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육아휴직 급여 올렸더니 부정 수급 ‘사상 최대’… 올해만 49억 샜다

유승혁 기자
수정 2025-10-21 01:32
입력 2025-10-21 00:56
저출생 지원책 악용 ‘신뢰성 흔들’
아버지 회사에 위장 취업한 전업주부더 치밀해진 육아휴직 급여 부정수급

#. 전업주부인 40대 여성 A씨는 2023년 남편이 다니는 회사 대표에게 부탁해 허위로 근로계약서를 작성했다. ‘유령 직원’으로 고용보험에 등록한 후 육아휴직을 신청해 총 1500만원을 받아 냈다.
#. 30대 여성 B씨는 더 치밀했다. 아버지 소유 회사에 2021년부터 지난해까지 위장 취업한 뒤 자녀 3명에 대한 육아휴직 급여를 청구했다. 그가 챙긴 금액은 모두 2600만원에 이른다.
올해 육아휴직 급여 부정수급 규모가 49억원에 육박하며 2001년 시행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정부가 저출생에 대응하기 위해 육아 지원을 확대하는 가운데 빈틈을 악용한 부정수급 사례가 급증하면서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0일 고용노동부가 강득구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1~8월 육아휴직 급여 부정수급 적발 금액은 48억 8000만원으로, 지난해 전체 금액(26억 6900만원)보다 82.8% 증가했다. 적발 건수는 벌써 595건으로, 지난해 전체 수치(467건)를 넘어섰다.
최근 몇 년간 부정수급 규모는 눈에 띄게 늘고 있다. 2021년 7억 6300만원에서 2022년 10억원, 2023년 27억 2900만원으로 증가했다. 올해 8월까지만 해도 2022년의 5배에 육박한다.
부정수급 급증은 육아 지원 제도 확대와 맞물려 있다. 올해부터 육아휴직 급여는 연 최대 1800만원에서 2310만원으로 인상됐다. 지급 기간도 기존 1년에서 1년 6개월로 연장됐다.
노동부 관계자는 “올해부터 육아휴직 급여가 인상되고 급여를 신청하는 인원도 늘고 있어 부정수급 규모도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육아휴직 급여 증가폭에 비해 부정수급 증가세는 훨씬 가파르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올해 1~8월 육아휴직 급여 총액은 약 2조 3167억원으로, 지난해 전체 지급액(약 2조 525억원)보다 12.9% 늘어났다. 반면 부정수급 규모는 80% 이상 급증했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부정수급 증가세가 급격히 커지고 있다는 것은 육아휴직 제도를 악용하려는 도덕적 해이가 심화하고 있다는 의미”라며 “정부도 ‘지원금 확대 때문’이라는 해명에만 머물러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육아 지원 확대는 불가피하지만 그만큼 부정수급 단속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강 의원은 “부정수급은 진짜 육아휴직이 필요한 사람에게 피해를 주는 행위”라며 “부정수급 자체가 불가능한 구조로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동부는 가족사업장 등을 대상으로 부정수급 특별 점검을 벌이고 고용보험 부정수급 집중 신고 기간을 확대 운영할 계획이다. 부정수급 적발 시 급여 전액 환수는 물론 최대 5배 추가 징수와 5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 벌금형이 가능하다.
세종 유승혁 기자
2025-10-21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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