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화폐는 스테이블코인… 한국도 국제 표준 확보해야”[글로벌 인사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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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희진 기자
명희진 기자
수정 2025-11-18 17:42
입력 2025-11-18 17:42

일본 스테이블코인 1호 면허
‘JPYC’ 오카베 노리타카 대표

결제 등 사용 확산… 쌀 농가도 도입
특히 환전 비용 크게 줄일 수 있어

USDC·JPYC·유로C 구조 거의 동일
지갑 하나로 ‘전 세계 결제’가 가능

한일, 규제·기술 함께 표준화하면
아시아가 주도권 잡을 수 있을 것
인공지능(AI) 시대 결제 인프라의 주도권을 둘러싼 국가 간 경쟁이 뜨겁다. 루나·테라 사태 이후 정체됐던 한국도 연내 스테이블코인 법제화를 추진하는 가운데 일본에서는 민간 주도의 실험이 속도를 내고 있다. 18일 도쿄 오테마치에서 일본 금융청이 유일하게 발행을 인가한 엔화 스테이블코인 JPYC의 오카베 노리타카(47) 대표를 만났다. 그는 “스테이블코인은 AI가 직접 결제와 거래를 수행하는 시대의 기반 통화가 될 것”이라며 “한국과 일본이 규제와 기술을 함께 표준화해야 아시아가 주도권을 잡을 수 있다”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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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도쿄 오테마치 피노랩에서 서울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는 오카베 노리타카 JPYC 대표. 그는 “앞으로 인공지능(AI)이 사람 대신 결제와 거래를 수행하는 시대가 올 것”이라며 “스테이블코인이 AI 경제의 화폐가 될 것”이라고 했다.
18일 도쿄 오테마치 피노랩에서 서울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는 오카베 노리타카 JPYC 대표. 그는 “앞으로 인공지능(AI)이 사람 대신 결제와 거래를 수행하는 시대가 올 것”이라며 “스테이블코인이 AI 경제의 화폐가 될 것”이라고 했다.


-발행 3주가 지났다.

“한국의 관심이 매우 높다. 루나·테라 사태 이후 한국은 제동이 걸렸지만 일본은 오히려 법제화 논의가 촉진됐다. 그 결과 JPYC가 1호 인가를 받을 수 있었다.”

-JPYC 사용은 어디까지 확산됐나.

“결제, 팁·기부 시스템 등 다양한 서비스가 빠르게 늘고 있다. 신용카드 수수료와 정산 지연을 피하려고 자체 결제 수단으로 JPYC를 도입한 메추라기 농가나 쌀 농가도 눈에 띈다. 만화와 같은 콘텐츠 플랫폼에서도 활용이 확대되고 있다.”

-JPYC가 강조하는 장점은.

“국경을 넘는 환전 비용 절감. 지금은 해외 송금 시 달러를 거치는 구조라 환전 수수료가 두 번씩 붙는다. USDC→JPYC→엔화와 같은 스와프 구조를 쓰면 비용이 크게 줄어든다. 후쿠오카처럼 한국인 관광객이 많은 지역에는 10% 가까운 현금 환전 수수료가 여전히 존재한다.”

-양국 제도 정비가 필요하다는 의미인가.

“그렇다. 일본은 이미 교환 라이선스 제도를 갖췄고, 한국도 제도를 마련하면 JPYC와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상호 교환이 가능해진다. 실제 한국 기업들의 문의가 많다.”

-3년간 10조엔 발행 목표를 제시했다.

“일본의 현금·예금 잔액은 1300조엔이다. 10조엔은 1%도 안 되는 규모다. 현재 활용처는 주로 투자 영역이다. 일본에서 빌려 금리가 높은 지역에 투자하는 ‘캐리 트레이드’에서 JPYC는 환전 비용을 크게 낮춘다. 일부 유동성 풀은 편도 수수료가 0.05% 수준이다.”

-JPYC는 ‘민간형 공정 코인’이다. 자유 발행 코인과 경쟁할 수 있나.

“미국이나 홍콩처럼 규제 밖에서 발행되는 코인과 구조가 다르다. 일본형 스테이블코인은 발행 규칙이 엄격하기는 하지만, 인가를 받으면 이용자 측 자유도가 매우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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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호 인가를 받을 수 있었던 이유는.

“은행과 대형 스타트업이 모두 포기했기 때문이다. 2019년 창업 이후 일본은 2024년까지 제로 금리였고 투자 유치도 어려웠다. 우리는 이 방향성이 맞다고 보고 끝까지 밀어붙였다.”

-메가뱅크들도 스테이블코인 발행을 준비 중이다.

“성격이 전혀 다르다. 메가뱅크형은 본·지점 내에서만 쓰는 폐쇄형이고, JPYC는 계좌 없이도 사용할 수 있는 개방형이다. AI와 같은 신기술과의 결합은 JPYC가 절대적으로 유리하다.”

-JPYC가 그리는 미래는.

“전 세계 스테이블코인이 같은 규격으로 통일되는 미래. USDC·JPYC·유로C 등은 이미 거의 동일한 기술 사양을 갖추고 있다. 이렇게 되면 ‘지갑 하나로 전 세계 결제’가 가능해진다. 또 하나는 AI 경제권이다.”

-AI 경제권이란.

“지금은 AI로 정보를 검색하는 데 그치지만 곧 직접 결제와 거래를 실행하는 시대가 온다. 신용카드나 은행 계좌는 AI와 연결하기 어렵다. 결국 스테이블코인이 AI가 경제활동을 수행하는 시대의 기본 통화로 자리잡게 될 것이다.”

-이를 위해 필요한 조건은.

“규제와 기술의 국제적 정합성이다. 가령 ‘한국에서 인가받은 코인을 일본에서도 바로 쓸 수 있다’는 식의 상호 승인 체계가 필요하다. 미국에는 이미 그런 구조가 있고, 일본·유럽·미국·홍콩·싱가포르는 규제가 거의 맞춰졌다. 한국도 글로벌 스탠더드와의 정합성을 확보해야 한다.”

오카베 노리타카 대표는

1978년 후쿠오카 출신. 히토쓰바시대 재학 중 처음 창업에 나섰으며 정보기술(IT)·블록체인 기업을 거쳐 2019년 JPYC를 설립했다.

글·사진 도쿄 명희진 특파원
2025-11-19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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