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불가피? 그건 착각!… 견제·균형으로 평화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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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여경 기자
최여경 기자
수정 2025-08-15 01:11
입력 2025-08-15 01:11

우리는 왜 싸우는가
크리스토퍼 블랫먼 지음/강주헌 옮김
김영사/564쪽/2만 9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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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을 일으키는 원인 중 첫손 꼽히는 건 ‘견제되지 않는 사적 이익’이다. 이런 사례는 역사에 수두룩하다. 20세기 중반부터 미국과 소련(현 러시아)은 범세계라는 파이를 더 많이 차지하려고 약소국 안에서 대리전을 벌였는데 6·25전쟁과 베트남전쟁이 대표적이다. 두 초강대국은 동맹국을 끌어들여 약소국에서 힘 대결을 벌였지만 정작 희생을 치른 약소국들은 미국과 소련에 책임을 묻지 못했다. 사진은 미국 국립문서보관소에 보관돼 있던 미 해병대의 6·25전쟁 기록물. 로이터 연합뉴스
전쟁을 일으키는 원인 중 첫손 꼽히는 건 ‘견제되지 않는 사적 이익’이다. 이런 사례는 역사에 수두룩하다. 20세기 중반부터 미국과 소련(현 러시아)은 범세계라는 파이를 더 많이 차지하려고 약소국 안에서 대리전을 벌였는데 6·25전쟁과 베트남전쟁이 대표적이다. 두 초강대국은 동맹국을 끌어들여 약소국에서 힘 대결을 벌였지만 정작 희생을 치른 약소국들은 미국과 소련에 책임을 묻지 못했다. 사진은 미국 국립문서보관소에 보관돼 있던 미 해병대의 6·25전쟁 기록물.
로이터 연합뉴스


2022년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했다. 당시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비무장화, 돈바스 지역 러시아 주민 보호를 명분으로 내세웠다. 2023년 10월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는 이스라엘 음악 축제를 포격했다. 이스라엘이 요르단강 서안에 유대인 정착촌을 확대하면서 팔레스타인 주민들을 지속적으로 위협했다는 걸 공격 배경으로 꼽는다. 가자지구 안에서 하마스 지지율이 추락하는 현실을 극복하려는 의도였다는 분석도 있다.

지금도 지구촌 어디에선 분쟁이 벌어지고 있다. 전쟁을 자연스러운 인간의 본능으로 보는 견해가 많다. 프랑스 철학자이자 역사학자 르네 지라르가 대표적이다. 그는 “인간에게는 경쟁과 질투와 다툼에 기울어지는 선천적인 성향이 있고 그런 성향이 전쟁과 불화 등 유혈사태로 몰아간다”고 주장했다.

오랜 기간 폭력과 분쟁을 연구한 저자는 글로벌 갈등학을 가르치면서 다른 결론에 다다랐다. “인간이 선천적으로 평화주의자는 아니”지만 “공감하고 협상하며 평화를 유지하기 위해 거래하는 능력”이 있다는 점이다. 책은 이를 설명하기 위해 전쟁을 분석하고 ‘전략적인 평화’를 유지하는 길을 제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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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대가를 치르면서도 전쟁을 선택하는 요인을 저자는 다섯 가지로 압축했다. 우선은 ‘견제되지 않는 이익’이다. 전쟁에는 큰 희생과 비용이 따르지만 지도자가 막강한 권력을 가진 데다 사적 이익의 필요가 커지면 물리적 싸움이 시작된다. 역사적으로는 영국과 프랑스가 한 세기를 넘어 대립한 백년전쟁이나 소련(현 러시아)과 미국이 주도한 냉전 시기가 그렇다. 미국과 소련은 세계라는 파이에서 더 많은 조각을 갖기 위해 대리국을 통해 싸웠다. 그 분쟁으로 많은 국가가 피해를 입었지만 미소 양국에 책임을 묻지 않았고 통제도 되지 않았다.

상대의 의도와 군사력 같은 힘에 관한 ‘불확실성’이나 이해당사자 간 신뢰를 기반으로 한 ‘이행 문제’도 전쟁 요인이 된다. 한쪽이 평화를 약속했더라도 다른 쪽이 무기를 여전히 쥐고 있다면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선제공격을 선택하게 될 수도 있다.

앞의 세 가지가 전략적인 것이라면 ‘무형의 동기’와 ‘잘못된 인식’은 심리적인 원인이다. 전쟁이 야기할 위험을 상쇄시킬 명분, 영광과 지위 같은 것들이다. 무형의 동기가 극단적으로 발현된 사례로 저자는 아돌프 히틀러를 꼽았다. 게르만을 찬양한 히틀러는 자신이 혐오한 종족들이 독일을 오염시키고 지배하게 될 거라고 판단하며 주변국을 점령해 나갔다. 민족주의적 이상과 종교적 혜택, 오해 등 잘못된 인식은 적으로 간주한 사람들에게 더 나쁜 의도를 적용하고 자기 행동에는 고귀한 동기를 부여한다.

전쟁은 여러 요인이 작동하기 때문에 막을 수는 없다. 저자는 “내 연구 전략이 새로운 것은 아니다”라고 전제하면서도 책의 절반을 어떻게 평화를 유지할지 풀어내는 데 썼다. 그가 제시한 전략은 ‘견제와 균형’이다. 군사력, 동원력, 물질력으로 권력을 분할하면서 견제와 균형을 이룰 수 있다. 민중 의식과 광장 집회 같은 ‘관리들을 응징하며 곤경에 빠뜨리는 능력’으로 동원력을 설명한 부분이 특히 흥미롭다. 전쟁의 원인과 평화의 길을 ‘비교적’ 간결하게 설명해 세계 정치와 분쟁사를 이해하는 데 확실히 도움이 된다.

최여경 선임기자
2025-08-15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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