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보보다 빠른 산사태…산림 재난 대응 사각지대 또 도마 위에

이창언 기자
수정 2025-07-21 16:14
입력 2025-07-21 16:14
인명 피해 후 경보 격상
대응 시스템 이원화 등에
지자체 산사태 대응 한계
재난 문자 수용 등 문제도

산림 재난 대응 ‘사각지대’가 또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지난 16~19일 쏟아진 극한 호우·산사태로 다수의 인명피해가 발생한 경남 산청군에서 ‘산사태 예보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던 지적이 나온다.
21일 산림청과 산청군 등 설명을 종합하면 지난 19일 오전 9시~낮 12시 사이 산청읍에는 시간당 60㎜ 이상 비가 2~3시간 동안 내려 부리, 내리 등에서 산사태가 났다. 이 지역 산사태로만 5명이 목숨을 잃었다.
하지만 이때 산사태 위기경보시스템에서 산청은 ‘주의보’로 돼 있었다. 18일 오후 5시부터 산림청이 산사태 ‘경보 예측 자료’를 군에 보냈으나 대응이 늦었다.
군이 산사태 우려가 가장 큰 ‘경보’로 격상한 건 19일 낮 12시 37분쯤이다. 신고 시각 기준 같은 날 오전 10시 45분쯤 난 내리 산사태와 낮 12시 30분쯤 발생한 부리 산사태로 인명 피해가 발생한 후다.
군은 19일 낮 오후 12시 51분에 ‘산청군 산사태 경보 발령’ 재난 문자를 보냈고 1시간 뒤에는 ‘전 군민 대피’ 문자를 또 보냈다. 오후 2시 40분에는 ‘산사태 위험이 매우 크다’고 재차 안내했으나 피해는 눈덩이처럼 불어나 있었다.
산청군 관계자는 “기상청 예보에 바탕을 둬 대응을 하다 보니 예보과 현장 간 괴리가 있었다”며 “지리산을 낀 산청은 지리적 특성상 예보와는 다르게 비가 많이 오거나, 반대로 적게 오는 일이 잦은데 19일 오전 산청읍 중심으로 단시간에 많은 비가 내려 신속한 대응에 지장이 생겼다”고 말했다.
이어 “수시로 산사태 등 재난 대피 훈련을 하나 엇갈린 강우량 등에 주민 수용성은 떨어진 상태”라며 “이번 집중호우가 있었던 16~19일 80회 가까운 재난·대피 문자를 보냈고 문자 중에는 산사태 주의 내용도 다수 포함해 있었다. 문자 발송 중 60회가량을 19일에 집중적으로 보내고 전 공무원 동원 등 조치를 했지만 한계가 있었다”고 밝혔다.
산림청 산사태 위기 경보 ‘심각’ 단계가 뒤늦게 발령됐다거나, 산림청과 기초지자체 간 이원화한 시스템 개선 필요성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다.
산림청은 선행 강수량과 강우 전망에 기반해 위기 경보를 내린다. 광역지자체를 대상으로 한 경보 시스템은 ‘관심-주의-경계-심각’ 4단계로 나뉜다. 산청과 같은 기초지자체 경보 시스템은 ‘주의보-예비경보-경보’ 3단계로 나뉘는데, 산림청은 각 단계를 예측해 지자체에 알리고 실질적인 대응은 해당 지자체에서 한다.
다만 이번 집중호우 때 산청뿐 아니라 경기 가평에서도 20일 오전 4시 37분쯤 산사태가 났지만 심각 단계가 발령된 것은 오전 8시였다. 또 기초지자체 속도·판단력에 따라 대응이 달라질 수 있는 구조적 문제점도 드러났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정보 접근성이 제약적인 기초지자체 단위에서 상황을 오판하면 피해가 커질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지역별 국지적 예보라든지, 산림청과 기초지자체 간 원활한 정보 공유 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산청 이창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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