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8명 사망 홍콩 화재 대나무 비계보다 ‘이것’이 더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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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창수 기자
윤창수 기자
수정 2025-11-30 14:40
입력 2025-11-30 14:38

수천년간 사용한 대나무 건축 자재 논란
“대나무는 수분함유량 높은 난연 자재”
복잡한 행정, 하도급 문화 등 제도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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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호복을 입은 홍콩 경찰관들이 29일 보호복을 착용한 채, 타이포에 위치한 웡푹코트 주택단지 화재 현장을 떠나고 있다. 홍콩 로이터 연합뉴스
방호복을 입은 홍콩 경찰관들이 29일 보호복을 착용한 채, 타이포에 위치한 웡푹코트 주택단지 화재 현장을 떠나고 있다. 홍콩 로이터 연합뉴스


지난 26일 홍콩 아파트 화재로 128명이 사망하고 150여 명이 실종되는 사상 최악의 참사가 발생했다. 이번 대형 화재를 두고 피해 확산의 원인으로 대나무 비계가 지목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대나무 비계는 가볍고 유연하며 금속 비계보다 저렴해, 특히 밀집된 도시 환경인 홍콩에서 건물 외벽을 지지하는 구조물로 널리 사용돼 왔다.

바다와 인접한 홍콩의 특성상 금속 비계처럼 녹이 슬지 않는다는 장점도 있어 오랫동안 선호됐다. 실제로 중국 본토에서도 1980년대까지는 대나무 비계가 건설 현장의 표준으로 자리 잡았으나, 2021년 주택농촌개발부의 금지령 이후 고층 건물에서는 거의 사용되지 않고 있다.

홍콩은 수천 년간 이어진 대나무 비계 전통을 유지해 왔으며, 볼트로 고정하는 금속 비계보다 불규칙한 공간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대나무 비계를 선호했다.

이번에 화재가 발생한 웡푹코트 아파트 역시 건물 간격이 15m에 불과한 ‘닭장형’ 구조로, 대나무 비계가 금속 비계보다 효율적이라는 판단이 적용된 사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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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러시아워2’에서 영화배우 성룡이 대나무 비계에 매달려 액션 연기를 펼치고 있다.
영화 ‘러시아워2’에서 영화배우 성룡이 대나무 비계에 매달려 액션 연기를 펼치고 있다.


그러나 현지 매체 홍콩01은 이번 참사에서 대나무 비계를 희생양으로 삼는 것은 문제의 본질을 흐린다고 지적했다.

입찰 제도, 하도급 관행, 규제 감독, 행정적 책임 등 홍콩 건설 시스템 전반의 구조적 결함이 해결되지 않는 한 안전 문제는 반복될 수 있다는 것이다.

후은웨이 전국 홍콩·마카오 연구회 회원은 수십 년간 저가 입찰에 의존한 공공사업 시스템과 책임이 분산되는 하도급 관행을 비판하며, “문제는 대나무 자체가 아니라 대나무 비계가 작동하는 시스템”이라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대나무 비계의 안전성 자체를 부정하지 않는다. 홍콩 건설 현장에서 사용되는 대나무는 난연성 코팅 처리와 방화망을 적용하며, 라파엘라 엔드리치 홍콩중문대 건축학과 교수는 “대나무는 본래 수분을 많이 함유해 연소가 늦어 발화에 강하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문제는 높은 건설 비용과 복잡한 행정 절차다. 글로벌 건축사 아카디스의 보고서에 따르면 홍콩의 평균 건설비용은 인근 선전보다 2~3배 더 높다.

다단계 하도급 구조 속에서 실제 시공자에게 전달되는 건설비는 50~70%까지 줄어들고, 책임 역시 희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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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홍콩 타이포 웡푹코트 주택단지에서 발생한 치명적인 화재 이후 한 경찰관이 현장 조사 작업을 하고 있다. 홍콩 로이터 연합뉴스
30일 홍콩 타이포 웡푹코트 주택단지에서 발생한 치명적인 화재 이후 한 경찰관이 현장 조사 작업을 하고 있다. 홍콩 로이터 연합뉴스


이로 인해 하도급 업체들은 안전 기준 충족보다 비용 절감을 우선시하는 경향이 강하며, 지난해에는 하청업체들이 3억 홍콩달러(약 566억 원)의 임금을 체불한 사실이 드러나 열악한 실태가 확인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대나무 비계를 금지하는 것만으로는 노후 고층 건물이 밀집한 홍콩의 안전을 담보할 수 없다”고 경고한다.

존 리 홍콩 행정장관은 화재 발생 다음 날 대나무 비계 사용을 전면 금지했으며, 이는 지난 3월 공공 건설 공사에서 금속 비계 사용률을 50% 이상 의무화한 조치보다 훨씬 강력한 규제다.

윤창수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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