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3주차 법안 꼽아보니
학부모도 통학버스 직접 계약 허용
인구감소지역 장기근속 청년 지원
발달장애인 전담경찰관 회피 방지
매일 수많은 법안이 발의되고 있지만 이 중 언론에 보도되는 법안은 쟁점 법안 등 일부에 그칩니다. 서울신문은 매주 우리 사회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법안에 주목해 3개 정도 추려 소개합니다. 법안 발의 배경부터 핵심 내용, 통과 시 파장 등을 압축적으로 정리했습니다.
● 학부모가 통학버스 직접 계약…‘통학권 보장 2법’김정재 국민의힘 의원, 17일 대표발의
“학생 등굣길은 교육받을 권리와 직결”통학버스가 끊기면 먼 거리에서 학교를 다니는 학생들은 당장 등하교할 방법부터 막막해집니다. 하지만 학교마다 통학버스를 운영할 여건은 다릅니다. 학교가 직접 전세버스 업체와 계약하지 못하면 학부모들이 비용을 모아 통학버스를 마련하기도 하지만, 현행법상 학부모는 학생 통학용 전세버스의 계약 주체가 될 수 없습니다. 경북 포항에서도 대도중, 환호여중, 포항고, 포항여고 등에서 학부모들이 직접 마련한 통학버스 운행이 중단되면서 혼란이 반복됐습니다.
현행법은 학생 통학용 전세버스의 안전한 운행과 관리를 위해 학교장이나 교육감·교육장 등이 전세버스 업체와 계약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학교가 계약에 나서지 않거나 절차가 늦어지면 장거리 통학 학생들은 대중교통을 이용하거나 부모의 도움을 받아야 합니다.
이에 김정재 국민의힘 의원은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과 초·중등교육법 개정안, 이른바 ‘통학권 보장 2법’을 대표발의했습니다.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개정안은 학부모들이 공동 선정한 대표나 일정 요건을 갖춘 학부모 단체도 전세버스 업체와 직접 계약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학생 명단과 운행구간·시간, 요금, 안전관리 책임자, 사고 시 조치 등을 계약서에 담고 운행계획은 교육감에게 신고하도록 했습니다.
통학비 지원 근거도 마련했습니다.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은 교육감이 학생이나 학부모에게 통학버스비와 버스·철도 등 대중교통비, 대체교통수단 이용비를 직접 지원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통학 거리와 시간, 대중교통 접근성, 학생의 나이와 안전 등을 고려해 지원하고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도 필요한 비용을 지원할 수 있습니다. 통학수단과 비용을 함께 지원해 사는 곳이나 학교 여건에 따른 통학 부담을 줄이겠다는 취지입니다.
김정재 의원은 “학생들에게 등굣길은 단순한 이동의 문제가 아니라 교육받을 권리와 직결된 문제”라며 “학부모가 필요한 경우 직접 통학버스를 계약할 수 있도록 선택권을 넓히고, 교육청의 통학비 지원 근거도 마련하겠다”고 밝혔습니다.
● ‘지역 중소기업 청년 정착 지원법’김도읍 국민의힘 의원, 17일 대표발의
인구감소지역 장기근속 땐 주거 등 지원지방 중소기업은 사람을 구하기도 어렵지만 어렵게 채용한 청년이 오래 머물도록 하는 것은 더 어렵습니다. 주거·교통이 상대적으로 열악한 정주 여건 탓에 청년 근로자를 확보하고도 그들이 삶의 터전을 일구는 게 쉽지 않아 다시 떠나는 경우도 많습니다. 청년들이 대도시에 몰리지 않고 지역에서도 안정적인 일자리와 생활 기반을 함께 마련할 수 있도록 취업부터 장기근속, 정착까지 지원하자는 법안이 나왔습니다.
이에 김도읍 국민의힘 의원은 중소기업 인력지원 특별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습니다. 현행법은 15세 이상 34세 이하 미취업자의 중소기업 취업을 촉진하기 위해 이들을 고용하는 기업에 고용장려금을 지급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생산가능인구가 줄고 취업 연령이 높아지는 등 고용 환경이 달라진 만큼 지원 연령을 현실화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입니다.
김 의원의 개정안은 중소기업 취업지원 대상의 연령 상한을 34세에서 40세로 확대하고, 인구감소지역 중소기업에서 2년 이상 근무한 청년에게 장기재직지원금을 지급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3년 이상 계속 근무하면 추가 지원도 가능합니다. 오래 일할수록 지원을 더 받을 수 있도록 한 겁니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해당 인구감소지역이나 인접지역에 거주하는 청년 근로자에게 주택 임차료와 임차보증금 대출이자, 이주비, 출퇴근 교통비도 지원할 수 있습니다. 지원 대상과 수준은 재직·거주기간과 기업의 인력 부족 정도 등을 고려해 달리 정합니다. 중소기업 취업 지원 대상을 넓히는 데 그치지 않고 청년이 지역에서 오래 일하며 삶의 터전을 꾸릴 수 있도록 정착까지 지원하겠다는 취지입니다.
● ‘발달장애인 사법절차 권리보장법’김동아 민주당 의원, 18일 대표발의
장애인 피의자·피고인에 진술 조력최근 부산의 한 편의점에서 중증 발달장애인 2명이 1500원짜리 아이스크림을 계산 없이 나눠 먹었다가 특수절도 혐의로 송치된 사건이 있었습니다. 당시 피해 점주는 처벌을 원하지 않았음에도 수사기관은 기계적인 법의 잣대를 들이대 기소유예 처분을 내렸습니다. 특히 조사 과정에서는 발달장애인 전담사법경찰관이 배치되지 않고 진술조력인의 도움도 받지 못해 당사자의 방어권이 심각하게 훼손됐다는 비판이 일었습니다.
김동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18일 대표발의한 발달장애인법 개정안과 형사소송법 개정안은 발달장애인이 형사사법 절차 전 과정에서 실질적인 조력을 받을 수 있게 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발달장애인법 개정안은 발달장애인 전담 검사와 사법경찰관 배치에 관한 예외 규정을 삭제해 수사기관의 자의적인 판단으로 전담 인력 배치를 회피하는 것을 방지했습니다. 또한 수사기관이 사건 관계인의 발달장애 여부를 신속하게 파악할 수 있도록 보건복지부 등에 장애인 등록사항 자료 또는 사회보장 정보시스템 이용을 요청할 수 있는 법적 근거도 마련했습니다.
형사소송법 개정안은 현행법상 성폭력 및 아동학대 등의 피해자에게만 제한적으로 제공되던 진술 조력인 제도를 장애인 피의자 및 피고인에게도 확대 적용했습니다. 이를 통해 의사소통이나 표현에 어려움이 있는 장애인이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전문가의 중개 및 보조를 받아 온전한 방어권을 행사할 수 있게 하는 내용입니다.
김 의원은 지난 18일 국회 소통관에서 전국장애인부모연대와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법 앞에 만인이 평등하다는 헌법적 가치가 우리 사법 시스템 안에서 발달장애인들에게는 온전히 지켜지지 않고 있다”며 “구조적인 사법 불평등을 바로잡지 않고서는 진정한 사법 정의를 말할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이번 개정안은 발달장애인의 실질적인 사법 권리 보장과 발달장애인 돌봄 국가책임 완성을 위한 첫걸음”이라며 “법안이 본회의를 통과할 때까지 단 한 걸음도 물러서지 않고 끝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습니다.
손지은·강윤혁 기자
세줄 요약
- 학부모 통학버스 직접 계약 허용 추진
- 인구감소지역 청년 장기근속·정착 지원
- 발달장애인 진술조력 확대와 방어권 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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