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탄핵 앞 조희대 “한덕수 만난 적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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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헌주 기자
수정 2025-09-18 01:11
입력 2025-09-18 01:00

“내란 특검 수사해야” “탄핵 대상”… 압박 수위 더 끌어올린 與

대법원장, 정치권 의혹에 입장문
“李사건 관련 외부와 논의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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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장 퇴근길
대법원장 퇴근길 조희대 대법원장이 17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퇴근하기 위해 이동하던 중 두 손을 모으며 취재진을 바라보고 있다. 조 대법원장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지난 21대 대선을 앞두고 한덕수 전 국무총리 등과 만나 ‘이재명 사건은 대법원에서 알아서 한다’고 말했다는 여권의 의혹에 대해 부인했다.
뉴시스


조희대 대법원장이 17일 지난 대선 직전 한덕수 전 국무총리와 만나 이재명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사건을 ‘알아서 처리하겠다’는 취지로 말했다는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이에 대한 특검 수사를 주장했다. 조 대법원장 탄핵도 계속 거론되고 있다.

조 대법원장은 이날 법원행정처를 통해 입장문을 발표하고 “이 대통령 공직선거법 사건과 관련해 한 전 총리는 물론이고 외부의 누구와도 논의한 바가 전혀 없으며, 거론된 나머지 사람들과도 제기되고 있는 의혹과 같은 대화 또는 만남을 가진 적이 없음을 명백히 밝힌다”고 했다.

조 대법원장은 당초 이날 오후 6시쯤 퇴청하며 취재진과 만나 직접 입장을 밝히기로 했으나 예정된 시간을 한 시간여 앞두고 입장문을 배포하는 쪽으로 선회했다. 민감한 사안인 만큼 불필요한 추가 논란을 방지하기 위해 정제된 메시지를 발표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조 대법원장은 대법원 정문에서 ‘정치권에서 사퇴를 요구하고 있는 상황에 대해 어떤 입장인가’, ‘사법부가 정치적 중립성을 잃었다는 평가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등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수고하십니다”라고 짧게 말한 뒤 곧바로 차량에 탑승해 청사를 빠져나갔다.

한 전 총리 측 관계자도 이날 “한 전 총리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탄핵 결정 이전·이후를 막론하고 조 대법원장과 회의나 식사를 한 사실이 일절 없으며 개인적 친분도 전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정청래 민주당 대표는 조 대법원장의 입장 발표에 대해 “의혹 제기는 눈덩이처럼 불어났고, 본인은 부인하고 있고 그렇다면 특검 수사로 진실을 밝히는 수밖에 없다”고 페이스북에 글을 남겼다.

박수현 민주당 수석대변인도 “(비상계엄과 서울서부지법 사태 등) 국가와 법원의 존망이 달린 일에는 침묵하던 대법원장이 개인의 일에는 이렇게 쉽게 입을 여는 것인가”라며 “사법부에 대한 조금의 애정이라도 남아 있다면 거취를 분명히 하고, 철저한 수사를 통해 진실을 밝히면 될 것”이라고 논평했다.

앞서 정 대표는 이날 오전 민주당 제주 현장 최고위원회의에서 조 대법원장에 대해 “존경받아야 할 사법부 수장에 대해 정치적 편향성과 알 수 없는 의혹 제기 때문에 사퇴 요구가 있는 만큼 대법원장의 직무를 계속 수행하기에는 매우 부적절해 보인다”며 사퇴를 요구했다.

최고위에서는 “이 사안에 대해 반드시 특검이 진상을 파헤쳐야 한다”(전현희 최고위원), “내란 특검에서는 조희대와 한덕수의 수상한 회동을 당장 수사하라. 조 대법원장은 양심 고백을 하고 당장 그 자리에서 사퇴하라”(김병주 최고위원) 등 수사 요구도 분출했다.

여권발 조 대법원장의 사퇴 요구에 전날 대통령실은 “대법원장의 거취를 논의한 바 없다”며 한 발 빼는 모습을 보였지만 여당은 이날 압박 수위를 더 끌어올린 것이다. 조 대법원장 탄핵도 계속 거론되고 있다. 서영교 의원은 MBC 뉴스에서 개인 의견을 전제로 “조 대법원장은 탄핵 대상이라고 본다”고 했고, 장경태 의원은 채널A 유튜브에서 “(탄핵은) 여러 선택지 중 하나”라고 답했다.

조국 조국혁신당 비상대책위원장도 이날 국회에서 열린 ‘끝까지 간다’ 특별위원회 회의에서 “혁신당은 조희대 없는 대법원, 지귀연 없는 재판부를 만들겠다”며 “이미 조 대법원장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준비해 뒀다”고 말했다. 조 위원장도 조 대법원장이 지난 5월 당시 대선 후보였던 이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을 파기환송한 것에 대한 특검 도입 필요성을 주장했다.

이에 대해 박지영 내란 특검보는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조 대법원장과 관련해 “현 단계에서 수사를 착수할 만큼은 아닌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박 특검보는 “관련된 고발장이 있긴 하지만 수사 대상인지는 확인해 봐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한편 여당 내 일각에선 입법부와 사법부 사이 전면전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김남희 민주당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정치가 사법의 영역을 개혁하는 것은 입법권의 행사를 통해 자제력을 갖고 이뤄질 필요가 있다”고 썼다.

김헌주·김희리 기자
2025-09-18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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