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투, 7대 지주 중 나 홀로 ‘노 밸류업’… 김남구 회장 아들 김동윤 승계 포석?[경제 블로그]
박소연 기자
수정 2025-03-31 23:55
입력 2025-03-31 23:55
사내유보금 1년 새 4600억 늘고
20년 자산 10배 늘 때 주가 ‘2배’
투자자 “유보금 과세해야” 격앙

“남들의 반만이라도 환원해라.”, “배당보단 성장이 아니라 배당보단 상속이겠지.”
최근 한국투자금융지주(한투) 주주총회에서 나온 김남구(62) 회장의 ‘노 밸류업’ 발언에 대해 주주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한투 주주이자 한 시장 전문가는 31일 유보금을 쌓아 놓고 풀지 않는 한투의 보수적 운용 행태에 대해 “환원하지 않는 유보금이라면 과세해야 한다”며 격앙된 목소리를 냈다.
김 회장은 지난 28일 주총에서 “밸류업은 배당보다는 성장을 통해 이뤄져야 한다”고 해 주주 환원 기대를 일축했다. 자사주 소각 계획에 대해선 “임직원 스톡옵션 지급을 위해 계속 갖고 있다”고 답했다. 한투는 자사주를 298만 7479주 보유하고 있다. 전체 지분의 5.18% 수준이다.
정부가 밸류업 정책을 들고나온 지 1년 2개월이 지난 가운데 KB·신한·하나·우리·NH농협·한투·메리츠금융 등 7대 대형 금융지주사 중 한투만 유일하게 밸류업 계획을 공시하지 않고 있다.
한투가 주주에게 환원할 돈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한투 사업보고서를 보면 회사의 사내유보금(이익잉여금)은 지난해 말 5조 6417억원으로 전년(5조 1700억원)보다 약 4600억원 늘었고, 2022년(4조 1649억원)보다는 1조 4700억원 많아졌다.
그럼에도 환원에 나서지 않는 것은 아들인 김동윤(32) 한투증권 대리에 대한 승계 문제 때문이 아니냐는 시각이 나온다. 2019년 공채를 통해 입사한 김 대리의 한투 보유 지분율은 0.60%로 아직 미미하다. 주가가 낮을수록 작은 비용으로 지분을 취득해 지배력을 확보할 수 있는 만큼 한투 입장에선 주가 상승이 반갑지 않다. 실제로 한투의 자산 규모는 지난 20년 동안 10배로 증가한 반면 주가는 3만 4800원에서 7만 3000원으로 2배 늘어나는 데 그쳤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주주들 눈엔 한투의 보험사 인수 작업 역시 주주들의 단기 부담과 장기 성장성을 맞바꾸는 것으로 보인다. 보험사 인수는 당장 지주의 수익성과 건전성 지표에 영향을 줄뿐더러 회계 기준이 까다롭고, 자본규제 기준이 높아 자본 부담을 한투가 함께 지게 되면 주주 환원 여력은 감소한다.승계가 불법은 아니다. 다만 승계를 염두에 뒀다면 그것에 대한 주주와의 소통도 필요하다. 밸류업 정책의 초점이 주주들과의 소통에 있는 만큼 승계 작업도 공시를 통해 주주들의 공감을 얻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투자업을 본업으로 하는 한투 같은 곳은 더욱 그렇다는 게 주주들의 시선이다.
박소연 기자
2025-04-01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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