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로의 아침] 프로탁구리그가 성공하려면

이제훈 기자
수정 2025-12-05 04:20
입력 2025-12-05 00:58
탁구리그 프로화 가능성 재확인
신유빈 등 간판스타 불참 한계
젊은 선수 경기력 향상은 수확
프로리그 안착 해법 모색해야
지난달 16일 경기 광명시민체육관에서 막을 내린 ‘2025 두나무 프로탁구리그’는 한국 남자 탁구의 간판인 장우진과 여자부의 이은혜가 초대 챔피언에 오르면서 탁구 프로화의 가능성을 확인했다. 장우진은 파이널 결승전에서 승리가 확정된 뒤 현장을 찾은 500여명의 탁구팬 앞에서 유니폼 상의를 탈의하는 화끈한 세리머니를 선보이며 마지막을 장식했다.탁구의 프로화 움직임은 이전에도 있었다. 한국실업탁구연맹은 2022년과 2023년 프로화를 위해 프로탁구리그를 2시즌 동안 개최했다. 당시 남녀 27개 팀이 참여해 프로화의 길이 눈앞에 열리는 듯했지만 결국 취약한 저변과 프로리그 운영에 필요한 안정적 스폰서십 같은 재원 마련, 프로화로 가는 과정에서 운영 주체를 둘러싼 대한탁구협회와의 갈등 등으로 뿌리를 내리지 못했다. 한국실업탁구연맹 산하 프로위원회가 관장했던 이전 리그와 달리 이번에 열린 프로탁구리그는 새롭게 출범한 프로탁구연맹이 주최·주관했다. 현정화 한국마사회 총감독, 김형석 화성도시공사 총감독이 공동위원장을 맡아 돛을 올렸는데 우여곡절 끝에 10개 팀이 참가했다.
다만 여기에는 삼성생명과 한국거래소, 한국수자원공사, 포스코인터내셔널 등 국가대표급 선수가 포함된 팀이 빠졌다. 한국 여자 탁구를 대표하는 신유빈이 포함된 대한항공도 프로탁구리그에 참가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반쪽짜리 대회가 될 것이라는 우려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지난 6월 열린 시리즈 1, 8월 열린 시리즈 2, 지난달 열린 파이널스 등이 유튜브를 통해 생중계되면서 전 경기의 라이브 시청자 수와 VOD(주문형 비디오) 클릭 수를 합친 조회수가 25만명을 돌파할 정도로 큰 관심을 받았다. 프로탁구연맹도 마지막 파이널 무대는 특설무대 조성에만 1억원을 투입하고 대형 LED(발광 다이오드) 스크린을 통한 즉각 중계, DJ 공연, 무대 연출, 다양한 경품 이벤트 등으로 팬 서비스를 강화했다.
경기력 측면에서도 20세의 박규현과 이다은이 남녀부 우승을 차지할 정도로 차세대 선수의 기량이 만만치 않다는 점이 확인됐다. 박규현 외에 우형규와 이승미, 박가현 등의 예비 스타들도 눈에 띄었다. 프로탁구리그 출범에 앞장서 온 현정화 연맹총괄위원장은 “부족한 점도 있었지만 훌륭한 출발을 했다고 믿는다”면서 “첫 시즌 성공을 위해 노력한 모두에게 감사 인사를 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현 위원장 말대로 성공적으로 안착한 면이 있지만 개선해야 할 부분도 드러났다.
우선 팬과 선수 간의 거리를 좁히고자 의도했지만 생각지 못한 부작용이 발생했다. 선수와 관중의 동선이 겹치면서 선수들이 어리둥절해 하는 장면이 연출된 것. 한 선수는 “다음 경기를 위해 선수들만의 휴식 공간이 필요한데 그런 배려가 없어 아쉬웠다”면서 “거기다 경기를 마치고 휴게실로 가려는데 관중이 계속 사인을 요청하는 바람에 난감했다”고 토로했다. 올림픽이나 아시안게임과 같은 중요 국제대회에서처럼 선수와 관중의 동선이 분리돼야 하는데 그게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여기에 올 시즌 참가하지 않은 팀과 선수들이 합류해 완전체를 만드는 일도 과제로 남았다. 프로탁구연맹은 내년에는 1년 내내 경기가 가능하도록 6~7개 대회와 파이널스 대회 등 시리즈를 준비하는 한편 중국과 유럽 선수의 출전도 허용하는 등 다양한 구상을 예고했다. 그래서 한국 탁구의 흥행을 이끌 수 있는 신유빈의 불참이 아쉽기만 하다. 탁구연맹 관계자는 “조만간 신유빈 측과도 만나 국내 대회 출전에 대한 의견을 서로 교환하려 한다”며 “모두가 윈윈할 수 있는 방안을 최대한 찾아 보려 한다”고 말했다. 특히 올 시즌에 불참한 팀과 선수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대한탁구협회와도 끊임없는 소통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마침 이태성 대한탁구협회장의 탁구에 대한 애정이 무한한 만큼 탁구인이 하나로 뭉쳐 지혜로운 해법을 찾아야 탁구의 프로화도 안착될 것이다.
이제훈 문화체육부 전문기자
2025-12-05 3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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