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팡이로 만든 고기 맛, 놀라운데… [달콤한 사이언스]

  • 기사 소리로 듣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공유하기
  • 댓글
    0
유용하 기자
유용하 기자
수정 2025-11-26 14:00
입력 2025-11-26 14:00

유전자 가위로 편집한 곰팡이 개발
닭고기와 똑같은 맛과 식감 구현
내시경 검사 대체 박테리아 캡슐도

세균(박테리아)이나 곰팡이라고 하면 질병을 일으키는 해로운 생물이라고만 생각한다. 그런데, 세균이나 곰팡이로 고기를 대체할 수 있고, 건강 검진도 불편함 없이 받을 수 있다면 믿을 수 있을까.

이미지 확대
과학자들이 유전자 가위 기술을 이용해 특정 곰팡이(푸사리움 베네나툼)를 고기와 똑같은 맛과 식감을 가진 단백질 식품으로 만드는 데 성공했다.  중국 장난대 제공
과학자들이 유전자 가위 기술을 이용해 특정 곰팡이(푸사리움 베네나툼)를 고기와 똑같은 맛과 식감을 가진 단백질 식품으로 만드는 데 성공했다.

중국 장난대 제공


네덜란드 바헤닝언대, 중국 장난대 공동 연구팀은 3세대 유전자 편집 기술인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로 특정 곰팡이를 편집해 고기와 똑같은 맛과 식감을 가진 단백질 식품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고 26일 밝혔다. 연구팀에 따르면 유전자 편집을 통해 곰팡이의 생산 효율성도 높이고, 단백질 식품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환경 영향도 진짜 고기 생산과 비교해 최대 61% 줄일 수 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세계적인 생명과학 저널들을 출간하는 ‘셀 프레스’에서 발행한 생명공학 분야 국제 학술지 ‘생명공학의 경향’(Trends in Biotechnology) 11월 20일 자에 실렸다.

최근 환경 문제와 식량 위기에 관한 우려가 커지면서 기존 축산업이 환경에 미치는 부담을 줄이면서 충분한 단백질을 공급할 수 있는 ‘대체육’ 개발 연구가 활발하다. 그중 곰팡이도 대체 단백질 소재로 주목받고 있다. ‘푸사리움 베네나툼’이라는 곰팡이는 닭고기와 비슷한 식감과 풍미를 갖고 있어 영국, 미국, 중국 등 여러 나라 식품 당국이 식품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승인했다. 문제는 푸사리움 베네나툼 곰팡이는 세포벽이 두꺼워 사람이 먹었을 때 영양분을 소화·흡수하기가 어렵고, 대량 생산이 쉽지 않다는 점이다.

이에 연구팀은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를 이용해 곰팡이 내부의 키틴 합성 효소와 피루브산 디카르복실화 효소와 관련된 유전자 두 개를 제거했다. 키틴 합성 효소 유전자 제거로 곰팡이 세포벽은 얇아져 세포내 단백질이 소화하기 쉬운 형태로 변했다. 또 피루브산 디카르복실화 효소 유전자를 없애자 곰팡이의 신진대사 조절이 쉬워지면서 단백질 생산에 필요한 영양분 투입은 줄이고 생산량은 늘릴 수 있었다. ‘FCPD’라는 이름이 붙여진 새로운 곰팡이 균주는 기존 균주와 같은 양의 단백질을 생산하는 데 당분 투입량을 44% 줄였고, 생산 속도는 88% 빨라졌다.

또, 연구팀은 FCPD 곰팡이 생산이 동물 단백질 생산에 필요한 자원 투입량과 환경 영향을 시뮬레이션했다. 조사 결과, FCPD 생산 전 과정에서 온실가스 배출량은 기존 육류 생산보다 최대 60% 줄일 수 있고, 담수 오염 위험도 78%를 줄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미지 확대
용액에 위장관 질환을 감지할 수 있는 박테리아를 섞은 뒤(왼쪽), 자석을 이용해 쉽게 제거할 수 있다(오른쪽)는 것을 알 수 있다. 과학자들은 생물학적 센서를 이용하면 위 또는 대장 내시경을 손쉽게 대체할 수 있다고 밝혔다.  중국 화둥이공대 제공
용액에 위장관 질환을 감지할 수 있는 박테리아를 섞은 뒤(왼쪽), 자석을 이용해 쉽게 제거할 수 있다(오른쪽)는 것을 알 수 있다. 과학자들은 생물학적 센서를 이용하면 위 또는 대장 내시경을 손쉽게 대체할 수 있다고 밝혔다.

중국 화둥이공대 제공


그런가 하면, 중국 상하이 화둥이공대, 저장 공과대 공동 연구팀은 장내 이상을 감지할 수 있는 박테리아를 개발하고, 이를 캡슐 형태로 담은 센서를 개발했다고 26일 밝혔다. 이번에 개발된 생물학적 센서는 위장은 물론 소장, 대장 등 장내 이상을 빠르게 감지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이 연구 결과는 미국 화학회에서 발행하는 국제 학술지 ‘ACS 센서스’ 11월 19일 자에 실렸다.

한국에서는 대장암 환자가 매년 증가하는 추세를 보인다. 특히 20~40대의 젊은 층에서도 환자가 늘어나고 있다. 대장암 역시 조기 발견이 중요한데, 이를 위해서는 내시경 검사가 필수적이다. 문제는 대장 내시경 검사 준비 과정이 번거롭고 검사 방법에 대해서도 거부감을 가진 이들이 적지 않다는 점이다.

연구팀은 대장암이나 대장염 감지 주요 표지자 중 하나로 적혈구 구성 성분인 ‘헴’에 주목했다. 연구팀은 헴을 감지하면 빛을 내는 박테리아와 자성 입자를 식품에 사용하는 증점제(점도 높이는 물질)인 ‘알긴산나트륨’ 덩어리 안에 캡슐화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이렇게 만들어진 생체 마이크로구슬 센서는 산도가 높은 위장에서도 분해되지 않고, 장까지 쉽게 이동하고 체외에서 자석을 이용해 쉽게 제거할 수 있다는 점을 확인했다.

실제로 대장암을 일으킨 생쥐에게 실험한 결과, 장내 출혈과 이상 신호를 분석하는 데 25분밖에 걸리지 않았고, 신체에도 이상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센서가 방출하는 빛의 강도에 따라 대장암이나 대장염 진행 정도를 파악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연구팀은 유전자 편집으로 박테리아를 변형시킨다면 다른 장 질환 검진도 빠르고 손쉽게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이미지 확대
왼쪽은 천연 누룩곰팡이, 가운데는 공학적으로 조작한 누룩곰팡이. 오른쪽은 공학적으로 변화시킨 곰팡이로 만든 햄버거 패티. 과학자들은 육류 생산으로 인한 환경 영향을 줄이기 위해 곰팡이를 이용한 단백질 생산 연구를 활발히 하고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 버클리대 제공
왼쪽은 천연 누룩곰팡이, 가운데는 공학적으로 조작한 누룩곰팡이. 오른쪽은 공학적으로 변화시킨 곰팡이로 만든 햄버거 패티. 과학자들은 육류 생산으로 인한 환경 영향을 줄이기 위해 곰팡이를 이용한 단백질 생산 연구를 활발히 하고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 버클리대 제공


유용하 과학전문기자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에디터 추천 인기 기사
많이 본 뉴스
닫기
원본 이미지입니다.
손가락을 이용하여 이미지를 확대해 보세요.
닫기