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년 독재’ 92세 카메룬 대통령… “최고의 순간은 아직” 8선 도전

최영권 기자
수정 2025-07-15 00:02
입력 2025-07-15 00:02
장기 집권 비판에도 야권 분열 조짐
선거 승리 땐 100세까지 연임 가능

로이터 연합뉴스
92세로 세계 최고령 현직 국가원수인 폴 비야 카메룬 대통령이 8선에 도전한다고 로이터 통신이 14일 보도했다. 43년간 장기 집권해 온 비야 대통령은 이날 엑스(X)에 “올해 10월 12일 실시되는 대통령 선거에 다시 도전하겠다”고 밝혔다. 그가 다시 대통령 선거에서 승리하면 100세까지 집권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된다.
비야 대통령은 1982년 초대 대통령이었던 아마두 아히조가 사임하면서 권좌에 올랐다. 아히조 전 대통령은 1960년부터 22년간 집권하면서 비야를 대통령실 비서실장, 부총리, 총리로 임명하는 등 자신의 정치적 파트너로 중용했다. 1982년에는 비야를 대통령에 앉힌 뒤 자신은 집권당인 카메룬 국민민주운동(CPDM) 의장을 맡아 섭정 체제를 만들었다. 그러나 정권을 잡은 비야 대통령은 이듬해 아히조에게 쿠데타 혐의를 뒤집어씌워 프랑스로 추방해 버렸다. 그는 1990년대에 명목상의 다당제를 도입하기는 했지만 사실상 행정·입법·사법부의 모든 실권을 쥐고 독재 체제를 구축했다. 그는 법원에 위헌 판단을 요청할 수 있는 유일한 인물이기도 하다.
그러나 장기 집권으로 인한 건강 문제는 늘 논란의 대상이었다. 이에 카메룬 정부는 지난해 10월 “대통령의 건강은 국가 안보 사항”이라며 비야 대통령의 건강 관련 보도를 전면 금지하기도 했다. 그는 14일 프랑스어와 영어로 된 출마 선언문에 “심각한 도전에 직면한 상황에서 여러분을 섬기겠다고 결심했다”며 “함께라면 극복하지 못할 일은 없고, 최고의 순간은 아직 오지 않았다”고 적었다.
비야 대통령의 장기 집권에 대한 비판 여론에도 불구하고 카메룬 야권은 심각하게 분열돼 단일 후보를 내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다만 이사 치로마 바카리 직업훈련교육부 장관이 대선 출마를 위해 사임했고, 벨로 부바 마이가리 전 총리 역시 출마 의사를 밝히는 등 여권의 분열도 진행형이다.
최영권 기자
2025-07-15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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