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 감소 없는 주4일제, 노동효율 높인다 [사이언스 브런치]

유용하 기자
수정 2025-07-22 00:00
입력 2025-07-22 00:00

언스플래쉬 제공
주 5일 근무제가 처음 시작됐을 때, 기업과 기업의 입장을 반영한 미디어들은 노동 생산성이 떨어지게 돼 세계 경쟁력을 잃게 될 것이라는 우려를 쏟아냈다. 그렇지만, 현재 주 5일 근무제 때문에 기업 경쟁력이 떨어졌다고 말하는 이들은 거의 없다. 물론, 한국 기업들은 여전히 임금 상승 없이 노동자의 근무 시간만 늘리려고 호시탐탐 기회만 엿보고 있기는 하지만 말이다.
그런데, 미국 보스턴 칼리지 사회학과, 아일랜드 더블린대(UCD) 사회정책·노동·법학부 공동 연구팀은 소득 감소 없는 주 4일 근무제가 노동자의 직무 만족도와 신체적·정신적 건강 향상은 물론 작업 성과도 높아진다고 밝혔다. 이 연구 결과는 행동과학 분야 국제 학술지 ‘네이처 인간 행동’ 7월 22일 자에 실렸다.
최근 세계 곳곳에서 하루 6시간 근무나 하루 또는 주당 근무 시간 20% 감축과 같은 근무 시간 축소를 전제로 한 근무 재조정이 다양한 방식으로 시험되고 있다. ‘주 4일 근무 글로벌 이니셔티브’는 전 세계 375개 기업이 참여해 급여 감소 없이 근무 시간을 단축했을 때 나타나는 현상을 관찰하는 프로젝트다.
연구팀은 급여 감소 없이 주 4일 근무제 효과를 측정하기 위해 호주, 캐나다, 뉴질랜드, 영국, 미국 141개 기업, 2986명의 직원을 대상으로 6개월간 시범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관찰했다. 연구팀은 프로그램 시행 전후로 번아웃 여부, 직무 만족도, 정신 및 신체 건강 상태 등 근무와 건강 관련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또, 시범 프로그램에 참여하지 않은 12개 기업 노동자 258명과 비교했다.
연구 결과, 주 4일 근무제 시행 후 평균 근무 시간이 주당 약 5시간 줄어든 것이 확인됐다. 주당 8시간 이상 근무 시간이 감소한 직원들은 주 5일 근무제 직원들보다 번아웃 발생이 줄고, 직무 만족도는 높아지고, 정신 건강도 개선된 것으로 조사됐다. 근무 시간이 주다 1~4시간 감소한 직원들 사이에서도 유사한 효과가 나타났지만, 그 정도는 훨씬 덜한 것으로 나타났다. 근무 시간 감소로 인한 이점은 수면 시간 증가와 피로도 감소, 개인의 작업 능력 향상 때문이라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연구를 이끈 운 팡 보스턴 칼리지 교수(계량 사회학)는 “이번 연구 결과는 노동자들의 근무 시간 재평가를 통해 웰빙과 노동 효율을 동시에 달성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라며 “저임금 노동 집약적 방식으로는 기업이 원하는 성과를 내기 어렵다는 점을 인식하고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유용하 과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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