푸틴 대통령의 이번 알래스카 방문은 2022년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첫 서방국가 방문이었다. AFP 연합뉴스


이번 회담은 지난달 30일 플로리다에서 진행된 미·우크라 고위급 협의 결과를 토대로 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애초 러시아에 유리하다는 비판을 받은 28개 항의 종전안을 수정해 19개 항으로 축소했으나 러시아는 여전히 영토 통제권과 군사력 제한 등 핵심 사안에서 양보하지 않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우리는 평화를 원한다. 그렇다면 왜 즉시 협정에 서명하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반면 유럽과 우크라이나는 러시아가 평화 협상을 지연시키며 유럽을 배제하고 트럼프 행정부와의 직접 거래를 시도한다고 비판하고 있다.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NATO) 고위 관계자는 WSJ에 “동맹은 단결돼 있으며 러시아는 유럽에서 나토를 물리칠 만한 병력 규모나 군사력을 갖추지 못했다”고 일축했다.

이번 회담은 올해 8월 알래스카 정상회담 이후 미·러 간 가장 직접적인 접촉으로 트럼프 대통령이 추진하는 ‘우크라이나 종전 로드맵’의 향방을 가늠할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윤태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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