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계적 檢상소 제동 필요” vs “피해자 권리 침해”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검찰의 ‘기계적 상소’ 관행을 지적하며 제도 개선을 지시하자마자 여당에서 ‘상고 제한법’이 발의됐다. 검찰의 상고를 일괄 제한하면 3심을 규정한 헌법에 어긋날 수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2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정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전날 검찰의 상고를 제한하는 내용의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법안은 1심 재판부에서 무죄·면소·공소기각 등 판결이 나온 사건을 검사가 항소해 2심에서 기각되는 경우 상고를 할 수 없도록 하는 내용이다. 즉 1·2심 재판에서 모두 무죄가 선고됐다면 재판을 종결해야 한다는 취지다.
이 의원은 법안 제안 이유에서 “1·2심 모두 무죄 판결이 선고된 사건은 검찰의 상고권 행사의 적정성을 제고하고 기소 오류를 조기에 시정할 필요성이 크다”며 “현행 형사상고심의위원회 제도만으로는 충분하지 못하다는 지적이 있다”고 설명했다. 현행 형사소송법 제371조는 ‘제2심 판결에 대해 불복이 있으면 대법원에 상고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앞서 이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국무회의에서 “무죄를 받아도 (검찰이) 상고를 하면 대법원 재판까지 가야 하고, 그 과정에서 돈이 엄청나게 많이 든다”며 검찰을 질타한 바 있다. 여기에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형소법 개정 등을 검토하겠다고 했다. 이 발언 직후 여당에서 상고를 제한하는 법안이 발의된 것이다.
다만 이 법안은 이 의원 개인이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의원 측은 이 대통령의 해당 발언이 나오기 전부터 준비를 해 왔던 법안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 원내 지도부 차원에서는 상소 제한 입법 방향에 대한 구체적인 입장이 나온 적이 없다.
법무부 등에 따르면 1심 무죄 사건의 95%는 2심에서 무죄 선고가 유지됐다. 3심에서도 무죄가 유지되는 비율은 98%로 알려졌다. 검찰의 기계적 상소가 무의미하다는 비판이 여권에서 나오는 이유다. 이용우 민주당 의원은 전날 라디오에서 “재판을 통해서 어떡해서든 되지도 않는 사건을 기소해 가지고 유죄를 끌어내려고 하는 것 자체는 분명하게 제동을 걸 필요가 있다”며 “무죄가 나오면 3심까지 가는 것을 전제해야 된다. 안타까운 지점”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이에 대한 반발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1·2심에서 잇달아 무죄가 나오더라도 일괄적으로 검찰의 상고를 제한할 경우 범죄 피해자의 권리가 침해당한다는 지적이 가능하다. 또 3심을 규정한 헌법에 배치돼 위헌 논란이 발생할 수 있다.
당장 야권에서는 이 대통령의 ‘사법 리스크’ 해소를 위한 입법권 남용이라는 비판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앞서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이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2심 무죄가 대법원에서 (유죄 취지로) 바뀌지 않았느냐”며 “무죄가 나면 상고를 못 하게 하고 삼중 ABS(긴급제동시스템)를 장착하고 뒤에 에어백도 장착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신박한 발상에 박수를 보낸다”고 했다.
이준호·곽진웅 기자
2025-10-03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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