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청이었던 나를 치유해 준 음악… 행복은 뇌 안에 있었다”[월요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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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인기 기자
홍인기 기자
수정 2025-08-31 23:43
입력 2025-08-31 17:46

‘뇌과학자’ 조용상 교수

음악으로 지킨 마음 건강
난청 겪고 뇌과학에 이끌려
불안·우울 치료에 음악 접목
감정 회로 빠르게 안정시켜
음악과 뇌과학의 결합
나만의 ‘플레이리스트’ 틀고
행복한 기억 떠올리면 도움
좋은 태교, 부모가 편안해야
뇌가 바뀌면 삶도 변해
고통받던 사람들 도와 보람
행복한 삶 위해 뇌과학 연구
변화 돕는 사람이 되고 싶어
‘아트앤사이언스’. 서울 성동구의 한 골목길엔 생소한 이름의 연구소가 있다. 이 연구소에선 뇌과학을 기반으로 음악 등 다양한 기법을 활용해 우울증이나 불면증을 개선하는 상담이 이뤄진다. 연구소를 운영하는 조용상(57) 가천대 가천리버럴아츠칼리지 교수는 뇌과학자다. 조 교수는 뇌 메커니즘을 바탕으로 인간이 받을 수 있는 스트레스 지수를 낮추고 행복감을 높이는 방법을 찾는 연구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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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상 가천대 가천리버럴아츠칼리지 교수. 이지훈 기자
조용상 가천대 가천리버럴아츠칼리지 교수.
이지훈 기자


“불안과 우울은 뇌 탓”이라고 말하는 조 교수는 뇌과학이 우리 삶에 많은 변화를 줄 것이라고 했다. 고려대 의대에서 신경생물학 박사 과정을 밟으면서 뇌과학을 연구한 조 교수는 음악으로 마음을 치료하는 ‘브레인 리스닝’을 포함해 뇌 메커니즘 교육, 명상 등 뇌과학을 기반으로 한 스트레스 솔루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태교 음악회를 열고 기업과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에서 뇌과학과 스트레스와 관련한 강연을 하기도 한다. 그만큼 마음 건강을 돌보는 데 진심이다.

31일 서울 성동구 아트앤사이언스에서 만난 조 교수는 “우리 뇌는 감정적으로 지칠 때 숨 돌릴 시간이 필요하고 복잡한 신경회로를 재설정할 시간이 필요하다”며 “뇌과학 연구로 사람들이 더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을 전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뇌과학적으로 봤을 때 스트레스는 왜 건강에 좋지 않은가.

“등산로에 갑자기 뱀이 나타나면 깜짝 놀라지 않느냐. 이때 우리 뇌는 방어기제를 가동한다. 간에 저장돼 있던 포도당이 대량으로 나오지만 얼굴로는 전달되지 않으면서 이른바 ‘얼굴이 하얗게 질린다’고 하는 현상이 나타난다. 대표적인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도 이런 상황에서 혈당과 혈압을 올리고, 에너지를 공급해 신체가 외부 위협에 효과적으로 대응하도록 돕는다. 하지만 이게 과도해지면 문제가 생긴다.”

-스트레스 상황을 피하는 게 가장 효과적인 방법일 텐데, 실제로는 쉽지 않다.

“그렇다. 스트레스 상황이 길어지거나 반복돼 뇌의 방어기제가 장기간 과도하게 작동하면 면역력 저하, 뼈 약화, 노화 촉진, 우울증과 불안 강화는 물론 고혈압, 불면증, 당뇨병의 위험도 증가한다. 결국 스트레스 상황을 받아들이는 뇌가 ‘별일 아니다’라고 인식할 수 있어야 한다. 민감도를 떨어트려야 한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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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상 가천대 가천리버럴아츠칼리지 교수. 이지훈 기자
조용상 가천대 가천리버럴아츠칼리지 교수.
이지훈 기자


-실제 현실과 뇌가 받아들이는 현실이 다를 수 있나.

“연구 결과를 보면 그렇다. 예컨대 신제품 우유 출시 품평회를 하는 상황에서 바로 옆 참가자들이 갑자기 토하기 시작하면 뒤이어 다른 참가자들도 화장실로 향하거나 심지어 식중독 증상을 보인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사실 정상적인 우유를 마신 것이지만 이런 상황에서 우리 뇌가 ‘상한 우유를 마셨다’고 인지하는 것이다.”

-음악을 통해 그런 조절이 가능한 것인가.

“음악의 스트레스 완화 효과는 이미 많은 연구를 통해 밝혀졌다. ‘음악’과 ‘건강’을 키워드로 학술 자료를 검색하면 약 460만건에 달하는 결과가 나온다. 관련 연구도 그만큼 많이 진행됐다는 얘기다. 가벼운 스트레스 상황에서는 단순히 음악을 감상하는 것만으로도 진정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우리 뇌는 실제 경험과 생생한 상상을 신경학적으로 거의 구분하지 못한다. 영화나 드라마를 보면서 울거나 웃는 것은 뇌가 그 장면을 실제처럼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무작정 음악만 듣는다고 스트레스가 완화되지는 않을 것 같다.

“음악에 호흡과 명상을 결합해 감정 회로를 빠르게 안정시켜야 한다. 이때 뇌의 회복 회로를 활성화하는 구조를 설계할 필요가 있다. 쉽게 말하면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면서 감정적으로 안정됐던 기억이나 행복했던 장면을 구체적으로 떠올리는 훈련을 하면 된다. 그런 기억을 떠올릴 수 있는 음악을 모아 나만의 ‘평온 플레이리스트’를 만들어서 점심시간 후 10분, 지하철 기다릴 때 등 자주 들으면 된다. 이때 청각뿐 아니라 오감을 동원해 좋았던 기억을 떠올리는 것이 중요하다.”

-원래부터 음악에 관심이 많았나.

“음악은 단순한 취미를 넘어 세상과 소통하는 가장 중요한 언어였다. 한때는 작곡으로 대학원에 진학하고 싶다는 꿈을 꾸기도 했다. 피아노 실력이 따라 주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고 전공의 길은 포기했다. 대신 음악과 함께 살아가는 사람이 되자는 결심을 했다. 지금도 실내악단을 이끌며 플루트를 연주하고 있다. 소니뮤직코리아에서 음반을 발매하고, 예술의전당 무대에 섰던 경험은 큰 자부심이다.”

-뇌과학 연구는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

“2003년 영국 맨체스터대에서 의료 정책으로 석사 학위를 받고 귀국한 뒤에 갑자기 ‘돌발성 난청’이 생겼다. ‘한쪽 귀 청각이 거의 소실됐다’는 진단 뒤엔 불안감에 휩싸였고, 무언가에 이끌린 듯 평소 좋아했던 클래식 음악만 내내 들었다. 음악의 효과인지 거짓말처럼 청력이 돌아왔고, 뇌를 공부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공부해 보고 싶다’고 해서 접근할 정도로 쉬운 분야가 아니지 않나.

“흥미가 있어서 어렵진 않았다. 하지만 연구자가 아니라면 진입장벽이 있는 것 같다. 그래서 강연할 때도 어려운 용어를 쓰지 않으려 한다. 뇌과학은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되지만 마음 건강 분야에서 특히 중요하다. 금융이나 디지털의 경우 리터러시(정보를 이해하고 활용하는 능력)가 주목받고 있는데, 그것처럼 뇌과학을 활용한 마음 건강 리터러시의 중요성을 알리고 싶다. 마음 건강을 돌보기 위해 우리 뇌를 이해하고 활용하는 분들이 많아졌으면 한다.”

-스트레스 완화와 뇌 건강을 위해선 어떤 게 가장 중요한가.

“수면의 질이 가장 중요하다. 뇌의 생체주기는 햇빛 같은 외부 자극에 의해 동기화된다. 그래서 잠을 자야 하고, 아침에 햇빛을 보면서 뇌를 재가동시킬 준비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 좋은 수면은 뇌를 회복시키는 시간이다.”

-그렇다면 얼마나, 또 어떻게 자는 것이 도움이 되나

“뇌가 침대를 ‘잠자는 공간’으로 인식하는 게 중요하다. 조명이 너무 강하면 수면을 유도하는 호르몬인 멜라토닌의 분비가 떨어진다. 65세 미만은 하루에 최소 7시간, 65세 이상은 최소 6시간 정도 자야 한다. 다만 수면 부족보다 수면 과다가 건강에 더 좋지 않다는 연구도 있다. 무작정 오래 자는 것이 좋은 것은 아니다.”

-음악과 뇌과학을 접목해 태교에 활용하는 음악회를 개최하고, ‘부모는 아기의 뇌 설계자’라는 책도 냈다.

“많은 예비 부모가 ‘제대로 된 태교를 해 주지 못했다’고 토로하는 경우를 봤다. 사실 뇌과학적으로 보면 좋은 태교는 ‘태아에게 무엇을 하느냐’보다 ‘부모가 무엇을 느끼느냐’가 더 중요하다. 억지로 동화책을 읽고 뜨개질을 하는 것보다 아기 손을 잡고 산책하는 따뜻한 상상, 친구와 예쁜 카페에서 웃으며 보내는 시간이 훨씬 더 좋은 태교다.”

-어떤 태교를 해야 한다는 식의 강박에 사로잡히지 않아도 된다는 의미인가.

“그렇다. 부모가 편안하고 행복할수록 아기 뇌는 튼튼하고 건강하게 자란다. 반대로 스트레스나 우울감이 지속되면 자궁 환경 자체가 유해해져 아기 뇌가 예민해진다. 실제로 임신 중 엄마의 만성적인 스트레스와 불안은 아이가 자라서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나 우울장애 등의 정신질환을 겪을 수 있는 위험을 높인다는 연구가 많다.”

-상담하면서 뿌듯할 때가 많을 것 같다.

“주로 오랜 시간 주요 우울장애나 불면증으로 힘들어하던 분들이 찾아온다. 그분들이 몇 개월 후 ‘이제 수면제 없이도 잘 자게 됐어요’라고 말해 주실 때 연구자이자 임상가로서 가장 큰 보람을 느낀다. 이혼하기로 마음먹었던 부부가 함께 상담을 한참 동안 받은 뒤에 관계가 좋아졌고 이후 ‘둘째를 가졌다’며 연락이 왔을 때가 기억난다.”

-연구뿐 아니라 상담, 태교 음악회, 강연 등 여러 활동을 이어 가는 특별한 이유가 있나.

“연구실 안에 머무는 과학이 아니라 사람들의 삶과 회복에 닿는 과학을 전하고 싶다. 그래서 올 하반기부터는 유튜브 채널을 본격적으로 운영하면서 더 많은 분과 지속적이고 따뜻한 방식으로 소통할 계획이다. 누군가의 밤이 다시 평온해지는 데 작은 도움이 되고 싶고 사람들의 행복감을 높일 수 있는 진정성 있는 연구자가 되고 싶다. ‘뇌가 바뀌면 삶이 바뀝니다. 그 변화를 도와드리는 뇌과학자’. 딱 이렇게 기억되고 싶다.”

●조용상 가천대 교수는

뇌과학과 음악을 융합해 인간의 심리적 행복과 스트레스 관리에 기여하는 독창적인 연구를 한다. 2013년 가천대 가천리버럴아츠칼리지 교수로 임용돼 학생들에게 뇌 기반 커뮤니케이션을 가르치고 있다. 2021년부턴 고려대 의대에서 신경과학 분야 연구자문 등을 하는 외래교수로 일하고 있다. 2007년 과학기술부 장관 표창을, 2014년 국회의장 공로장을 받기도 했다. 뇌 메커니즘을 접목해 음악으로 스트레스를 억제하는 ‘브레인 리스닝’을 개발했고, ‘부모는 아기의 뇌 설계자’라는 책을 통해 뇌과학에 기반한 태교 방법을 대중에게 알렸다.

홍인기 기자
2025-09-01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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