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의원 화합 모임 끝내 불발
모경종 “현안 해결부터” 불참 선언
개혁신당 “추석의 기적 꿈꿨는데
게임 한판 못 하는 게 정치권 현실”
게임대회는 강행… 예정대로 기부여야 MZ세대 의원들이 ‘스타크래프트’ 게임 대결을 펼치며 모처럼 화합의 장을 연출하려고 했으나 끝내 불발됐다. 당초 참석 의사를 밝혔던 모경종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불참 의사를 밝히면서다. 추석맞이 PC방 회동조차 용납하지 않는 강성 지지층에 휘둘리는 한국 정치의 현주소를 보여 주는 사건이란 평가가 나온다.
모 의원은 2일 오전 자신의 소셜미디어(SNS)에 “스타크래프트 대회 참가 소식으로 많은 분들께 심려를 끼쳤다. 지금이라도 바로잡고자 한다”며 “저는 이준석, 김재섭 의원과 하는 이번 행사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번 일로 실망하신 모든 분께 깊이 사과드린다”고 했다.
그는 “여러분들께서 주신 여러 의견을 보며 뜬눈으로 밤을 지새웠다”며 “여러분의 따끔한 질책의 말씀대로 지금은 우리가 모두 ‘단일대오’를 이뤄 싸워야 할 때”라고 했다. 이어 “여러분의 회초리를 무겁게 받아들이겠다”며 “이번 일을 계기로 더욱 낮은 자세로 소통하며 우리 앞에 놓인 시급한 현안 해결에 모든 힘을 쏟겠다”고 덧붙였다.
앞서 개혁신당은 이준석 대표를 비롯해 모 의원과 김재섭 국민의힘 의원이 추석 명절을 맞아 정치 화합 스타크래프트 대회를 개최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모 의원은 이날 민주당 내 강성 지지층의 비판을 이기지 못하고 끝내 불참 결정을 내렸다.
실제 민주당 강성 지지층이 활동하는 한 커뮤니티에는 모 의원을 비난하는 글이 잇달아 게시됐다. 한 네티즌은 “민생 법안마저 족족 부결 찍는 이준석과 내란 옹호했던 김재섭과 ‘하하호호’ 게임할 시간에 민주당 청년위원장으로서 청년들 모아서 조희대 (대법원장)이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규탄 성명이나 내든지”라며 “참 기가 막히고 어이가 없다”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개혁신당은 유감을 표했다. 개혁신당 관계자는 “세계 1차 대전 때도 연합군과 독일군이 크리스마스엔 캐럴을 부르고 공을 찼다. 우리는 추석의 기적을 만들고 싶었던 것”이라면서 “추석에 둘러앉아서 게임 한판 못 하는 정치권의 현실이 부끄럽다”고 밝혔다.
대회는 강행한다는 입장이다. 개혁신당 관계자는 “화합은 계속 추구해야 하는 가치고, 섭외된 분들과의 약속이 있으니 (예정대로 해야 한다)”고 전했다. 모 의원 대신 다른 사람을 섭외하는 방안도 검토됐지만 우선 모 의원만 배제하고 게임을 진행하는 것으로 정리됐다.
그 대신에 국민 참여 규모를 늘려 ‘국민 화합의 장’으로 행사를 발전시키겠다는 방침이다. 또한 승리한 의원의 지역구 복지시설에 전하는 성금 역시 모 의원의 것만 빼고 예정대로 기부할 예정이다.
이동수 세대정치연구소 대표는 “모 의원은 초선인데다 이재명 대통령을 수행하면서 당원들에게 이쁨을 받아서 국회의원이 된 측면이 있어서 당원들의 요구에서 벗어나기 어렵다”며 “현재 민주당은 소수의 결집된 강성 지지층들의 목소리가 너무 커졌다. 공천 시스템을 개선해서 이런 당원들의 영향력을 점차 줄여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준호·김가현 기자
2025-10-03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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