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판 위 해경 가만 있다 사라져 ‘오를 수 있는 사람 올라와’ 말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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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14-07-30 03:10
입력 2014-07-30 00:00

생존 학생 증언 후 고통 호소도

“승무원과 해경 등의 미흡한 대처로 인명 피해가 늘어났습니다.”

세월호 침몰 사고 현장에서 구조된 경기 안산 단원고 생존 학생들은 이틀째 검찰 신문에서도 해경이 사고 당시 적극적인 구조 시도를 하지 않았다고 증언했다. 이들은 사고 이후 미흡한 조치로 희생자가 늘어났다며 사고 관련자들에 대한 엄중한 처벌을 요구했다.

29일 수원지방법원 안산지원에서 광주지법 형사11부(부장 임정엽) 심리로 열린, 이준석 선장 등 세월호 승무원 15명에 대한 공판에서는 전날에 이어 단원고 생존 학생 21명에 대한 증인신문이 있었다.

증언에 나선 A양은 “우리는 단순히 수학여행길에 사고를 당한 게 아니라 사고 후 잘못된 대처로 이렇게 많은 목숨을 잃은 것”이라며 “탈출 당시 건너편 친구랑 눈이 마주쳤는데 결국 배에서 나오지 못한 그 친구가 바닷물에 잠긴 모습이 떠올라서…”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B양도 “대기하다 탈출하는 데 1시간 정도 걸렸으니 처음부터 대피하라고 했으면 훨씬 많이 살 수 있었을 것”이라며 “배 앞에 구명보트라도 있었다면 뛰어내렸을 텐데 한 척도 보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C양은 “선실에서 갑판까지가 오르막이었는데 옆방에 있던 아저씨가 커튼을 뜯어 만든 로프를 내려 줘서 잡고 올라왔다. 구명조끼도 남학생이 꺼내 줬다”고 말했다. 배 안에 사람이 많다고 말해 줬느냐는 검사 질문에 “해경이 위에서 다 볼 수 있는 위치여서 아래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다”며 “친구에게서 해경이 ‘올라올 수 있는 사람은 올라오라’는 말을 했다고 들었다”고 대답했다.

D양은 “B23 선실에 있다가 일반인 승객의 도움을 받아 나올 수 있었다. 헬기를 탈 때만 해경의 도움을 받았다”고 진술했다. 또 다른 학생은 “갑판의 해경이 가만히 있다가 어느 순간 사라졌다. 해경은 갑판 외벽에 서서 헬기로 올려주기만 했고 생존자들이 빠져나오던 출입구 쪽으로 가는 것을 보지 못했다”고 기억을 더듬었다.

학생들은 전날에 이어 승객을 버리고 먼저 탈출한 승무원들에 대한 엄중한 처벌을 호소하며 증언을 마무리했지만 일부는 사고 이후 정신적 고통을 호소했다.



E군은 “구조되기 전 화장실 앞에 어떤 여자애랑 있었는데 그 애는 못 나왔다고 들었다”며 ‘괴롭나’라는 검사 질문에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눈물 흘렸다. F군은 “구조된 날 씻으려고 샤워기를 틀어 물이 쏟아지는 순간 숨이 턱 막혔고 친구 12명이 죽어 요즘 학교에서 혼자 휴대전화만 만지작거린다”고 털어놨다. G양도 “배와 관련되거나 친구들이 죽는 꿈을 많이 꾼다”며 고통스러워했다.

김병철 기자 kbchul@seoul.co.kr
2014-07-30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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