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간 난민 총격 후…트럼프 “제3세계 이민, 영구 중단” [핫이슈]

윤태희 기자
윤태희 기자
수정 2025-11-28 15:23
입력 2025-11-28 15:06

WP “도덕적 파산” 비판…“부시는 통합 택했지만 트럼프는 분열 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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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7일(현지시간) 플로리다 팜비치 마러라고 별장에서 추수감사절 화상 통화 후 기자들에게 발언하고 있다. 오른쪽 트럼프 대통령이 28일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끔찍한 아프간 공수 작전의 일부”라며 공개한 사진. 2021년 카불 공항에서 미군 수송기에 탑승한 아프간 대피민들의 모습이 담겼다. AP 연합뉴스·트루스소셜
왼쪽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7일(현지시간) 플로리다 팜비치 마러라고 별장에서 추수감사절 화상 통화 후 기자들에게 발언하고 있다. 오른쪽 트럼프 대통령이 28일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끔찍한 아프간 공수 작전의 일부”라며 공개한 사진. 2021년 카불 공항에서 미군 수송기에 탑승한 아프간 대피민들의 모습이 담겼다. AP 연합뉴스·트루스소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제3세계 국가에서 들어오는 이민을 “영구 중단(Permanent Pause)”하겠다고 선언했다. 이는 조 바이든 행정부 시절 입국한 수백만 명의 이민자를 추방하겠다는 기존 방침을 강화한 것으로, 미국 내 이민 정책 논란이 다시 불붙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27일(현지시간)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미국 체제가 완전히 회복될 수 있도록 제3세계 국가로부터의 이민을 영구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바이든의 오토펜(자동서명장치)으로 승인된 사례를 포함해 불법으로 입국한 사람들을 모두 추방하겠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에 순자산이 되지 않거나 나라를 사랑할 능력이 없는 자는 모두 내보내겠다”며 “비시민권자에게 지급되는 모든 연방 혜택과 보조금을 중단하고 국내 평화를 훼손하는 이민자의 시민권을 박탈하며, 서구 문명과 양립할 수 없는 외국인은 모두 추방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이를 ‘역이민(reverse migration)’이라고 표현하며 “이 조치만이 미국을 완전히 치유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아프간 출신 총격 사건 직후 발표…“바이든 불법이민의 결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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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은 27일(현지시간) 미 검찰이 공개한 아프가니스탄 출신 용의자 라흐마눌라 라칸왈. 그는 워싱턴 인근에서 미 방위군 병사 두 명을 총격한 혐의를 받고 있다. 가운데는 부상을 입은 앤드루 울프 하사, 오른쪽은 숨진 세라 벡스트롬 상병의 생전 모습. AP 연합뉴스
왼쪽은 27일(현지시간) 미 검찰이 공개한 아프가니스탄 출신 용의자 라흐마눌라 라칸왈. 그는 워싱턴 인근에서 미 방위군 병사 두 명을 총격한 혐의를 받고 있다. 가운데는 부상을 입은 앤드루 울프 하사, 오른쪽은 숨진 세라 벡스트롬 상병의 생전 모습. AP 연합뉴스


AFP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아프가니스탄 출신 망명자 라흐마눌라 라칸왈(29)이 워싱턴 인근에서 주방위군 여군 상병 세라 벡스트롬(20)을 총격 살해한 사건 직후 나왔다”고 전했다.

로이터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 사건을 계기로 ‘제3세계 이민 중단’을 공식화했다”며 “불법 입국자뿐 아니라 복지 수혜 외국인과 안보 위협 인물의 시민권 박탈까지 예고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후속 게시물에서 “아프가니스탄에서 수십만 명이 아무런 심사도 없이 미국으로 들어왔다”며 “이것이 바로 바이든과 그의 폭력배들이 미국에 저지른 참사”라고 비판했다.

“5300만 외국인 대부분 복지 수혜자”…민주당 인사도 강하게 공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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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7일(현지시간) 플로리다 팜비치 마러라고 별장에서 추수감사절 화상 통화로 미군 장병들과 대화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전날 백악관 인근 총격으로 부상한 방위군 병사 중 세라 벡스트롬 상병이 사망했다”며 “다른 병사는 생명을 위해 싸우고 있다”고 밝혔다. AF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7일(현지시간) 플로리다 팜비치 마러라고 별장에서 추수감사절 화상 통화로 미군 장병들과 대화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전날 백악관 인근 총격으로 부상한 방위군 병사 중 세라 벡스트롬 상병이 사망했다”며 “다른 병사는 생명을 위해 싸우고 있다”고 밝혔다. AFP 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은 또 다른 글에서 “미국의 공식 외국인 인구는 5300만 명으로 대부분 복지 수혜자이거나 실패한 국가, 교도소, 정신병원, 갱단, 마약 카르텔 출신”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한 이민자가 연 3만 달러(약 4400만 원)를 벌면 정부가 5만 달러(약 7300만 원) 이상의 보조금을 지급한다”며 “이런 난민 부담이 미국 사회를 붕괴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민주당 인사도 직접 겨냥했다. 팀 월즈 미네소타 주지사를 “심각한 지능을 가진 사람”이라고 조롱했고 소말리아계 일한 오마 하원의원에 대해 “히잡으로 몸을 감싸고 미국에 불법 입국했을 것”이라며 “미국을 증오하면서 불평만 한다”고 비난했다.

WP “난민 전체 위협은 도덕적 파산”…“트럼프, 통합 대신 분열 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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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격으로 숨진 미 웨스트버지니아 방위군 소속 세라 벡스트롬 상병의 시신이 워싱턴 메드스타 병원에서 이송되던 27일(현지시간), 군경 차량들이 도로에 줄지어 서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총격으로 숨진 미 웨스트버지니아 방위군 소속 세라 벡스트롬 상병의 시신이 워싱턴 메드스타 병원에서 이송되던 27일(현지시간), 군경 차량들이 도로에 줄지어 서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워싱턴포스트(WP)는 27일 사설에서 “미국에 정착한 아프간 난민 7만7000명 중 다수는 미군 통역이나 협력 인력으로 생명을 걸고 일했던 사람들”이라며 “이들을 잠재적 위협으로 몰아가는 것은 도덕적 파산(morally bankrupt)”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WP는 “바이든 행정부가 카불 함락에 대비하지 못해 위험인물 일부가 미국에 들어오게 된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라며 난민 심사 체계 전반의 허점을 지적했다.

그러나 “법을 지키며 미국에 정착한 난민까지 싸잡아 위협하는 것은 도덕적으로 용납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사설은 또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사건을 소말리아계 복지 부정 사건과 연관 지은 것은 국가적 비극을 정치적으로 이용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2001년 9·11 테러 직후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워싱턴의 이슬람 사원을 찾아 ‘이슬람은 적이 아니다’라고 말했던 당시와 달리 트럼프는 국민 통합 대신 분열을 선택했다”고 비판했다.

외신 “트럼프 2기, 반이민 정책 강화”…국내 논란 확산AFP는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발표는 재임 2기 들어 본격화된 대규모 추방 캠페인의 연장선”이라며 “반이민 정서가 한층 강화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로이터는 “그가 말한 ‘제3세계 국가’가 구체적으로 어디를 뜻하는지는 밝히지 않았지만 발언 수위는 과거보다 훨씬 높아졌다”고 전했다.

민주당은 인권 침해 우려를 제기하며 반발했다. WP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특정 지역 출신 이민자 전체를 잠재적 위협으로 규정하는 위험한 선동”이라고 지적했다.

윤태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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