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수익성 높은 반도체·의약품, 車보다 관세 더 낼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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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주형 기자
수정 2025-09-18 06:10
입력 2025-09-18 01:01

美, 과세 대상 확대 절차 착수

상무부, 철강·車부품도 적용 검토
한국 주력 수출품 추가 타격 우려
“반도체 100%, 의약품 150~250%”
과거 언급에 업계 촉각 곤두세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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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2025.9.17 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2025.9.17 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철강·알루미늄과 자동차 부품 관세 부과 대상을 확대하기 위한 절차에 착수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조만간 부과할 예정인 반도체, 의약품에 대한 관세는 자동차보다 높을 수 있다고 예고했다. 이들 품목은 모두 우리 기업 주력 수출 상품이어서 추가 타격이 우려된다.

16일(현지시간) 미 연방관보에 따르면 상무부는 철강이나 알루미늄을 사용해 만든 파생제품 중 관세 부과 대상에 추가할 품목이 있는지 지난 15일부터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 상무부는 오는 29일까지 의견을 받을 예정이며 특정 상품을 관세 부과 대상에 포함해 달라는 요청이 접수되면 60일 내에 수용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미국은 현재 수입품이 국가 안보에 위협이 될 경우 대통령이 관세를 부과할 수 있는 ‘무역확장법 232조’를 근거로 철강과 알루미늄에 각각 50%의 품목별 관세를 물리고 있다. 또 매년 1월과 5월, 9월에 미국 제조사나 협회로부터 어떤 파생제품을 관세 대상에 포함해야 하는지 의견을 듣는다. 지난 5월에도 이런 절차를 진행했고 6월부터 냉장고와 건조기, 세탁기, 식기세척기 등 가전제품에 사용된 철강에도 50% 관세를 부과하기로 결정했다. 상무부는 또 품목별 관세 25%가 부과 중인 자동차 부품에 대해서도 다음달 1일부터 2주간 의견 수렴을 하겠다고 안내했다. 자동차 부품 역시 의견이 접수되면 60일 이내에 수용 여부를 결정한다.

미국의 이런 움직임은 이미 관세 충격을 받고 있는 한국 철강과 자동차 산업에 더 큰 부담을 안길 것으로 우려된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 7월 한국의 대미 철강 수출액은 2억 8341만 달러(약 3910억원)로 지난해 같은 기간(3억 8255만 달러)보다 25.9% 감소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2025년 8월 자동차 산업 동향’을 보면 한국의 대미 자동차 수출은 지난해 같은 달보다 15.2% 감소한 20억 9700만 달러(2조 8960억원)에 그쳤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영국 국빈 방문을 위해 백악관을 나서면서 취재진과 만나 자동차 관세에 대해 언급하면서 “반도체와 의약품은 수익성이 (자동차보다) 더 높다. (관세도) 더 낼 수 있다”고 말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반도체는 100%, 의약품에 대해선 150∼250%의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상무부는 현재 무역확장법 232조에 따라 반도체와 의약품 등의 수입이 국가 안보를 위협하는지 조사 중이며 조만간 구체적인 관세율이 발표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다만 반도체 업계는 한국과 대만 기업이 시장을 사실상 장악하고 있고 미국 내 대체 생산이 어렵다는 점을 들어 반도체 전반에 높은 관세를 매기기는 쉽지 않다고 본다. 실제로 관세가 현실화되면 스마트폰을 포함한 전자제품 가격의 상승과 그로 인한 수요 위축이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한아름 무역협회 수석연구원은 “반도체는 대체 공급처가 많지 않아 가격 인상분이 소비자에게 전가될 수 있고 이는 결국 미국 경제에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내에서도 트럼프 행정부 관세 정책의 역풍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미국 상공회의소와 자동차 업계는 이날 상무부에 보낸 서한에서 “충분한 사전 통보 없이 단행된 최근의 관세 확대는 의도치 않은 비용과 불확실성의 확대를 초래하고 있다”며 “더이상의 예측 불가능한 확장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워싱턴 임주형 특파원·서울 이범수 기자
2025-09-18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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