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선물 가로챈 백만장자 CEO “인생은 선착순” 정체불명의 입장문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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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라 기자
김소라 기자
수정 2025-09-01 13:14
입력 2025-09-01 10:30

남성의 정체는 폴란드 조경 자재 업체 CEO
구인구직 플랫폼서 ‘별점 테러’…악플 폭주
“비난받아 마땅, 아이에게 보상” 입장 내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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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8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열린 US오픈에서 폴란드 테니스 스타 카밀 마이흐르작(아래)이 한 어린이 팬에게 모자를 건네자 옆에 서 있던 남성이 이를 낚아채고 있다. 엑스(X·옛 트위터) 캡처
지난 28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열린 US오픈에서 폴란드 테니스 스타 카밀 마이흐르작(아래)이 한 어린이 팬에게 모자를 건네자 옆에 서 있던 남성이 이를 낚아채고 있다. 엑스(X·옛 트위터) 캡처


US오픈 테니스 경기에서 선수가 관중석에 있던 소년에게 건넨 선물을 가로챈 남성이 폴란드의 한 유명 기업 최고경영자(CEO)로 드러나면서 전세계 네티즌들의 질타가 쏟아지고 있다.

이 남성이 이끄는 기업은 구인구직 플랫폼 등에서 ‘별점 테러’를 당하는 한편, CEO가 작성했다는 정체불명의 입장문도 소셜미디어(SNS)에서 확산되고 있다. 파장이 커지자 CEO는 “용서해달라”며 사과한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30일 영국 BBC와 스페인 마르카 등 외신에 따르면 지난 28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빌리진킹 내셔널 테니스센터에서 열린 US오픈 남자 단식 2회전에서 폴란드의 카밀 마이흐르작(29)은 러시아의 카렌 카차노프를 상대로 승리를 거둔 뒤 관중석에 다가가 한 소년에게 자신이 쓰고 있던 모자를 건넸다.

이때 소년 옆에 서 있던 한 남성이 소년의 모자를 낚아채 아내의 가방에 넣는 장면이 생중계 카메라에 잡혔고, 영상은 온라인 커뮤니티 ‘레딧’과 SNS에 확산돼 전세계 네티즌들의 공분을 샀다.

상황을 뒤늦게 안 마이흐르작은 자신의 SNS를 통해 소년을 찾아달라고 호소했고, 이후 소년과 만나 선물을 건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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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8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열린 US오픈에서 폴란드 테니스 스타 카밀 마이흐르작(아래)이 한 어린이 팬에게 모자를 건네자 옆에 서 있던 남성이 이를 낚아채고 있다. 엑스(X·옛 트위터) 캡처
지난 28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열린 US오픈에서 폴란드 테니스 스타 카밀 마이흐르작(아래)이 한 어린이 팬에게 모자를 건네자 옆에 서 있던 남성이 이를 낚아채고 있다. 엑스(X·옛 트위터) 캡처


외신에 따르면 이 남성은 폴란드의 조경용 자재 업체인 ‘드로그브룩’의 피오르트 슈체렉 CEO로 확인됐다.

이 업체는 1999년 설립돼 폴란드 업계에서 품질과 기술력으로 건설업계에서 상당한 신뢰도를 쌓은 업체다. 슈체렉은 테니스 애호가로 유명하며, 테니스 등 스포츠와 청소년들의 스포츠 활동에 적극적으로 후원하고 있다.

이 업체의 유튜브와 소셜미디어(SNS) 계정은 현재 댓글창이 차단된 상태다. 구인구직 플랫폼 ‘고워크’에서는 이 회사에 대해 ‘별점 테러’가 이어져 평점이 1.4점까지 추락했다.

레딧 등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에서는 그의 입장문이라는 글이 확산되기도 했다. 캡쳐된 이미지 형태의 입장문에는 “(그 모자) 내가 가져갔다. 내가 항상 말했듯 인생은 선착순이다”라며 자신에 대한 온라인상의 비난에 대해 법적 대응을 할 것임을 시사하는 내용이 담겼다. 다만 입장문의 진위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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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란드의 테니스 스타 카밀 마이흐르작이 자신이 건넨 선물을 폴란드의 한 기업 최고경영자(CEO)에게 빼앗긴 소년을 수소문해 만났다. 카밀 마이흐르작 인스타그램
폴란드의 테니스 스타 카밀 마이흐르작이 자신이 건넨 선물을 폴란드의 한 기업 최고경영자(CEO)에게 빼앗긴 소년을 수소문해 만났다. 카밀 마이흐르작 인스타그램


해외에서는 이 사건을 영국 밴드 콜드플레이 콘서트장에서 고위 임원 간의 불륜 사실이 발각된 이른바 ‘키스캠’ 스캔들에 비유하기도 한다. 공연장이나 경기장 등 대형 행사장에서 한 기업의 CEO 또는 고위 임원의 행동이 카메라에 포착되고 SNS로 확산되면서 기업의 평판에 영향을 미친 사건이라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다는 분석이다.

파장이 커지자 슈체렉은 31일 ‘고워크’의 드로그브룩 페이지에 사과의 내용을 담은 입장문을 발표했다. 슈체렉은 “수많은 댓글을 읽고 나서 비로소 내가 경멸과 비난을 받아 마땅하다는 것을 깨달았다”면서 “지금 당장이라도 보상하고 싶다”고 밝혔다.

이어 “나에게 두 번째 기회를 달라고 간청한다. 눈물을 흘리며 떨리는 손으로 이 글을 쓴다”면서 “소년과 사회에 진 빚을 갚기 위해, 내 명예와 조국 폴란드의 명예를 회복하기 위해서다”라고 덧붙였다.

그는 자신이 가로챈 모자를 경매에 부치고 수익금을 자선단체에 기부하겠다고 설명했다.

마이흐르작 역시 뉴욕포스트의 인터뷰에서 “슈체렉이 문제를 바로잡고 싶어한다”면서 소년의 어머니와 연락할 수 있도록 조치를 취했다고 밝혔다.

김소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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