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 “짐승 아니다”…英 난민 임시숙소 성범죄 피고인, 체포 순간 눈물 [포착]

윤태희 기자
윤태희 기자
수정 2025-08-28 17:26
입력 2025-08-28 17:26
이미지 확대
영국 에식스주 에핑에서 경찰에 체포되는 에티오피아 출신 난민 하두시 케바투의 모습. 출처=영국 왕립검찰청(CPS)
영국 에식스주 에핑에서 경찰에 체포되는 에티오피아 출신 난민 하두시 케바투의 모습. 출처=영국 왕립검찰청(CPS)


영국 난민 임시숙소에서 10대 소녀 성추행 혐의로 기소된 에티오피아 출신 난민이 법정에서 눈물을 흘리며 결백을 주장했다. 체포 당시 경찰의 보디캠 영상이 공개되자 현지 여론이 더욱 뜨겁게 달아올랐다. BBC·스카이뉴스는 27일(현지시간) 이 사건을 집중 보도했다.

체포 순간 영상 공개…“나는 기독교인, 짐승 아니다”
이미지 확대
영국 에식스주 에핑에서 체포 당시 눈물을 흘리는 하두시 케바투의 모습.  출처=영국 왕립검찰청(CPS)
영국 에식스주 에핑에서 체포 당시 눈물을 흘리는 하두시 케바투의 모습. 출처=영국 왕립검찰청(CPS)


영국 왕립검찰청이 공개한 영상에는 난민 신청자 하두시 케바투(38)가 길가에서 수갑을 차는 장면이 담겼다. 경찰이 미성년자 성추행 혐의를 고지하자 그는 “얼마나 걸리느냐”고 되물었고 곧 눈물을 쏟았다. 경찰은 “울지 마라. 괜찮을 것”이라고 달랬다.

케바투는 콜체스터 치안판사 법정에서 “나는 아이들을 해치지 않는다. 나는 기독교인이고 아이들은 미래 세대다. 나는 짐승(wild animal)이 아니다”라며 강하게 부인했다. 그는 “소녀는 내 딸일 수도 있는 나이다. 그런 일은 절대 할 수 없다”고 강조하며 “에티오피아에서 체육 교사로 일했다”고 주장했다.

“좋은 아내가 될 것”…피해자와 친구들 증언 이어져검찰은 케바투가 지난달 7일과 8일 에핑 시내에서 교복 차림의 14세 소녀와 친구들에게 다가가 “예쁘다”, “아기를 낳자”, “좋은 아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고 밝혔다. 이튿날에는 소녀의 허벅지를 만지고 입맞춤을 시도했다는 혐의도 추가됐다.

경찰이 법정에서 재생한 인터뷰에서, 소녀와 함께 있던 14세 남학생은 “그가 우리를 계속 쳐다보더니 테스코(마트)까지 따라왔다”고 진술했다. 또 다른 친구는 “케바투가 피자를 조금 달라더니 ‘둘 다 예쁘다. 아기를 낳자. 호텔에 같이 가자’고 했다”고 말했다.

소녀는 경찰 조사에서 “나는 14살이라고 분명히 말했는데도 그는 ‘나이는 중요하지 않다’고 했다. 속이 메스꺼웠다. 성인 남자가 그런 말을 할 줄 몰랐다”고 털어놨다.

여성 목격자 “내가 보자마자 도망쳤다”현장을 목격한 한 여성은 “소녀가 그의 손을 뿌리쳤다. 내가 다가가 따지자 그는 ‘실수였다. 미안하다’며 곧장 도망쳤다”고 증언했다. 그녀는 자신도 허벅지를 만지는 성추행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법정에서는 이 여성이 직접 경찰에 걸었던 999 신고 통화가 공개됐다. 그는 격앙된 목소리로 “아주 이상한 남자가 있다. 교복 입은 애들을 계속 따라다닌다. 이 지역 호텔에 사는 난민인데 아주 ‘터치가 심하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 남자는 소아성애자다”라고 여러 차례 외치며 경찰에 위치를 알렸다.

“내 아이만큼 어린데”…모든 혐의 부인
이미지 확대
영국 에식스주 에핑 거리에서 찍힌 난민 신청자 하두시 케바투의 모습. 출처=SNS
영국 에식스주 에핑 거리에서 찍힌 난민 신청자 하두시 케바투의 모습. 출처=SNS


케바투는 경찰 조사에서 “그녀는 내 아이만큼 어린 나이다”라며 혐의를 거듭 부인했다. 그는 ▲성추행 2건 ▲성추행 미수 1건 ▲미성년자 성적 유인 1건 ▲괴롭힘 1건 등 총 5건의 혐의로 기소됐지만 모두 부인하고 있다.

난민 호텔 앞 시위 격화…결국 폐쇄
이미지 확대
2025년 7월 14일(현지시간) 영국 에식스주 에핑 중심가에 있는 3성급 호텔 ‘더 벨’ 앞에서 반이민 단체와 인권 운동가들이 맞불 시위를 벌이다 충돌했다(왼쪽). 한 남성이 머리에 피를 흘린 채 경찰 통제선을 지나고 있다. 출처=데일리메일
2025년 7월 14일(현지시간) 영국 에식스주 에핑 중심가에 있는 3성급 호텔 ‘더 벨’ 앞에서 반이민 단체와 인권 운동가들이 맞불 시위를 벌이다 충돌했다(왼쪽). 한 남성이 머리에 피를 흘린 채 경찰 통제선을 지나고 있다. 출처=데일리메일


사건이 알려지자 에핑의 난민 임시숙소 ‘벨 호텔’ 앞에서 대규모 반이민 시위가 벌어졌다. 주민들은 “아이들을 지켜라”를 외치며 모였고, 극우 단체가 성조지 깃발을 흔들며 가세했다. 인권 단체는 맞불 시위를 조직했고 현장은 격렬한 충돌로 변했다.

결국 지역 당국은 법원에 신청해 ‘벨 호텔’ 운영을 중단시켰다. 같은 호텔에 머물던 시리아 출신 난민도 별도의 성범죄 혐의로 기소됐다. 이번 사건은 난민 수용 정책이 지역 사회와 충분히 소통되지 않을 경우 극심한 반발과 갈등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로 꼽힌다.

재판은 다음 달 4일 속개된다.

윤태희 기자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에디터 추천 인기 기사
많이 본 뉴스
닫기
원본 이미지입니다.
손가락을 이용하여 이미지를 확대해 보세요.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