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보증금 기부한 ‘뇌병변 천사’
수정 2011-07-26 00:20
입력 2011-07-26 00:00
강서구 기초생활수급자 조봉선씨 재산 787만원 사후장학금 ‘쾌척’
국민기초생활수급권자로 어렵게 사는 한 시민이 마지막 재산인 임대주택 보증금 787만원을 사후 장학금으로 내놓아 눈길을 끈다.
강서구는 조봉선(51·가양 2동)씨가 주민센터 사회복지사를 찾아 임대보증금을 장학금으로 기부하겠다는 의사를 건넸다고 25일 밝혔다. 조씨는 23년 전인 1988년 28세의 젊은 나이에 연탄가스를 마시는 통에 뇌병변 2급 장애인이 되고 말았다. 그 뒤 남편과 이혼하며 취로·공공근로 사업장을 전전하며 딸을 혼자 키우는 쓰라림도 맛봤다.
이처럼 어려운 형편에 몸마저 불편해 직장을 얻지 못하자 국민기초생활수급자로 지정된 조씨는 매달 정부지원 보조금 44만원을 받으며 힘겹게 버티고 있다.
그러다가 최근 가양동 임대주택으로 보금자리를 옮기며 임대보증금을 기부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주변에 자신보다 더 심한 장애를 갖고도 희망을 잃지 않고 꿋꿋이 살아가는 이웃들을 지켜본 뒤였다. 형편이 좋지 않아 관리비와 생활비를 내기에도 빠듯하지만 심사숙고 끝에 조씨는 지난 15일 이런 내용을 담은 유언장 공증을 마쳤다. 공증을 마친 뒤 행복한 표정으로 조씨는 “홀가분하다.”고 말했다.
기부된 장학금은 재단법인 강서구장학회에서 관리한다. 강서구장학회에는 일본군 위안부 황금자(87) 할머니가 장학금으로 쾌척한 1억원, 청각장애 독거 노인 신경례(83) 할머니가 기부한 장학금 2000만원 등을 관리하며, 어려운 학생들에게 이웃 사랑을 전달하고 있다.
노현송 강서구청장은 “어렵게 살아오신 분들이 힘겨운 다른 이들에게 써 달라며 자신의 모든 것을 내주는 선행은 지금까지 우리 사회를 지탱해 온 원동력이며 건전한 기부문화가 정착되는 데 본보기가 될 것”이라고 반겼다. 문의는 강서구 교육지원과(2600-6978)로 하면 된다.
송한수기자 onekor@seoul.co.kr
2011-07-26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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