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핵무기 시험 개시 지시”…러 “우리도 하겠다” 맞불 경고 [핫이슈]

윤태희 기자
윤태희 기자
수정 2025-10-31 10:24
입력 2025-10-31 10:24

부산행 헬기서 33년 만의 ‘핵시험 재개’ 지시
중국·UN “핵통제 붕괴 우려”…페스코프 “푸틴 입장은 명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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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오른쪽)이 각각 다른 행사에 참석한 모습. 이 조합 사진은 트럼프 대통령이 33년 만의 핵무기 시험 재개를 지시한 뒤 러시아가 “우리도 하겠다”고 경고하며 긴장이 고조되는 상황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AF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오른쪽)이 각각 다른 행사에 참석한 모습. 이 조합 사진은 트럼프 대통령이 33년 만의 핵무기 시험 재개를 지시한 뒤 러시아가 “우리도 하겠다”고 경고하며 긴장이 고조되는 상황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AF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3년 만의 핵무기 시험 재개를 지시하며 “즉시 절차에 착수하라”고 밝혔다. 러시아는 “우리의 무기 실험은 핵시험이 아니며 유예 조치는 여전히 유효하다”고 반박했고 중국과 유엔(UN) 등 국제사회는 “핵 통제 체계가 무너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30일 자신의 소셜미디어(SNS) 트루스소셜에 “다른 국가들이 핵무기 시험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어 미국도 동등한 기준에서 시험을 시작하라고 국방부에 지시했다. 절차는 즉시 시작될 것”이라고 올렸다.

그는 경주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일정을 마친 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미·중 무역 협상을 위해 부산으로 향하던 마린원 헬기 안에서 이 글을 게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외신들은 이를 “중·러 양국을 동시에 압박하려는 ‘핵 억지 신호’”로 해석했다.

“핵시험 아냐…유예 조치 유효” — 러시아 즉각 반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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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미트리 페스코프 러시아 크렘린궁 대변인이 2025년 10월 23일(현지시간) 모스크바 크렘린궁에서 열린 러시아지리학회 이사회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TASS 연합뉴스
드미트리 페스코프 러시아 크렘린궁 대변인이 2025년 10월 23일(현지시간) 모스크바 크렘린궁에서 열린 러시아지리학회 이사회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TASS 연합뉴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여러 차례 밝혀온 입장은 명확하다”며 “누군가 핵시험 유예를 어기면 러시아도 그에 따라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부레베스트니크 실험은 절대 핵시험이 아니며 러시아는 다른 국가가 실제 핵시험을 하고 있다는 증거를 알지 못한다”고 강조했다.

페스코프의 이번 발언은 푸틴 대통령의 기존 입장을 되풀이하면서 미국이 먼저 핵시험 유예를 깨지 않는 한 러시아도 핵폭발 실험을 하지 않겠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 “핵실험 유예 약속 지켜야”…UN·CTBTO 경고중국 외교부는 “미국은 핵실험 유예 약속을 준수하고 전략적 안정성을 지켜야 한다”고 촉구했다. 오스트리아 빈에 본부를 둔 포괄적핵실험금지조약기구(CTBTO)의 로버트 플로이드 사무총장은 “폭발성 핵무기 실험은 어떤 경우에도 비확산 노력과 평화를 해친다”고 경고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UN 사무총장은 “80년 동안 2000회 넘게 이어진 핵시험의 참혹한 유산을 잊지 말아야 한다”며 “어떤 명분으로도 핵시험을 허용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워싱턴 ‘공황’…“대통령 의도 모른다”트럼프의 발표 직후 열린 상원 군사위원회 청문회는 혼란에 빠졌다. 전략사령관 지명자인 리처드 코렐 해군 중장은 “대통령의 의도를 파악할 정보가 없다”고 답하며 의원들의 질문 공세를 받았다.

잭 리드 민주당 상원의원(로드아일랜드)은 “핵폭발 시험 재개는 세계적 무기 경쟁을 촉발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앵거스 킹 무소속(독립) 상원의원(메인)은 “핵탄두 폭발이 아닌 운반체 시험일 가능성도 있지 않느냐”고 묻자, 코렐 제독은 “그럴 수 있다”고 답했다. 잭키 로즌 민주당 상원의원(네바다)은 “1951년부터 1992년까지 우리 주가 핵폭발 시험으로 큰 피해를 보았다”며 “이번엔 절대 허용하지 않겠다”고 반발했다.

“냉전식 경쟁 재현”…미 내부에서도 강한 비판에드워드 마키 민주당 상원의원(매사추세츠)은 “트럼프의 ‘트럼프식 핵정책(Trumpatomics)’은 러시아와 중국의 핵실험을 자극해 세계를 더 위험하게 만들 것”이라고 비판했다.

비확산 전문가 대릴 킴볼은 “미국이 지하 핵폭발 시험을 재개하려면 최소 3년이 걸리며, 군사적 필요성도 없다”고 지적했다.

‘우려하는 과학자연합’의 타라 드로즈덴코 국장은 “폭발성 핵시험 재개는 미국을 더 위험하게 만들 뿐”이라며 “33년간의 금지 기록을 깨면 냉전의 악몽이 되살아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카네기국제평화재단의 제임스 액턴은 “트럼프가 중국을 군축 협상 테이블로 끌어내려 압박 카드를 꺼냈지만, 그런 전략은 통하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플라우셰어스 펀드 재단은 “미국이 먼저 유예를 깨면 러시아와 중국이 핵시험을 재개할 명분을 얻게 된다”고 지적했다.

“핵유예 조약 위기…군비경쟁 악순환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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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2년 7월 6일(현지시간) 미국 네바다 핵시험장에서 실시된 지하 핵폭발 시험 ‘세던(Sedan)’의 폭발 장면. 미국 에너지부 산하 국가핵안보국(NNSA)은 이 시험을 분화구 형성(cratering) 실험의 목적으로 진행했으며, 폭발 위력은 104킬로톤에 달했다. NNSA 제공
1962년 7월 6일(현지시간) 미국 네바다 핵시험장에서 실시된 지하 핵폭발 시험 ‘세던(Sedan)’의 폭발 장면. 미국 에너지부 산하 국가핵안보국(NNSA)은 이 시험을 분화구 형성(cratering) 실험의 목적으로 진행했으며, 폭발 위력은 104킬로톤에 달했다. NNSA 제공


미국은 1992년 마지막 핵시험 이후 폭발성 실험을 중단했고 러시아는 1990년, 중국은 1996년 이후 유예 조치에 참여했다. 그러나 이번 지시로 핵통제의 마지막 안전판인 신전략무기감축조약(New START·뉴스타트) 연장 논의가 흔들릴 가능성이 커졌다.

전문가들은 “트럼프의 이번 지시가 실제 시험으로 이어지면, 미·러 양국뿐 아니라 중국까지 포함된 3자 군비 경쟁이 다시 불붙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윤태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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