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진무구 아니고 금쪽이도 아니다” 상상 너머… 오롯이 존재하는 어린이

윤수경 기자
수정 2025-06-27 00:04
입력 2025-06-27 00:04
불순한 어린이들/오유신 지음/동녘/280쪽/1만 7000원
교실 속 어린이… ‘이분법’ 경계혐오·폭력·욕망, 어두운 면 소환
“불순함 안고 사는 사람들 변론”

동녘 제공
어린이를 순진무구한 존재로 그리는 ‘동심 천사주의’라는 말이 있다. 1920년대부터 쓰이던 말인데, 여전히 어린이에 대한 어른의 시선은 여기서 크게 나아가지 않은 것 같다. 2013년부터 초등학교 교사로 어린이를 만나 온 오유신(34) 작가는 ‘불순한 어린이들’이란 에세이를 통해 어른들의 추상적인 상상에서 벗어나 오롯이 존재하는 어린이에 대해 기록한다.
작가는 교실에서 본 어린이들의 다채로운 모습이 “사람들이 어린이를 더 복잡하게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리라는 마음으로 글을 쓰기 시작했다”고 소개한다. 특히 어린이에 대한 이분법을 경계한다. 어린이는 순진무구하고 밝으며 무해한 존재가 아니며 그렇다고 무지막지한 ‘금쪽이’도 아니라는 것이다. 작가는 ‘혼자서도 잘하는 어린이’, 영화나 드라마에서처럼 ‘다정해서 어른에게 감동을 주는 어린이’ 외에도 ‘노골적으로 혐오 발언을 하거나 친구에게 폭력을 가하는 어린이’, ‘다른 어린이들과 달라 냉대받는 어린이’, ‘솔직한 욕망에 빠져드는 어린이’ 등 다양한 어린이를 소환한다. 그는 귀여워하거나 흐뭇해하는 시선으로는 드러낼 수 없는 어린이들을 ‘불순한 어린이’라고 규정하고 글을 썼다.

작가는 또 귀엽다는 말을 경계한다. “귀엽다는 말이 나를 타인을 귀여워할 수 있는 사람으로, 그래도 괜찮은 사람으로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할 수 있게 하기 때문이다. 대신 작가는 ‘멋지다’라는 표현을 써 어린이가 멋진 이유를 구체적으로 말하길 제안한다. “멋지다는 말은 나이와 상관없이 지금 하는 행동을 다루는 표현”이기 때문이다.
그는 또 ‘요즘 애들’이라는 말로 어린이의 스펙트럼을 뭉뚱그려서는 안 된다고 설명한다. 그는 “어린이는 언제나 단순하지 않고 어른들의 단순한 시선만 있을 뿐”이라고 말한다. 방대한 어린이 스펙트럼은 어른들에게 겸손하기를 요구하고 좀더 복잡하게 보기를, 빨리 단정하지 않기를, 쉽게 만족하지 않기를 요구한다고 강조한다.
이 책은 그가 10여년의 교직 생활에서 목격한 어린이들의 어두운 면을 생생히 담고 있다. 작가는 어린이들이 자신을 욕하는 쪽지를 맞닥뜨린 순간도 고백한다. 그는 “나를 견디는 어린이도 내가 견뎌야 하는 어린이도 교실에 있다는 점은 잔인하지만 진실”이라고 말한다. 그러면서도 그 이유와 맥락이 어른들이 만들고 유지해 온 사회와 연결돼 있다는 점을 짚어 낸다. 작가는 “순조롭지 않은 삶의 단면들이 가르쳐 주는 것들이 있다”고 믿으며 “체로 거를 수 없는 불순함을 안고 사는 사람들을 위한 변론”으로 이 책을 썼다고 고백한다. 이 변론이 ‘새로운 관계’를 탄생시키는 데 효용이 되길 바란다.
윤수경 기자
2025-06-27 2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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