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재자 젤렌스키, 푸틴 뺨치네!” 우크라 첫 反젤렌스키 시위 (영상) [월드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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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윤희 기자
권윤희 기자
수정 2025-07-23 17:17
입력 2025-07-23 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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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에서 정부의 반부패 기관 독립성 훼손 법안에 반대하는 시위가 열리고 있다. 우크라이나에서 2019년 젤렌스키 정부 출범 및 2022년 러시아의 침공 이후 반정부 시위가 열린 건 이번이 처음이다. 2025.7.22 키이우 AFP 연합뉴스
22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에서 정부의 반부패 기관 독립성 훼손 법안에 반대하는 시위가 열리고 있다. 우크라이나에서 2019년 젤렌스키 정부 출범 및 2022년 러시아의 침공 이후 반정부 시위가 열린 건 이번이 처음이다. 2025.7.22 키이우 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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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에서 정부의 반부패 기관 독립성 훼손 법안에 반대하는 시위가 열리고 있다. 우크라이나에서 2019년 젤렌스키 정부 출범 및 2022년 러시아의 침공 이후 반정부 시위가 열린 건 이번이 처음이다. 2025.7.22 키이우 로이터 연합뉴스
22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에서 정부의 반부패 기관 독립성 훼손 법안에 반대하는 시위가 열리고 있다. 우크라이나에서 2019년 젤렌스키 정부 출범 및 2022년 러시아의 침공 이후 반정부 시위가 열린 건 이번이 처음이다. 2025.7.22 키이우 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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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 중심부에서 정부의 반부패 기관 독립성 훼손 법안에 반대하는 시위가 열린 가운데,  한 남성이 우크라이나 국기를 흔들고 있다. 2025.7.22 키이우 AP 연합뉴스
22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 중심부에서 정부의 반부패 기관 독립성 훼손 법안에 반대하는 시위가 열린 가운데, 한 남성이 우크라이나 국기를 흔들고 있다. 2025.7.22 키이우 AP 연합뉴스


“러시아에 온 것을 환영한다.” “독재자 젤렌스키” “부패에 박수를 보낸다!”

우크라이나에서 개전 후 처음으로 반(反)젤렌스키 시위가 벌어졌다.

22일(현지시간) 키이우인디펜던트 등에 따르면 이날 수도 키이우와 중부 드니프로, 서부 르비우 등 우크라이나 곳곳에서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규탄하는 시위가 전개됐다.

이는 2022년 2월 러시아의 침공 이후 벌어진 첫 대규모 시위이자, 2019년 5월 출범한 젤렌스키 정권에 대한 첫 대규모 반정부 시위다.

참전용사 등 수천명의 시위 참가자들은 젤렌스키 대통령이 전시 상황을 구실로 권력의 중앙집권화를 꾀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정부가 우크라이나를 러시아와 같은 권위주의 국가로 만들려 한다며 ‘러시아에 온 것을 환영한다’라는 플래카드를 흔들기도 했다.

시위대는 “우크라이나는 단지 영토만을 위해 싸우는 것이 아니다”라면서 “우리의 민주주의가 위협받고 있다”라고 토로했다.

전쟁 중 두 다리를 잃은 29세 참전용사는 이번 조치는 전쟁에서 많은 희생을 치른 모든 사람에 대한 모욕이라고 울분을 토했다. 그는 “우리는 투명한 정부를 위해서도 싸우고 있다. 이번 결정은 유럽의 우크라이나를 위해 싸우는 군인들의 동기를 손상시킨다”라고 맹비난했다.

반부패 수사·기소 기관, 검찰총장에 종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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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서부 르비우에서 정부의 반부패 기관 독립성 훼손 법안에 반대하는 시위가 열리고 있다. 우크라이나에서 2019년 젤렌스키 정부 출범 및 2022년 러시아의 침공 이후 반정부 시위가 열린 건 이번이 처음이다. 2025.7.22 르비우 로이터 연합뉴스
22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서부 르비우에서 정부의 반부패 기관 독립성 훼손 법안에 반대하는 시위가 열리고 있다. 우크라이나에서 2019년 젤렌스키 정부 출범 및 2022년 러시아의 침공 이후 반정부 시위가 열린 건 이번이 처음이다. 2025.7.22 르비우 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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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서부 르비우에서 정부의 반부패 기관 독립성 훼손 법안에 반대하는 시위가 열리고 있다. 우크라이나에서 2019년 젤렌스키 정부 출범 및 2022년 러시아의 침공 이후 반정부 시위가 열린 건 이번이 처음이다. 2025.7.22 르비우 로이터 연합뉴스
22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서부 르비우에서 정부의 반부패 기관 독립성 훼손 법안에 반대하는 시위가 열리고 있다. 우크라이나에서 2019년 젤렌스키 정부 출범 및 2022년 러시아의 침공 이후 반정부 시위가 열린 건 이번이 처음이다. 2025.7.22 르비우 로이터 연합뉴스


이날 시위는 젤렌스키 대통령이 반부패 기관의 독립성을 사실상 훼손하는 법안을 공식 승인하면서 촉발됐다.

그는 이날 국가반부패국(NABU)과 반부패특별검사청(SAPO)을 검찰총장이 직접 감독하게 하는 법안에 서명했다.

앞서 우크라이나 베르호우나 라다(의회)는 관련 법안을 찬성 263명, 반대 13명, 기권 13명으로 통과시켰다.

기존에 검찰총장에게는 NABU 사건 이관 또는 수사 재지정 권한이 없었다.

하지만 대통령실이 추진한 이번 법안에 따라 검찰총장은 NABU와 SAPO 업무에 개입해 사건을 이관하거나 조사를 종료할 수 있게 됐다.

NABU와 SAPO 수장은 대통령의 영향력에서 자유로운 독립위원회가 선출하지만, 검찰총장은 대통령이 지명하고 여당이 장악한 의회의 승인을 받아 임명된다. 지난달 검찰총장으로 임명된 루슬란 크라우첸코도 젤렌스키 대통령과 가까운 인물이다.

사실상 젤렌스키 대통령의 승인 없이는 현직 고위 공무원에 대한 수사가 불가능해진 셈이다.

NABU는 표결에 앞서 발표한 성명에서 “2015년 이후 구축된 부패 방지 인프라가 파괴될 것”이라고 우려하기도 했다.

“전례 없는 속도로 처리”…절차 위반 주장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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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베르호우나 라다(의회)는 반부패 독립 기관인 국가반부패국(NABU)과 반부패특별검사청(SAPO)을 검찰총장이 직접 감독하게 만드는 법안을 찬성 263명, 반대 13명, 기권 13명으로 통과시켰다. 검찰총장은 대통령이 지명해 여당이 장악한 의회의 승인을 받아 임명된다. 사실상 대통령 승인 없이는 현직 고위 공무원에 대한 수사가 불가능해진 셈이다. 이후 우크라이나에서는 젤렌스키 정부 규탄 시위가 벌어졌다. 우크라이나에서 2019년 젤렌스키 정부 출범 및 2022년 러시아의 침공 이후 반정부 시위가 열린 건 이번이 처음이다. 2025.7.22 우크라 라다
22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베르호우나 라다(의회)는 반부패 독립 기관인 국가반부패국(NABU)과 반부패특별검사청(SAPO)을 검찰총장이 직접 감독하게 만드는 법안을 찬성 263명, 반대 13명, 기권 13명으로 통과시켰다. 검찰총장은 대통령이 지명해 여당이 장악한 의회의 승인을 받아 임명된다. 사실상 대통령 승인 없이는 현직 고위 공무원에 대한 수사가 불가능해진 셈이다. 이후 우크라이나에서는 젤렌스키 정부 규탄 시위가 벌어졌다. 우크라이나에서 2019년 젤렌스키 정부 출범 및 2022년 러시아의 침공 이후 반정부 시위가 열린 건 이번이 처음이다. 2025.7.22 우크라 라다


이런 우려에도 젤렌스키 정권은 법안을 전례 없이 빠른 속도로 처리했다. 일각에서는 절차 위반 지적도 나온다.

키이우인디펜던트는 “수정안 제출부터 표결, 루슬란 스테판추크 의장 승인과 대통령 서명으로 법안이 발효되기까지 24시간도 채 걸리지 않았다”며 “전례 없는 속도”라고 지적했다.

야당 의원들도 해당 법안이 절차를 위반해 강행 처리됐다고 주장했다.

한 야당 의원은 “오늘 의회에서 일어난 일은 충격적이었다. 명백한 절차적 위반에도 불구하고 법안이 강행 처리됐다”며 “여당 의원들은 박수를 쳤고 그것은 ‘마녀들의 집회(coven)’와 같았다”라고 비판했다.

여당인 ‘국민의 종’ 의원조차 “수정안이 투표 15분 전 나와 어떤 내용이 바뀌었는지조차 확인하지 못했다”라고 말했다.

찬성표를 던졌다는 의원은 “솔직히 나에게도 충격적이었다. 아무런 정보도 없었다. 다만 대통령이 자신이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제대로 알고 있기를 바란다. 그런 점에서 대통령을 믿는다”라고 털어놓기도 했다.

법안에 반대표를 던진 올렉시 곤차렌코 야당 의원은 “우크라이나 내 반부패 기관의 독립성을 종식시키려는 것”이라며 “작은 민주주의 국가들은 큰 독재 국가들을 이길 수 있지만 작은 독재 국가들은 조만간 큰 독재 국가들에 삼켜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반부패국 때린 보안국…“러시아 첩자” 명분
“2015년 개혁의 표상, 야누코비치 시대 회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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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서부 르비우에서 정부의 반부패 기관 독립성 훼손 법안에 반대하는 시위가 열리고 있다. 우크라이나에서 2019년 젤렌스키 정부 출범 및 2022년 러시아의 침공 이후 반정부 시위가 열린 건 이번이 처음이다. 2025.7.22 르비우 로이터 연합뉴스
22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서부 르비우에서 정부의 반부패 기관 독립성 훼손 법안에 반대하는 시위가 열리고 있다. 우크라이나에서 2019년 젤렌스키 정부 출범 및 2022년 러시아의 침공 이후 반정부 시위가 열린 건 이번이 처음이다. 2025.7.22 르비우 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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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에서 정부의 반부패 기관 독립성 훼손 법안에 반대하는 시위가 열리고 있다. 우크라이나에서 2019년 젤렌스키 정부 출범 및 2022년 러시아의 침공 이후 반정부 시위가 열린 건 이번이 처음이다. 2025.7.22 키이우 AFP 연합뉴스
22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에서 정부의 반부패 기관 독립성 훼손 법안에 반대하는 시위가 열리고 있다. 우크라이나에서 2019년 젤렌스키 정부 출범 및 2022년 러시아의 침공 이후 반정부 시위가 열린 건 이번이 처음이다. 2025.7.22 키이우 AFP 연합뉴스


법안을 반대하는 진영에서는 이번 사안이 NABU가 젤렌스키 대통령의 측근인 올렉시 체르니쇼우 전 부총리를 부패 혐의 피의자로 지목해 지난주 그가 사임한 것과 관련이 있다고 주장한다. 정부가 시민사회의 요구로 신설한 NABU 활동에 불만을 가져 법안을 마련했다는 것이다.

전날 우크라이나 검찰과 보안국은 NABU와 SAPO을 상대로 대대적인 압수수색을 실시하고 NABU 직원 가운데 1명을 러시아 간첩 혐의로 체포했다. 또 다른 직원은 마약 밀매, 친러시아 단체 연계 혐의로 기소됐다. 다른 NABU 직원 10여명도 교통법 위반, 반역죄 등 다양한 혐의로 조사 중이다.

이런 움직임은 우크라이나 시민사회에 광범위한 항의와 우려를 야기했다.

특히 과거 야누코비치 당시 대통령 부패에 항의하는 시위가 벌어졌던 키이우 중심가 마이단 광장에는 수천 군중이 몰려들었다.

시위대는 이 법안이 야누코비치 전 대통령 시대의 무법과 권위주의를 연상시킨다고 꼬집었다.

NABU와 SAPO 2개 기관은 2014년 우크라이나의 유로마이단 혁명으로 빅토르 야누코비치 당시 대통령과 그의 부패한 정권이 축출된 후 친서방 개혁의 일환으로 2015년 창설됐다.

과거 시위에 참여했던 무스타파 나이엠 전 의원은 “나에게는 우리가 함께 논의했던 시절로 돌아가는 것을 의미한다”며 “매우 슬프고 위험한 일”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시민은 “시민 사회가 10년간 쌓아온 (민주주의) 노력을 파괴하는 일이 될 수 있다”라고 우려했다.

키이우인디펜던트의 한 기자는 “우리는 야누코비치 시대로 회귀했다. 그 시대가 우크라이나 부패의 정점이라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다”라고 한탄했다.

또한 이 매체는 사설에서 “젤렌스키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민주주의와, 이를 위해 싸우는 국민을 배신했다”라고 질타했다.

주변국도 우려 표명…“우크라 EU 가입에도 영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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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에서 정부의 반부패 기관 독립성 훼손 법안에 반대하는 시위가 열리고 있다. 우크라이나에서 2019년 젤렌스키 정부 출범 및 2022년 러시아의 침공 이후 반정부 시위가 열린 건 이번이 처음이다. 2025.7.22 엑스
22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에서 정부의 반부패 기관 독립성 훼손 법안에 반대하는 시위가 열리고 있다. 우크라이나에서 2019년 젤렌스키 정부 출범 및 2022년 러시아의 침공 이후 반정부 시위가 열린 건 이번이 처음이다. 2025.7.22 엑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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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 중심부에서 정부의 반부패 기관 독립성 훼손 법안에 반대하는 시위가 열린 가운데, 한 여성이 ‘부패에 박수를 보낸다’라고 쓰인 플래카드를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5.7.22 키이우 AP 연합뉴스
22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 중심부에서 정부의 반부패 기관 독립성 훼손 법안에 반대하는 시위가 열린 가운데, 한 여성이 ‘부패에 박수를 보낸다’라고 쓰인 플래카드를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5.7.22 키이우 AP 연합뉴스


우크라이나 반부패기관 권한 축소에 대한 우려는 내부뿐 아니라 유럽연합(EU)과 주요 7개국(G7) 등 주변국에서도 나온다. EU 가입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EU 집행위원회는 “EU는 우크라이나 정부의 NABU 및 SAPO에 대한 조치에 우려를 표한다”면서 “이 기관들은 우크라이나 개혁 의제에 매우 중요하며, 부패에 맞서고 국민의 신뢰를 유지하기 위해 독립적으로 운영돼야 한다”라고 역설했다.

마르타 코스 유럽확대 집행위원은 “NABU의 독립성을 보호하는 핵심 안전장치를 해체하는 것은 심각한 후퇴”라면서 “NABU, SAPO와 같은 독립 기관은 우크라이나의 EU 진출에 필수적이며 법치주의는 여전히 EU 가입 협상의 핵심”이라고 피력했다.

주요 7개국(G7)의 우크라이나 주재 대사들도 공동성명을 통해 “심각한 우려를 갖고 정부 지도자들과 상황을 논의할 것”이라며 “우리는 투명성·독립성을 위한 공동의 의지를 가지며, 반부패를 위한 협력을 중시한다”라는 입장을 냈다.

독일 외무부는 성명에서 “우크라이나 반부패 기관의 독립성과 역량은 최근 우크라이나 개혁 노력에 핵심적인 역할을 해왔다”며 “우크라이나는 앞으로도 이런 노력의 진전을 바탕으로 평가받을 것”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우크라이나 정부의 반부패 기관 억누르기가 유럽연합(EU) 가입 문제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우크라이나는 전쟁 발발 직후에 EU에 가입을 신청한 상태다.

싱크탱크 국제전략연구소(IISS)의 선임연구원인 나이벨 굴드-데이비스(전 벨라루스 주재 영국 대사)는 이번 문제는 “키이우의 실책”이라며 “우크라이나의 EU 가입 문제는 이제 어떻게 되는 것인가”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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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10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로마 컨벤션 센터에서 열린 우크라이나 재건회의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5.7.10 로마 AFP 연합뉴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10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로마 컨벤션 센터에서 열린 우크라이나 재건회의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5.7.10 로마 AFP 연합뉴스


권윤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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