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탄 전야 축복’ 딸 분만 주치의 나서 손녀 받은 베테랑 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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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언 기자
이창언 기자
수정 2024-12-26 18:16
입력 2024-12-26 18:16

창원한마음병원 장석용 교수 둘째 딸 분만 참여
손녀 직접 안아...“산모와 아이 잘 견뎌줘 대견”

지난 24일 경남 창원시에 있는 창원한마음병원 산부인과 분만실에서 특별한 광경이 펼쳐졌다.

병원 산부인과 의사가 자기 딸 출산 주치의로 참여해 손녀딸을 직접 품에 받아서다.

사연의 주인공은 경력 30년이 넘는 베테랑 산부인과 전문의인 장석용 교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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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한마음병원 산부인과 분만실에서 보늬씨가 딸을 안은 모습. 2024.12.26. 창원한마음병원 제공
창원한마음병원 산부인과 분만실에서 보늬씨가 딸을 안은 모습. 2024.12.26. 창원한마음병원 제공


26일 장 교수는 “산모인 딸의 진통이 길게 이어지고 분만 중 아기 심장 박동수가 일시적으로 떨어지는 등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손녀가 잘 태어나 무척 기쁘다”고 말했다.

장 교수는 1993년 4월 태어난 둘째 딸 보늬씨도 직접 받았다. 시간이 흐른 후 결혼한 딸 보늬 씨는 자신의 출산을 누구보다 세심하게 신경 써줄 아버지가 30여년 전 그때처럼 이번 분만에 나서길 바랐다.

의료계에서는 실력 좋은 전문의라도 부모·자식 등 가까운 사이에서는 여러 가지로 신경 쓸 부분이 많아 수술 등에 쉽게 나서지 않으려 하지만 장 교수는 딸의 부탁을 흔쾌히 받아들였다.

애초 보늬씨 출산 예정일은 내달 1일이었지만 지난 23일 오후 양수가 터졌고 다음 날 오전 7시쯤부터 진통이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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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한마음병원 산부인과 전문의 장석용 교수. 2024.12.26. 창원한마음병원 제공
창원한마음병원 산부인과 전문의 장석용 교수. 2024.12.26. 창원한마음병원 제공


장 교수는 긴장 속에 새 생명을 받을 준비를 했다. 12시간 가까운 진통 끝에 같은 날 오후 6시 11분쯤 자연분만으로 약 2.85㎏의 건강한 모습으로 손녀 강산하가 세상에 나왔다.

손녀 이름은 산과 하천이라는 뜻의 자연에서 땄다. 장 교수는 “자연분만으로 태어난 손녀 이름에는 ‘임신과 출산은 자연의 순리’라는 뜻도 담겼다”고 설명했다.

이어 “긴 진통 시간 자연분만을 하느라 산모와 아기가 매우 힘들었을 텐데 잘 견뎌서 대견하다”고 말했다.

보늬씨는 둘째와 셋째 출산 계획도 있다. 그는 다음 출산 때도 아버지인 장 교수에게 분만을 맡기기로 했다. 장 교수는 그때도 분만실에 서겠다고 밝혔다.

창원 이창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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